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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가장 쉬운 일은 당신을 사랑하는 일
이병진.강지은 글.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월
평점 :
평생 숙제를 미루어 본 일이 없는데 딱 하나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헷갈리는 숙제거리가 있다. 그것도 꽤나 미루어져버린. 모범생의 틀에서 한참이나 벗어나 버린 듯하지만 그래도 딱히 인생이 외롭거나 쓸쓸하거나 심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이야기는 남달랐다. 무언가 잊고 있는 것들을 그리워하게 만든달까.
아무튼 그간 잊고 살았던 연애세포를 되살려주는 달콤함과 그리움과 부러움이 한데 엉켜 있었다. 페이지페이지마다-.
[내게 가장 쉬운 일은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제목조차도 달콤하지만 첫장을 젖히는 순간 망연자실하게 만드는 수많이 이야기들이 더 숨겨져 있다. 행복한 반전이란 이들의 이야기를 두고 하는 말인 모양이었다.
마흔중반이지만 여전히 서로를 존대하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부부를 알고 있다. 그들은 작지만 얻어지는 오늘의 기쁨들에 감사하며 살고 있기에 그들의 지위나 경제적인 부와 상관없이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 알게 된지 얼마되지 않는 사람들이었지만 소소한 행복을 맛보며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잠시 엿볼 수 있어 이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는데 이들 부부처럼 개그맨 이병진 부부도 서로 존대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말 하나가 서로의 존중감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가보다.
첫눈에 반한 남자의 고백으로 시작된 이들의 만남은 6년이라는 시간동안 한 남자의 지고지순함과 그 남자의 착함을 알아준 또 다른 착한 여자의 마음이 덧대어져 "결혼"이라는 결실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천사처럼 예쁜 여자아기가 태어났다. 가족의 완성. 그들은 셋이었지만 하나나 둘일때보다 더 행복해 보였으며 오늘도 어제도 내일도 헤어질 세상의 많은 부부들의 이야기와 달리 어떻게든 서로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어줄지 고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인것처럼 비춰졌다. 느린 말투, 노안인 외모, 스피드하지 못한 개그로 인해 나는 개그맨 이병진이라는 사람을 좋아해본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한 가정의 남편감으로 그는 정말 타의 "귀감"이 되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작년에 정말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국민 드라마의 국민남편보다 개그맨 이병진이 더 국민 남편감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으므로. 사랑은 라면 같다고 했던가. 누가 어떻게 끓이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라고 글소개에서 언급한 바가 있는데 이들이 10년간 끓인 라면은 정말 맛집 라면처럼 모두에게 소문났으면 하는...그런 맛이었다.
p.10 제 아내는 무엇이든 잘 물어봅니다. 그래서 저는 늘 공부를 해야 합니다.
p.12 제 남편은 척척박사입니다. 모르는 건 공부해서라도 답을 찾아다 줍니다.
부창부수.그들은 천생연분이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우리네 이웃이라 보기에 흐뭇해진다. 사이가 안좋으면서도 인기 때문에 사이좋은 부부인냥 나오는 연예인부부들보다 더 솔직하면서도 평범해보이는 이들의 사랑이 계속 예쁘게 지켜졌으면 좋겠다. 이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