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대 입학으로 마을의 핵인싸가 되었던 저자는 14년 후엔 180도 다른 삶에 처하게 된다.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진 모양새인데, 32세 남자가' 백수 + 이혼남'이 되어 시골마을로 돌아온 것이다. 그의 마음 속을 가득 채운 '허무하다'는 상태.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자기계발서부터 서양철학까지 찾아 읽었으나 위로받지 못했고 허무감은 점점 더 깊어져만 갔다. 마지막으로 펼쳐든 것 '동양철학'속에서 유용함을 발견하며 답을 찾아냈다 는 고백으로 시작되는 이 책.
허무를 극복하게 만든 7인의 동양철학자
∨부처의 '무아'
∨용수의 '공'
∨노자와 장자의 '도'
∨달마의 '선'
∨신란의 '타력'
∨구카이의 '밀교'
나 자신 따위는 없다는 깨달음, 해탈의 경지를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 부처의 '무아'를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반면 '공'을 언급한 대목에선 픽션에 대해 설명하며든 예시들이 다소 말장난스럽기도 했고, 황당한 부분들도 느껴졌지만 이 또한 유머스럽게 잘 풀어놓았다.
AI가 그린 '있는 그대로가 좋다(무위자연)'를 설파한 노자의 모습을 인간이라기보다는 거의 잡초에 가깝다고 혹평해 깜짝 놀라게 만드는가 하면 노자를 신용할 수 없다고해 두번 놀라게 만든다. 장자 같은 위대한 철학자를 동급 백수로 취급(?)하며 '나 같은 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해서 미안합니다' 얼굴을 하지 않았다고 놀라는 모습이라니! 그동안 읽었던 많은 동양철학서 속에서 이런 대목은 찾아볼래야 찾아볼수도 없었기에 순간 '계속 읽어도 될까?'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지만 끝까지 읽게 된 계기는 역시 남다른 시선이 주는 신선함과 웃음 때문이었다.
도에서 배우는 [결혼전술],[이직전술] 페이지가 실용적일 것 같지만 실제의 교훈은 실패 후 고립되지 않고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연락을 받았던 저자의 과거 경험담이 훨씬 더 인상적이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이 책은 예상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었다.
선의 대가들을 '야쿠자스럽다'고 묘사한 부분이나 '선'의 가르침을 오로지 '말을 버려' 하나라고 해석한 대목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또 불교계의 이단아로 소개한 신란의 외모체크는 '이 책이 철학서인가? 관상학서인가?' 헷갈리게하기 충분했다. '무능한 인간일수록 구원을 받는다' 라는 800년 전 헤이안 시대의 스님 신란과 호넨의 '타력 철학'과 분노의 에너지를 긍정하는 '밀교' 파트 역시 재미있게 쓰여졌다.

첫부분에 등장하는 서양 철학과 철학자들의 실제 삶을 비교해 놓은 페이지는 다시 읽어도 눈물날 정도로 웃기는데, 이런 사람이 개그맨 콘테스트 예선전에서 떨어졌다니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 책의 강점은 기존에 알고 있던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데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동양철학에는 확실한 답이 존재하고, 효과 좋은 극약이라는 말은 그의 철학 에세이를 읽었지만 잘 모르겠다. 너무 가볍게만 읽었나? 며칠 묵혀 두었다가 9월에 다시 꺼내 읽으면 무아, 색즉시공, 타오, 선, 타력.... 안에서 나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