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든다는 것 - 작은 경험이 나를 만든다
최현준 지음 / 자화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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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 세상은 넓고 정말 멋진 사람은 많구나

저 중에서 눈에 띄어야 톱 모델이 되는 것이구나

참 내가 과한 자신감을 가지고 이 업계에 뛰어 들었구나

앞으로는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 것인가

무수히 많은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p212

1999년생 모델 최현준을 처음 본 건 한 TV 프로그램이었다. 예능에 출연하는 모델들 외 해당 직업군에 대해 잘 몰랐던 내게도 그는 어딘가 좀 특별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단순히 카이스트 출신이라는 것 외에도 뭔가 기존에 남자 모델 출신이라던 드라마/영화 배우들과는 좀 다른 비주얼이었달까. 요즘 남자 모델들은 저런 모습인가보다.... 싶었던 것도 잠시, 인터뷰를 시청하며 '사람들이 궁금해할만하다'싶은 대목들이 귀에 걸렸다.

그리고 다시 만난 모습은 책을 통해서다. <스며든다는 것>. 에세이 제목이 참 곱다.





부모님의 유학으로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냈던 경험. 같은 상황 속에서도 다른 태도를 보여주는 부모님의 모습. 하나에 몰두하면 미친듯이 빠져드는 성격. 긍정적인 태도와 자신감에 비례되는 걱정 많은 성격. 성취욕, 추진력. 요즘 10대, 20대를 두고 '하고 싶은 것이 없는 아이들'이라고 누가 말했던 걸까. 20대를 이렇게 열정적으로 보낸 청년도 있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너무 작은 고민거리인데 그때는 엄청난 시련처럼 끙끙 앓았다(p57) 라며 피가 나올 때까지 손톱을 물어 뜯은 적이 있다고 불안했던 시기를 고백하던 정작 고민거리가 무엇인지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불안감, 완벽주의적 성격조차 오늘의 그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어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다보니, 그는 대충 마무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애매한 행동 애매한 결과 라는 제목의 글 아래 '하루는 생각보다 길다. 24시간 중 세 시간을 함께 놀았다고 해서 공부할 시간을 전부 뺏겼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1시간이 남아 있고, 그 시간을 어떻게 쏟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p119)는 대목이 나온다. 20대 중반을 지났을 뿐인데, 나이만 쌓은 50대, 60대 보다 생각이 깊다. 그래서 패션 모델이 되는 방법 or 공부를 잘하는 방법 등을 기대했다면 오히려 실망할 수도 있다. 모델 최현준의 에세이 <스며든다는 것>은 선택 앞에 충분히 고민하고 행동 뒤엔 책임질 줄 아는 20대의 어제들이 담긴 내용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카이스트에 입학해 주어진 길만 걸었다면 몰랐을 세계가 펼쳐진 것은 시도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다. 해외에서 컨택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었고 파리 스트리트 디자이너 브랜드 쇼를 즐기고, 한국 남자 모델 최초로 생 로랑 런웨이 데뷔 커리어를 더하게 되는 등의 과정은 짧게 서술되어 있지만 그 열정을 엿보기 충분했다.





물음표보다는 느낌표를 던지게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는 20대를 지나온 사람들에게 반성과 동시에 신선한 자극이 되겠지만 같은 나이를 살아가는 친구들에게도 다른 느낌의 자극점이 될 듯 싶다. 개인적으로는 잘 풀리지 않는 수학 증명 문제 때문에 노교수를 찾아간 페이지의 마지막 글이 가슴에 남았는데,

좋아하는 것을,

사랑하는 것을 하며

지금껏 살아왔을 뿐이다

인생을 바칠 무언가를 발견한 자를

마주한 감동이었는지도 모른다

p145

라고 적혀 있다. 좀처럼 좋은 어른을 발견하지 못했던 지난 몇 년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주변에 이런 멋진 어른이 함께하고 있다는 건 이미 좋은 사람들 속에서 살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리고 윗세대를 단순히 '꼰대'로만 보는 것이 아닌 잘 살아낸 선배로 볼 수 있는 시각 역시 멋지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에세이를 즐겨 읽다가 뚝 끊었던 이유를 생각해본다. 에세이스트의 일상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에세이가 출판되어 읽는 즐거움이 색달라진 것도 잠시 커리어만 늘어놓다시피한 글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눈의 피로감이 더해져 끊고 말았다. 하지만 심플하게 쓰여 읽기 편한 글길이와 한 줄 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교차시키는 문장이 담긴 에세이는 평범한 일상의 자극점이 되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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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시간표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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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은 어딘지 아쉽다. 재미에 탄력이 붙을만하면 끝나고 다른 이야기,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건 김새는 일이다. 이 아쉬움을 말끔히 해소해준 정보라 작가의 연작소설 <한밤의 시간표>는 7개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배경과 인물들이 이어져 재미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섬찟함을 되새김질하게 만들었던 <저주토끼>의 신선함이 가시질 않은 상태에서 읽게 된 다음 작품이라 더 흥미롭기도 했고.


표지 그림으로 등장하는 고양이, 양, 새 모두가 이야기 속에 등장하며 욕심 많은 사람, 호기심이 지나친 사람, 부도덕한 사람들의 끝이 권선징악격이라 시원함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정보라 작가의 소설은 잔인하거나 깜짝 놀라는 장치가 없이 스며들듯 여운이 남는 이야기라 그녀의 소설 장르를 공포가 아닌 환상문학 내지는 판타지로 분류하고 있는 쪽에 공감을 찍고 싶다.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가 전진배치된 건 작가의 영리한 전술이라 생각된다. 죽은 이들의 물건이 보관된 연구소의 특징이 잘 표현되면서도 무서움의 매운맛은 덜한 상태로 독자를 스며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계속 궁금하게 만들면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것. 정보라 작가의 소설은 그러했다. 인간의 탐욕, 물건에 깃든 저주, 구전으로 전해지는 기묘함, 세상 어딘가에서 정말 일어난 이야기라고 해도 믿길만한 에피소드들이 살짝씩 다른 이야기에 묻어나면서 재미의 양념을 더한다. 저주 양 양의 침묵, 햇볕 쬐는 날 고양이는 왜, 손수건푸른 새처럼 서로의 사연이 교차되기도 하고 인과관계처럼 엮여서 더 잘 이해하게 만들기도 했다. 제법 귀여운 표지와 한밤의 시간표라는 멋진 제목만 보자면 얼핏 동화같기도해서 이번 소설은 기묘함이 가득 담겨 있는데도 불구하고 덜 무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포항 시외버스 터미널 심야버스 매표소에 적힌 "MIDNIGHT TIMETABLE" 이 책 제목이 되었다고 밝히고 있는 정보라 작가의 소설 <한밤의 시간표>는 전설의 고향 느낌보다는 환상특급이나 기묘한 이야기의 느낌으로 다가와 신비스러운 여운을 남겼다.

* 사진출처 : <한밤의 시간표> 중 / 구매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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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세계사 - 영화가 새로워지고 역사가 재미있어지는 보다 역사
송영심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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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다빈치 코드','타이타닉' 등은 그냥 봐도 재미있다. 하지만 그 배경이 되는 역사적 지식이 더해진다면 얼마나 더 흥미로워질까. '오디세이','노예 12년','알렉산더' 등도 마찬가지다. 역사 교사로 40년간 재직한 송영심 선생님이 집필한 <영화보다, 세계사>는 책 제목으로 붙여진 것처럼 영화가 새로워지고 역사가 재미있어지는 내용이 담긴 책이다.

영화나 역사도 여행처럼 아는 만큼 더 재미있어진다. 국가나 비슷한 시기별로 묶인 책들과 달리 <영화보다, 세계사>는 문명/사회문화/전쟁과 개척/종교/인물이라는 5개의 분야로 나뉜다. 이 중에서 제일 궁금한 인물파트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순차적으로 읽지 않아도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었다.


인물관 : 진시황 알렉산더 대왕 엘리자베스 여왕 존내시

네 명 모두 알고 있던 인물이지만 진시황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 가운데 <제국>만은 보지 못한 작품이다. 중국에서 상영된 지 4일 만에 상영금지 되었다니 더 궁금해졌고 천재 음악가 고점리에 대한 관심도 생겨났다. 꽤 많은 자료들을 봤고 전시회도 빼놓지 않고 봤던 인물인데도 불구하고 또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해 신선했다. 병마용갱, 분서갱유, 아방궁, 암살시도, 불로장생의 꿈.... 한 인물의 인생 안에 참 다이나믹한 요소들이 많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또 헬레니즘, 헤브라이즘, 악티움 해전의 역사적 지식을 갖고 보면 훨씬 풍부한 관점에서 보이는 영화 <알렉산더>와 칼레 해전이 등장하는 <골든 에이지> 역시 역사에 흥미를 두고 있다면 놓치기 아까운 영화다. 아버지, 어머니, 자신과 언니 그리고 메리스튜어트까지 드라마틱하면서도 너무나 버라이어티하게 엮인 엘리자베스 1세의 스토리는 사실 어떤 영화(혹은 드라마)를 선택해도 후회할 리가 없겠지만. 누가 중심이 되는가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달라질뿐 역사적인 사실과 인물이 겪게 되는 사건들은 동일하지만 <골든 에이지>는 각색된 부분에 대한 역사적 오류 지적이 있던 영화여서 관람 전 역사적 사실을 먼저 확인하고 보면 좋을 영화다.

1999년 개봉작엔 3살엔 사생아, 21살엔 사형수, 그러나 25살엔 세계를 지배한 여인(p259)라는 문구가 붙여졌다면 2007년작인 골든 에이지는 여전히 멋진 배우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를 보는 재미와 의상상을 수상한 영화인만큼 화려한 드레스를 구경하는 재미 또한 더해진다.


<뷰티풀 마인드>는 아벨상을 수상한 한 인물을 조망한 점에 대해서는 의미가 깊은 영화지만 사실 극장에서 관람했던 당시에는 지루함을 느낀 영화다. 천재 수학자 존 내시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그가 앓았던 정신 질환에 대해 공감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보았다면 어땠을까. 소설가 조지 오웰이 '냉전'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이었다는 점도 알지 못했지만 암기만 했던 '마셜 플랜'의 확장점과 '북대서양 조약 기구'와 '바르샤바 조약 기구'가 결성된 불안전한 시기를 살아내며 천재성을 발휘했던 존 내시의 불안감을 조금쯤은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비슷했던 영국의 앨런 튜링을 소재로 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이 와 닿았던 것처럼.






사회 문화관 : 다빈치 코드 레 미제라블 타이타닉 서프러제트

역사적 순간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었던 파트는 문명관사회 문화관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다빈치 코드, 레 미제라블, 타이타닉은 지금 다시 봐도 감동이 여전할 정도의 역작들인데다가 책은 세계사 연표와 당시 우리 나라 역사적인 사실들을 한 눈에 담기 좋게 편집해 놓아 상식을 더하게 한다. 가령 타이타닉이 침몰할 무렵 중국에서는 신해혁명이 일어났고 우리 나라는 그 무렵 한일병합 조약으로 대한제국은 멸망했으며 안창호 선생은 흥사단을 설립했다.

영화 타이타닉은 몇 번 관람했는지 잊어버렸을 정도로 보고 또 봤던 영화다. 처음 볼 땐 잭과 로즈의 러브 스토리만 보였다면 두 번째 볼 땐 선박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조차 갈린 신분격차가 보였고 삶과 죽음이 갈린 구명정 20척 속 인간의 이기심도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시청할 때마다 그냥 지나쳤던 부분들이 보일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영화여서 이와 관련된 실제 사실들을 알아가는 건 여간해선 멈추기 힘든 일이다. 가까운 지점을 지나던 정기선의 무선 기사가 잠들어 버려 구조 요청 신호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과 하버드 대학교 와이드너 도서관이 타이타닉호에서 목숨을 잃은 아들의 소장 도서와 건설비를 기증하며 건립되었다는 사실은 책을 읽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안타깝다.

반면 그 의미도 몰랐다가 실제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한 영화 <서프러제트>의 내용은 충격적이지만 찾아보고 싶어졌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로 뛰어들어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간절했던 그녀들의 요구는 단순한 투표권이 아닌 인식 변화와 권리에 대한 투쟁이기 때문에. 평범했던 20대의 여성 노동자 모드가 여성 참정권 운동가( 서프러제트 )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투영되는 삶엔 여성, 자신조차 모르고 살았던 불평등한 모습이 담겨 있는 듯해서 영상으로 만나보고 싶어진 것이다.


문명관에서 소개되는 4편의 영화(오딧세이, 글래디에이터, 노예 12년, 인터스텔라)와 종교관에서 소개하는 4편의 영화(킹덤 오브 헤븐, 부활, 티벳에서의 7년, 셜록 홈즈)도 명작들이다. 또 전쟁과 개척관편에서의 호텔 르완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1917,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과 맞닿은 역사적인 사실도 우리가 분명 알아야할 진실들이다.


책을 읽기 전엔 몰랐던 부분이 채워지면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하지만 조금 더 알게 되면서 더 궁금해졌다. 좀 더 찾아보고 싶어졌고 비슷한 소재나 같은 시기의 역사를 다룬 다른 관점의 영화도 찾아보게 된다. <영화보다, 세계사>가 쏘아올린 신호탄은 그랬다. 무언가의 계기가 된다는 건 중요한데 좋은 책은 항상 좋은 방향으로 사람을 이끄는듯해서 읽고 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문내고 싶어지나보다.


* 사진출처 : <영화보다, 세계사>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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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베트남 한 달 살기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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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도 친구랑 베트남 음식점에 다녀왔는데 '쌀국수'를 즐기진 않지만 다른 음식들은 입맛에 맞아 종종 방문하곤 합니다. 반미, 분짜,분보남보, 모닝글로리 볶음.... 맛있는 메뉴들을 현지에 가서 먹으면 더 맛있을까? 같은 맛일까? 궁금해져 베트남 한 달 살기 정보를 찾아봤어요. 해시태그에서 출판된 <베트남 한 달 살기>가 사진 편집도 깔끔하고 정리도 잘 되어 있어서 알찬 정보 습득해봅니다.

 

 



베트남이라고 하면 '호치민/다낭/하노이/나트랑/하롱베이' 등 꽤 귀에 익은 도시들을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베트남 한 달 살기>를 보면서 그저 도시명만 알고 있었구나 싶어요. 사회주의 공화국이라는 것 외에 55개 민족이 모여 이룬 다민족 국가 라는 점과 국토가 S자 형이라 하노이와 호치민의 거리가 거의 끝과 끝이라는 사실은 책을 펼쳐보고서야 알게 된 사실이죠.

 

1년내내 평균 기온 25~30도 사이라니 추위를 싫어하는 사람에겐 천국 같은 날씨구나 싶고 우기와 건기로 계절이 나뉜다는 걸 미리 체크하면 여행 시 옷을 챙길 때도 꽤 도움이 되겠다 싶습니다. 또 여행 성수기는 건기인 1~8월까지로 성수기가 꽤 길어서 여행계획을 짤 때도 부담이 적을 듯 해요. 그 중에서 맛집이 즐비하고 아름다운 휴양지인 나트랑은 정말 한 달 이상 머물다 오고 싶은 곳이어서 집중적으로 살펴봤어요.

 

비교적 안전한 도시인 나트랑에서도 팁을 요구받거나 택시 사기를 당할 수도 있는 모양입니다. 특히 계산을 했는데 또 계산하라고 말한다면 차분하게 상황설명을 하라고 조언하고 있고요, 남북으로 나뉘었다가 사회주의 국가로 통일된 베트남의 역사를 간략하게라도 알고 가면 좀 더 알찬 여행이 될거라고 해요. 가령 쌀국수의 유래라든지, '포'라 불리게된 역사를 살펴보는 일도 재미있고 기름진 육수를 쓰는 남부와 담백한 육수를 쓰는 북부의 차이를 안다면 먹는 즐거움도 배가 될 것 같구요.

 

베트남은 휴가를 위한 여행 외에 맛사지(스파) 여행이나 식도락 여행을 다녀오기에도 좋은 나라에요. 과일 중 가장 맛있는 건 망고라고 해요. 망고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함께 베트남여행을 다녀올까봐요. 베트남 커피도 좋아하는 친구여서 우정여행 다녀오기 좋은 나라였는데 왜 진작 생각하지 못했나~ 싶네요.

 

'나혼자 산다'에서 방송 이후, 급 관심을 가지게 된 도시 '달랏'도 '나트랑'과 묶어서 코스를 짤 수 있어 매력적인데요, 3박 5일이나 4박 6일 추천 일정도 짜여져 있어 자유여행을 고려중인 예비 여행자에게 도움이 되네요. 또 무이네까지 포함해서 3박 5일~6박 8일 정도의 여행코스를 어떻게 짜야할지 고민이 된다면 책에서 팁을 얻을 수 있어요.

 

또 베트남은 출입국시 출입국 신고서 작성 없이 여권만으로 심사를 받으면 된다니 너무 간편할 듯 해요. 캄란 국제 공항도 깔끔해 보이고 버스, 택시도 종류별로 소개하고 있어 베트남 자유 여행갈 땐 이 책 한 권 옆구리에 끼고 가면 첫 방문도 덜 떨릴 것 같네요. 아이를 동반한 여행이라면 워터파크인 빈펄 랜드도 빼놓을 수 없겠고요.






무이네는 처음 듣는 지명이였는데 화이트 샌듄, 레드 샌듄에서 즐기는 액티비티 투어도 상당히 끌리는 반면 서핑 교습도 받을 수 있다니 휴가지로써의 베트남이 또 다르게 보입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도시에 묻혀 호치민을 잊고 있었는데요, 사실 호치민은 주의할 점이 많은 도시지만 베트남 역사를 놓고 보면 빼놓긴 아쉬운 곳이기도 해요. 국립 역사 막물관이나 호치민 미술관, 전쟁박물관, 호치민 시립미술관 등을 관람할 수 있으니까요.

 


가장 낯선 지명인 푸꾸옥은 베트남 최남단의 섬으로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이라고 해요. 그만큼 아름답고 깨끗하다는 의미일텐데 인천에서의 거리는 5시간 이상 걸리는 먼 거리이긴 합니다. 그랩 차량도 적고 택시 바가지도 심하지만 관광부터 해양스포츠, 야시장, 휴양, 골프, 빈펄 랜드까지 한꺼번에 다 즐길 수 있는 섬이여서 신혼여행지로도 주목받고 있는 곳이라고 해요.

 

책을 통해서 미리 정보를 습득하지 않았다면 뻔한 여행 계획을 세울 뻔 했는데 최신판으로 훑어보니 당장 짐싸고 싶을 정도로 베트남은 매력적인 여행지네요. 한 달 정도 살면 도심의 스트레스도 날려 버릴 수 있을 것 같고요. 무엇보다 저자가 직접 살았던 경험이 담겨 있어 신뢰감이 팍팍 쌓이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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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B 스파이 유리
박현숙 지음 / 좋은땅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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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학생 유리는 똑똑했다. 혼자 로켓을 만들어 발사시킬 정도였지만 오히려 이 점이 화근이 되고 말았다. 미 해군함정으로 위장한 채 북한 간첩들이 쉽게 남한으로 침투할 수 있도록 정보를 수집하고 있던 소련 정보수집함으로 로켓이 돌진해 버렸던 것. 이 사실도 모른 채 자신에게 접근한 낯선 이들이 묻는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하던 유리는 그만 납치되고 만다.

납치한 중학생을 KGB 스파이로 양성한 소련

시골학교 교장 선생님의 외동아들로 자유롭게 자랐던 유리는 납치된 후 갖은 고문과 구타 속에서 끊임없는 조사를 받았고 자유를 잃어버렸다. 이후 KGB 요원으로 양성되어 신분을 위장한 채 모스크바-평양-서울에서 첩보활동을 이어나가게 된다. 재미로 로켓을 만들어 쐈을 뿐인데, 인생이 180도 달라져 버렸다.


러시아어, 영어, 독일어까지 마스터한 유리는 이제 순진하게 술술 대답했던 1968년 납치 당시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자신을 지킬 줄도 알았다. 또 KGB가 요구하는 난제들을 노련하게 성공시켜나갔다. 보상과 승진이 뒤따르는 삶이었지만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누구와도 가까이 지낼 수 없었던 '스파이'라는 위치는 그를 외롭게 만들기 충분했다.

가족과도, 사랑하던 여인과도 이별해야만 했던 유리는 납치된 지 18년만에 한국으로 파견되었지만 가족은 이미 한국을 떠난지 오래였고 설상가상으로 활동 중 KGB는 해체되고 만다. 이제 그의 인생은 낙동강 오리알처럼 변해버린 듯 했다. 그것도 소설이 끝맺음되는 시점을 몇 장 남겨두지 않고서. 소련으로의 복귀를 포기한 채 부모님이 계신다는 미국으로 가볼까? 고민 중이던 유리가 어떤 삶을 살게 될 지 궁금하다면 소설을 끝까지 읽어볼 것을 권한다. 급진스런 마무리 같아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책장을 덮고 생각하니 가장 유리스러운 선택이 아니었나 싶었으므로.


'스파이','첩보원'이 소재인 영화나 드라마는 많다. 방영중인 드라마 중 '패밀리'는 코믹이 가미되었고 영화 '미스터 & 미스 스미스'엔 로맨스가... 스테디인 '007시리즈','본 시리즈'는 숨막힐 듯한 첩보전과 액션이 재미를 더했다. '스파이'라는 같은 소재지만 풀어내는 방식에 따라 그 장르와 재미가 달라져 <KGB 스파이 유리>는 읽기 전까지는 어떤 느낌의 스파이 소설일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실종된 중학생이 주인공이므로 슬픈 분위기를 자아낼 수도 있겠고 '블랙 위도우'처럼 스파이 양성소에서 길러진 소년의 액션을 보게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책의 전개가 생각과는 좀 달랐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은 괴롭힘을 피해 달리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재능을 발견한 그가 달리는 동안 시간이 흘러갔고 자신도 모른채 유명한 사람들과 스쳐 지나치기도 했다. '스파이 유리'도 그랬다. 신분을 위장한 유리가 도청을 하고 첩보활동을 이어나가는 동안 독자들은 그가 파견된 국가와 인접국의 정세를 자연스레 파악할 수 있었다. 다만 낯선 이에게도 자신이 홀로 집에 있음을 의심없이 술술 불었던 순진한 소년이어서였을까. 하루 아침에 자유가 사라지고 체제가 달라진 속에서도 생각보다 그는 잘 적응해나간다. 그래서 <KGB 스파이 유리>는 납치 후 스파이가 된 소년이 아니라 스파이로 길러진 소년에 관한 소설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때로는 잘 적응하기 마련인가보다. 언제 제거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긴장된 삶 속에서도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기도 하고 욕망에 충실한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 가장 유리스러운 선택이었다지만 결말이 달라졌다면 어땠을까. 또 남한에서 공작을 이어나가는 중 유리를 알아보는 인물이 등장했다면 어땠을까. 스릴감 더해진 상상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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