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무도회 2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총 77편. 이 중 70번째 작품인 이 소설은 불행히도 내겐 70번째 읽는 그의 작품은 아니었다. 국내엑 그 작품들이 몽땅 번역되어져 들어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은 2차 세계대전 후 쓰여진 글들인데도 불구하고 현재에 읽어도 전혀 시시하거나 구닥다리같은 느낌이 없다. 과학적인 수사도 흉악한 범인도 없다. 그보다 더 진한 인간의 그 밑바닥을 긁어내면서 타인과의 관계,가족과의 관계속 생채기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 점이 더 사람의 심금을 흔들어 놓는다.

 

1964년. 왕성했던 작품활동을 뒤로 하고 절필했던 그가 10년의 구상 끝에 세상에 내어놓은 작품인 '가면무도회'는 사회적으로 가치가 증명되었던 남자들을 섭렵(?)하며 화려한 연애사를 펼치던 한 여인과 그 남자들의 인연을 통해 그들과 둘러싼 사람들이 그동안 써왔던 가면을 한 순간 벗겨 버림으로써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잔혹한 일면이 있는지 드러내버린다. 모두에게 상처를 주면서.

 

두 번째 남편, 첫 번째 남편, 세 번째 남편, 그리고 네 번째 남편...의 순으로 행해지는 살인.순서가 중요한가? 동기가 중요한가? 2권을 읽으면서 나는 내내 궁금했는데 이 소설 속에서 긴다이치가 중심에 서서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아 일순 답답하면서도 반면에 범인의 존재보다는 결국 사건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작가가 직접 '베스트 10' 중 하나로 올려둔 이 소설이 다른 소설에 비해 뛰어나다는 것은 느낄 수 없었다. 같은 화가가 그린 같은 풍의 그림처럼 '가면무도회'는 읽는 순간 요코미조 세이시의 글의 냄새가 진동을 한다. 가족과 가족이 얽히고 그 속에 처와 첩이 있고 서로가 서로를 지극히 사랑하는 관계가 아니면서도 적당히 체면치레 하면서 사는 관계의 연속.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그리고 배신. 음모. 잘 버무려진 비빔밥을 앞에 둔 것처럼 읽히는 가독성. 하지만 무언가 밋밋했다. 드라마로 두 번이나 찍혀진 작품이라지만 무언가를 더 기대하게 만든 요소가 가득했던 1권을 읽었던지라, 내게 2권의 결말은 아쉽기 그지 없었다. 단순히 대단한 트릭이 등장하지 않아서 느껴지는 감정이 아니었다.

 

프로포즈를 받았으나 기대했던 프로포즈의 스케일이 아닐때 여자가 느끼는 상대적인 허탈감처럼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그동안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들을 읽으면 높여두었던 기대치에 도리어 발목이 잡혀 버린 느낌을 감출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다음 번역본이 출판된다면 또 재빠르게 구매할 예정이다. 하지만 다음 작품 또한 이런 느낌이면 어쩌지? 라는 약간의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p 317  악마가 점지해주신 아이 같은 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