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나더라도 인생 앞에 무릎 꿇지 말라
스샤오옌 지음, 양성희 옮김 / 다연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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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p220  다 아는 척 하지 마라

        모든 일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

 

언제나 생각은 하고 있으면서 성격상 실천이 잘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눈물이 나더라도 인생 앞에 무릎 꿇지 말라'를 읽으면서 다시금 이 문장을 머릿 속에 새겨 넣는다. 그래, 인생이 너무 심각하면 웃을 일들이 사라지는 법이니까. 그 자체로 건강이라는 웃음을 잃으면 얼마나 인생이 피폐해지는지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예전보다 좀 덜 읽고 덜 생각하고 덜 쓰는 대신 더 듣고 더 쉬고 더 보다듬으며 살고 있다. 그랬더니 자연스레 다시 내게 웃음이 찾아왔다.

 

인생이 공평해야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10대, 20대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고 룰을 여기며 사는 사람들, 도리를 저 버리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었으며 착한 끝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아보니 반드시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었다. 물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많긴 하지만.

 

인생은 결코 공평하지 않지만 좌절할 일도 슬퍼할 일도 아니다. 착한 끝이 없다고 해도 화낼 일이 아니다. 좀 더 영리하게 살고 좀 더 욕심을 놓으면서 살면 된다. 건강하게 웃을 수 있는 하루가 허락되는 한 세상 그 어떤 것도 나를 어쩌지 못한다는 마음만 굳게 믿고 산다면. 저자의 첫머리 말처럼 사람은 미완의 존재로 태어나 자신을 완성해나가며 살아간다. 그 주어진 과제를 긍정의 마인드로 헤쳐나간다면 인생의 반전이 주어진다는 것이 저자 스샤오옌이 살짝 알려주는 삶의 비밀인 것이다.

 

다만 살면서 경험이 축적되니 그 경험들을 자칫 맹신하게 되는데, 저자는 중화민국 초기의 정치가인 캉유웨이와 한 CCTV 회사의 광고를 통해 타인의 성공을 벤치마킹한다고 똑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으며 과거의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때 그 경험이 무덤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저자의 경고들 혹은 충고들이 이래라 저래라는 식이 아니라 예시에 따른 누군가의 경험이며 누군가가 이미 해 본 방법들이기에 더 신뢰감을 얹게 되는 것은 물론이요, 충고의 형식을 띄지 않아도 충분한 교훈으로 남겨진다.

일본인 저자들은 간결하고 핵심적인 문장으로 타인에게 지혜를 전하는 반면 중국인 저자들은 고사성어나 중국의 위인들의 삶을 통해 에피소드 형식으로 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스샤오옌을 책을 읽고 있자니 중국 저자들의 글들도 점점 더 간결해지면서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하는 형식으로 변모되고 있구나 싶어진다. 고리타분하다는 느낌이 아닌 신선하면서도 그 누군가의 성공담 보다 더 가슴에 와닿는 문장들이 많아져 경제, 문화에 이어 서적에까지 중국인들이 몰고올 변화의 바람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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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BOOn 7호 - 2015년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 편집부 엮음 /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월간지)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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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장 가깝고도 먼 나라. 지리상 가장 가까우면서 정서적으로 가장 먼 나라가 '일본'이라는 나라가 아닐까 싶다. 아주 비슷한 문화들이 엿보여 좀 가깝게 느껴지다가도 '독도 = 다케시마'라고 부른다거나 위안부 할머니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그들의 정치적인 성향, 몇몇 이해 안가는 문화적인 부분들 탓에 나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항상 아예 문화적 코드가 달라 그 다름을 일찌감치 인정해버린 아메리카보다 더 멀리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내게 매월 15일 격월로 발간되는 [BOON]은 다시 그 간격을 좁힐 수 있는 작은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벌써 7회. 꽤나 읽을거리가 많아 신나게 펼치게 만드는 잡지 속에는 겨울이 잔뜩 들어 있었다.여전히 화산활동의 영향을 받아 온천여행을 즐길 수 있을만큼 온천지역이 산재해 있는 일본에서는 비단 벳부와 유후인만이 유명한 지역이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벳부는 일본에서 제일의 용출량을 자랑하는 온천도시다. 그래서인지 아름다운 우미지고쿠, 성분이 조금씩 다른 8개의 온천 지역인 벳푸 핫토, 역사가 오래된 지고쿠메구리 등등을 둘러 볼 수 있고 고젠인, 길린코, 아르테지오 등을 구경할 수 있는 유후인도 다녀오기 좋은 온천 지역이다. 특히 특집기사로 실린 '일본인과 온천문화'를 읽다보면 촤초의 온천인 유노미네는 세무천왕 당시 수행자들의 부정을 쫓는 공간이었으며 이로인해 고대 일본에서는 온천신사의 제신에게 제사를 시행하기도 한다는 재미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9세기에 이르러서는 불교 포교의 수단으로 이용되었던 온천이 12세기에 이르러서는 치료를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어 현대의 입욕문화가 이때부터 시작되었음을 짐작케 만든다. 온천 투어리즘이라는 주제하에 근대화, 정치학, 기행문 등으로 나누어 쓰여진 글의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그 유래를 알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읽는 내내 그 어떤 상식서적을 읽을 때보다 더 흥미롭게 읽어냈던 것도 사실이다.

 

반면에 대한제국시절 이미 수학여행을 실시 하고 있었다는 우리네 수학여행에서부터 충성심 함양을 위한 정치적 계략으로 행해진 조선으로의 수학여행을 감행한 제국주의 시절 일본에 이르기까지 여행이 그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보는 시선과 관점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갑자기 서글픔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저 즐기면서 그 느낌을 향유할 수는 없었단 말인가.

 

하지만 그 서글픔도 잠시 접게 만드는 페이지가 있었으니 '겐지 이야기'를 재미나게 읽었던 내 앞에 나타난 '겐지모노 가타리의 장편화'라는 글이었다. 신분의 위계가 엄격했던 시절 후궁 기리쓰보를 사랑했던 기리쓰보 천황이 겐지를 낳은 채 연인이 죽자 그녀와 닮은 여인 후지쓰보를 맞아들이는 것으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하지만 최고의 갈등은 아버지와 아들이 한 여인 후지쓰보를 사랑하게 된다는 점이며 그 과정에서 아들 겐지의 아이를 낳은 후지쓰보가 황자를 낳고 그 아들이 왕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죽어도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들의 왕권을 지켜주기 위해 출가를 해 버린 후지쓰보로 인해 쓸쓸한 마음을 갖게 된 겐지는 그녀의 친조카를 10살 무렵부터 저택으로 데려와 함께 기거하며 이상형의 여인으로 키워낸다는 이야기이다. 어찌보면 사랑의 완성같고 어찌보면 이상하기 짝이 없는 이 이야기 속에 '우연'이 등장한다. 글쓴이의 말처럼 우리는 가끔 서로 닮은 사람들을 만난다. 논리적으로 불가능하게도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그녀의 글을 읽으며 앞 페이지에서 느꼈던 쓸쓸함과 서글픔은 싹 잊혀지고 없었다.

 

새로운 마음으로 계속 읽기를 진행하던 도중, 특이한 페이지에서 그만 눈길을 사로잡혀 버렸는데, 소세키와 시키의 우정을 다룬 페이지였다. p154 둘 다 누구하고나 쉽게 친해지는 성격은 아닌, 다소 예민하고 까다로운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그 둘을 하나로 묶어주는 무언가가 있었으니 바로 예술/문학/시와 소설에 대한 물음이었다 에서 떠올려지는 친구가 둘 있었다. 그 시절 소세키와 시키처럼 밤새는 줄로 모르고 문학과 문화에 대해 열정을 탐하고 토론에 침이 마를 줄 몰랐던 내 어린날의 친구 하나와 지금 내 곁에서 꾸준하고 문화적 탐미를 함께 추구하고 있는 친구 하나. 전혀 다른 타입이지만 다소 까다로운 내 친구가 되어 곁에서 함께 공감을 형성해주는 고마운 벗들. 그래서 유명한 문인들의 우정의 마음을 나 역시 십분의 일, 백분의 일은 체감할 수 있을 듯 하다. 그 마음이야 똑같지 않겠는가.

 

그 외에도 드라마 <어젯밤 카레, 내일 빵>,제 132회 아쿠타가와 상 외 여러 상들을 수상한 작가 아베 가즈시게와의 인터뷰, 하루키가 쓴 '여자 없는 남자들'에 대한 서평 등등 너무나 읽을거리가 많아 활자중독 상태인 나를 거의 혼수상태로 이끌었던 [BOON]은 도중에 언급했던 지금의 내 소중한 벗에게 전달하여 이 내용으로 또 몇날밤을 지새우며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상상하게 만든다.

 

요즘 책값이 좀 비싸다. 물가대비 출판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가격 조차 저렴할지 모르겠지만 연봉은 발목잡혀 있고 책값은 예전과 다른 요즘, 그래도 문화 생활을 하고 싶어 책을 고르는 독자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가격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같은 가격이라고 해서 내용도 다 똑같이 알찬것은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격월간지 [BOOM]은 가격대비 정말 알찬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착한 내용이 가득해 흐뭇한 마음으로 마지막 장을 덮게 만든다. 이름 그대로 '유쾌한 일본문화 읽기'를 한 권으로 끝낸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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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삼킨 소녀 ㅣ 스토리콜렉터 2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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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왔다. 전체 인생을 두고 볼때 십대 소녀의 계절은 봄이다. 사계절의 의미를 아직은 잘 모를 그저 파릇파릇해야하는 그런 이른 봄. 하지만 소녀는 '여름을 삼킨 소녀'로 불릴 만큼 많은 것을 알아 버렸다. 소녀의 계절은 이미 여름이며 시간은 밤이다. 태어난 그 순간부터-.

 

아들만 넷인 그랜트가에 막내로 입양된 셰리든은 십대소녀다.  1994년 미국 네브라스카 주 페어필드는 주민이 1500명 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이었다. 누가 누구의 아들이며, 누구네 집 포크가 몇 개더라 할만한 비밀이 없는 동네. 문화적, 사회적 생활의 대부분이 교회에서 결정되는 소박하고 평화로워보이지만 안으로는 지루하고 답답한 그런 동네. 운 좋게도 명망 있는 가문의 고명딸이 된 셰리든은 무뚝뚝한 양아버지의 관심과 언제나 악의적인 양어머니 사이에서 양육 되었고 오빠들과는 그럭저럭 잘 지내며 자랐다. 단 한 명 망나니 에스라 오빠를 제외하고. 

 

p64 그해 여름, 내 삶은 달라졌다.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첫사랑 제리와 헤어지고 농장의 일꾼인 대니와 첫 경험 당시 셰리든의 나이는 열다섯이었다. 대니에서 브랜던으로 갈아탈 무렵 오빠들 중 가장 친했던 조지프가 해군에 입대해 버렸다. 양엄마 레이첼의 엄격함과 손찌검 그리고 학대가 더해가고 있었지만 집과 멀리 떨어져 나가 있기만 한 아버지는 딸을 보호하려 들지 않았고 집 안 그 누구도 레이첼과 에스라에세거 셰리든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 없었다. 그녀 스스로 강해져야만 했다.

 

여동생이 있는 욕실에 옷을 벗고 들어와 성기를 드러내고 자위를 일삼던 에스라에게 새 남자를 들키고만 시기도 셰리든의 열여섯 생일이 지나고 나서였다. 책을 쓰기 위해 왔다는 금발의 뚱뚱이는 사실 학교에 새로 온 선생이었고 부인도, 고향도, 직업도 모두 거짓말인 저질 성인 남자였을 뿐이었다. 그해 여름, 나쁜 일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1957년 캐럴린 쿠퍼의 일기장을 발견해 낸 것이다. 양아버지의 과거 연인이자 양어머니의 여동생, 그리고 셰리든 자신의 생모인 캐럴린. 그녀가 갑자기 고향을 떠나기 전까지 있었던 일을 알아내야만 했다. 그 사이 에스라에게 성폭행 당할 뻔 하기도 하고 실제로 경찰에게 성폭행을 당해 생긴 아이를 낙태하는 아픔을 겪었으며 에스라의 친구들에게 또 다시 성폭행 당할뻔 한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것도 에스라가 100달러를 주고 사주한 덕분에.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성인 남자 닉은 게이였으며 말이 통하는 성인 남자인 목사님과는 불륜관계였지만 그 누구도 셰리든에게 행복하게 사는 법, 평범하게 사는 법에 대해 알려주지도 보여주지도 않았다. 열 여섯. 둘러싼 환경이 답답하기만 했던 십대 소녀 앞에 던져진 운명은 이토록 가혹한 것이었고 끔찍했다.

 

목졸려 살해되기 전까지...사랑을 잃고 가슴 아프게 살았던 생모의 인생을 자신의 욕심 때문에 망쳐버린 레이첼 이모의 죄상이 낱낱이 드러나는 순간 저 가슴 밑에서부터 올라오던 눈물을 온 힘을 다해 눌러야했다. 열 여섯의 소녀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 해였고 온갖 끔찍한 것들을 겪어내야했던 시기였다. 열여섯은. 셰리든에겐.

 

그리고 모두에게 굿바이를 남기고 정말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떠났다. 빛나는 재능만을 챙긴채. 전재산 1000달러 뿐이었지만 고향에서 멀어질수록 마음은 더 가벼워질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이런 결말을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밝혀진다고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 누구라도 이 아이의 마음을 보듬어줄 사람이 나타나길 바랬고 달콤한 결말을 꿈꿨지만 넬레 노이하우스는 가장 현실적이면서 가장 무난하게 결말지어버렸다. 모든 고통에서 떠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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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사슬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9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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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을 읽으면서 앞으로 이 작가 참 힘들겠구나 했다. 이보다 더 놀랍고 뛰어난 작품을 써야 할테니...작가에게 고백은 최고의 영광이면서 어쩌면 최고의 족쇄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고백>으로 서점 대상을 수상하면 오 년 후에는 새 품작으로 기억되는 자가가 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는데, 그 동안 작가의 다른 책들(경우, 속죄, 왕복서간, 야행관람차)을 읽어도 솔직히 고백만큼 와닿지 않았다. 꽃사슬 역시 뛰어난 작품이지만 고백만큼은 아니었다. 그만큼 미나토 가나에가 넘어야 할 산은 태산급인 것이다.

 

돈이 필요한 여자와 진실을 원하는 여자 그리고 과거를 지우려 하는 여자 이렇게 세 여인이 주축이 되어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조각들을 맞춰 나간다. 어찌보면 만화경 속처럼 어지러울 수 있지만 세 여인의 이야기를 각각 떼어놓고 차분히 읽기 시작하면 그 해답이 조금씩 보인다. 비밀로 가득 싸여 있지만 결코 추리소설 읽듯이 맘이 조급해지지 않아 오히려 담담하게 읽히는 책이 바로 [꽃 사슬]이다.

 

제목 꽃 사슬은 하나로 묶어주는 아름다운 사슬이라는 의미로 유명한 중국 당나라 중기의 위대한 시인 백거이가 은협률에게 보내는 시 한 구절 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미유키, 사쓰키, 리카의 이름에 각각 눈, 달, 꽃의 한자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 아름다운 이름의 여인들이 가슴에 품고 마음에 잠궈둔 비밀들이 결국 하나로 풀리는 이야기에 딱 맞는 아름다운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할머니, 어머니, 딸 그들의 아름다운 20대가 동시에 보여지며 이야기는 그들의 그날 즉 오늘날을 흐르게 만든다.

 

어린이 영어회화 강사로 일하다가 학원의 부도로 실직하게 된 리카는 어린시절부터 집으로 꽃을 보내오던 k라는 키다리 아저씨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곧 그를 만날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부모님을 사고로 잃고 외할머니마저 몸저 눕게 된 지금, 그 누구보다 리카에겐 k의 도움이 절실했다. 특히 병상의 외할머니가 꼭 필요한 물건을 입찰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할 때는. 더더욱.

 

그리고 그 k를 만나는 과정에서 리카는 외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자신까지 이어져온 질긴 운명과 우연의 인연과 마주하게 되는데......과거를 알게 된다는 것이, 진실이 밝혀진다는 것이 모두에게 반드시 좋은 일일까? 한번쯤 고민되게 되는 일들이 리카에게 일어나게 된다.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로 인해 남편을 잃었다. 남편의 공을 가로챈 것도 모자라 그를 죽여 버리다니....소름끼치도록 징글지글하게 느껴진 가족들로부터 벗어난 미유키는 유복자로 태어난 딸을 키우며 독하게 살아남았지만 그 딸이 하필이면 남편을 죽음으로 몰아간 외사촌 오빠의 아들과 사랑에 빠지자 그 옛날의 상처가 비집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육촌이지만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과 가족이 되기 싫어진 사쓰키는 사랑하는 남자를 친구 기미코에게 양보해 버린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사쓰키의 딸인 리카가 그들 앞에 서게 되고......!

 

p246  옳은 일은 옳고, 그른 일은 그르지

 

많은 시간이 흘러서야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지나간 시간과의 화해를 하며 다시 힘차게 오늘을 살아가는 것으로 소설은 끝맺어졌다. 생각만큼 짜릿했던 복수도, 잔인한 악인이 등장한 것도 아닌 그저 물흐르듯이 어제와 오늘이 이어지는 모습이야 말로 가장 현실과 가까운 결말이 아닌가 하여 오히려 안도하게 될 정도였다. 핑크빛 표지만큼이나 아름다운 이야기는 작가의 전작을 뛰어넘지는 못했지만 아주 뛰어난 스토리로 2015년 아직 봄이 오지 않은 길목에서 나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다시 찬찬히 읽어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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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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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 거짓말 같은 일이 눈앞에서 펼쳐지던 날을....!

외교 분쟁이 빚어질 때마다, 힘이 없어서 당연한 우리 땅을 두고 자기네 땅이라 우겨도 계속 불구경하는 정부가 한탄스러울 때도, 서민 경제가 어렵고 고달프게 느껴질 때, 기득권을 위해 법이 만들어진 것에 대한 진실에 눈 떴을 때......그런 순간 순간 이 나라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어 궁둥이가 근질근질하곤 했다. 하지만 반대로 김연아가 세계 1등의 실력을 보여줄 때, 한류가 글로벌 문화를 만들어 나갈 때 등등 이 나라 대한민국의 국민임이 자랑스러운 순간도 있어 그 울분은 삭혀지곤 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가득 태운 배가 타이타닉호처럼 바다로 내동댕이쳐지는 순간 그 많은 목숨을 그저 입벌린 바다로 쑤셔 넣은 대한민국을 이해할 수 없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명 그들은 손 놓고 있었다. 매체의 보도가 어떻게 보여지든, 그들이 주장하는 바가 어떻든 간에 국민들의 머릿 속까지 바보로 만들 순 없었으므로.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굴러도 요지부동인 그들 앞에서 내 가족, 내 친척의 일은 아니었으나 그들의 일이 과연 그들만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마음 한 뜻이 되어 '제발 한 아이만이라도...제발...단 한명이라도..."간절히 바랬으나 오열과 분노 앞에서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 현장에서 보고 듣고 기억한 수백개의 금요일에 관한 기록이 바로 이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이었다.

 

너무 가슴 아파서 끝까지 읽어낼 수 있을까? 자신 없었지만 이 기록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읽어야 할 가슴 아픈 현실이며 허지웅의 말처럼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기록'이다. 다시는 없어야 할 비극이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꼭 밝혀내야하는 진실이 묻힌 비밀인 것이다.

 

망각해서도 안되고 잊어서도 안되며 기억을 귀찮아 해서도 안된다. 우리만 슬프다고, 우리만큼 슬퍼해달라고....울부짖는 것이 아니다. 유가족들은-. 그 날 그 차디찬 바닷속에 있던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이었는지...그들의 그날이 어떠했는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래서 더 울부짖고 더 슬퍼하고 더 다그쳐야 한다. 가난했지만 너무나 착했던 호성이의 그날을 읽으며 나는 이 착한 아이가 왜 희생되어야 했는지 아직 그 답을 알지 못한다. 먼나라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나라 우리 땅에서 일어난 비극인데도 그 먼 6.25를 기억하고 4.19를 가슴 아파하면서 왜 416은 잊혀져야하는지 이들의 사연을 읽고나니 더 납득이 가지 않았다.

 

오늘도 새로운 해가 뜨고,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우리는 깔깔대겠지만 적어도 이 비극이 일어난 것에 대한 멍울은 가슴에 담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민이기에-. 사람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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