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팅 1
조엘 샤보노 지음, 임지은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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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헝거게임>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은 시간이 이만큼 흘러 지금 다시 기억을 더듬어도 여전히 떠올려질만큼 충격파가 컸다. 이후  소년들의 달리기 서바이벌이 인상적이었던  <메이즈러너>까지도 재미나게 읽었으나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면 아마 식상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던 순간 편견의 고리를 부순 것이 바로 <테스팅>이었다. 전 3권의 소설이라는데 이제 막 1권을 읽은 나는 벌써부터 2권과 3권이 읽고 싶어 온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살아간다는 것' 이라는 표현은 어쩐지 느리고 축축 쳐지는 느낌이라면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은 어떤 다박함과 절박함이 더해져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들어 버리고 만다.  어른이 되어보아도  살기 힘든 것이 세상일진데 어린 소년, 소녀들이 생명을 담보로 대학입시 경쟁을 치우어야한다면 이보다 더 가혹한 운명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폐쇄된 일정 공간 속에 108명의 청소년들을 가두어두고 그 중에 20명 정도만 살아 통과하기를 바라는 어른들이 품고 있는 차세대에 대한 희망이란 대체 무엇이길래.

 

'시아'라고 불리는 소녀는 다섯호수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아주 뛰어난 오빠가 있지만 그녀의 오빠인 진을 포함하여 다섯 호수 마을에서는 지난 10년간 그 누구도 테스팅에 선발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녀의 가족들은 그 일에 안도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딱 10년 만에 뽑힌 테스팅 응시자가 바로 시아였고 예전에 시험을 치른 적이 있던 그녀의 아빠는 중요한 당부를 하며 사라진 기억 속 떠올려진 몇몇가지를 알려주었다. 사실 테스팅에서 살아남아 대학에 간 사람들의 기억은 지워버리고마는데, 당시 함께 참여했던 아빠와 학교 교장의 기억은 덜 지워졌던 것.

 

인류가 7차에 걸친 전쟁을 치르면서 그 결과 또한 후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살아가게 된 현실 속에서 자연의 복수를 피해 99년 전 토수시티가 세워졌다. 강한 리더만이 현인류를 이끌어갈 수 있기에 목숨을 건 대학입시인 '테스팅'이 실시 되었고 뛰어난 인재들은 각각 뽑혀 시험대에 세워졌다. 누구를 믿어야 될 것인가. 누구를 믿지 말아야 할 것인가. <헝거게임>에서도 <메이즈 러너>에서도 주인공들의 머릿속을 괴롭혔던 그 동일 질문이 시아에게도 전달된 듯 했다.

 

헝거게임에서와 같이 시아에게도 토마스 엔드레스라는 멋진 파트너가  있어 서로 의지하며 고난을 뚫고 나왔으나....로맨스 아래에 작은 의구심들을 복선처럼 깔아놓은 것 역시 헝거게임과 비슷했다. 말렌시아 베일. 2권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폐허가 된 지구. 통일연방 정부에 의해 고안된 테스팅. 최고의 리더 자질을 가진 소년소녀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 연례행사 속에서 물론 주인공 시아는 살아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보는 재미가 톡톡할 이 소설의 다음 권에서는 또 어떤 배신과 슬픔이 도사리고 있을지....사뭇 기대가 된다.

 

그저 대학에 가는 것일 뿐인데....목숨까지 걸어야 하다니...지금의 우리들에게는 그만큼의 절박함은 없지만 대학을 졸업하고도 100세 시대를 살아갈 자구책을 찾아헤매야 하는 답답함은 그들이나 우리나 동일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친구들이 사라진다....하지만 살아남아야한다.... 읽는 내내 이렇게 주인공의 마음속 소리가 심장을 파고들었다. 지속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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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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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안하고 살 수는 없을까?

그런 세상에서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의도가 된 것이든 아니든 간에 묵묵히 입을 닫고 침묵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오해와 거짓을 불러일으킬 세상을 살고 있다보니...인간의 한 평생 속에서 거짓을 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보여졌다. 그래서 리즈 위더스푼과 니콜 키드먼 주연의 HBO드라마 원작소설은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무척이나 구미가 당기는 요소요소들이 많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P35  이곳을 분명히 사랑하게 될 거예요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우리네 속담 하나가 떠올려지는 이 제목을 발견한 순간, 대체 어떤 사건이 일어나며 몇명이나 연결되어 있는 거짓말에 몇명이 죽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한  마을에 모인 세 명의 여인들. 각자의 인생이 한 데 얽힐 거라고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자신의 삶을 채워나가기에 바빴던 그녀들에게 그날이 왔다. 드디어.

 

제인. 가장 평범한 이름이면서 가장 눈에 띄지 않게 살려고 애쓰는 여인이 가져온 비밀. 싱글맘으로 살아온 그녀는 6개월이상 한 곳에 머무르지 않으며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지고 원나잇스탠드로 아들을 임신한 그녀는 그 과정에서 난생처음 폭력을 경험했는데 목이 졸리고 숨이 막히는 상태에서 성행위가 이루어졌으며 이후 그는 마치 그녀를 쓰레기조각처럼 쫓아내어 버렸다. 수치심으로 연소하고 싶었을 그녀에게 하늘은 아이를 점지했고 낙태가 아닌 출산을 선택한 그녀는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역마살이 있는 여자처럼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오래오래 머물고 싶은 곳에 닿을 내렸으나...그 곳에 그 남자가 살고 있었다.

 

매들린. 이미 한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가장 최악의 상황은 남편과의 이별이 아니라 전남편이 새식구들과 같은 동네에 살게 되었다는 것. 아이들 또한 한 동네, 같은 학교에서 함께 자라게 되도록 정착한 남편에 대한 분노와 사춘기 딸의 삐딱한 행동은 하루하루 무너지는 매들린의 마음을 깨고 또 깨어부수면서 주저앉게 만들고 있었다. 바로 그 시점에 상처입은 새처럼 등장한 제인모자를 보고 그녀는 그들을 돕기로 마음 먹으면서 마음 속 에너지를 다시 끌어모아보려 애쓰는 여인이었다. 그리고 그토록 완벽해 보였던 전남편의 새부인 보니가 모두의 눈 앞에서 한 남자를 밀어버렸다. 죽음 속으로-.

 

셀레스트. 피리위 반도에서 걱정 없어 보이는 부부가 바로 이들 부부였다. 멋진 배우자와 넉넉한 생활. 무엇하나 흠잡을 구석이 없어 보이는 부부에게도 문제가 있었으니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셀레스트를 옭죄고 있었을 줄이야. 부유하고 멋진 남편은 보이지 않는 곳만 골라 때려놓고서는 곧장 보상을 안긴다. 하지만 고통스럽고 숨이 막힐 것 같은 가정에서 탈출하고 싶은 셀레스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엄마들간의 치사한 편가르기가 시작될때까지만 해도 셀레스트는 그 화살의 결말이자 시작점이 자신의 가정이 될 것이라고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겉으로는 평화스러워보이는 지역에서 꽁꽁 숨겨진 가정사. 그리고 학부모의 입장에서 제 자자식만 감싸려는 엄마, 자식을 통제하지 못하는 엄마, 자식에게 나쁜 유전적 인자가 있을까봐 걱정하는 엄마....들이 감추고 숨기며 벌어지는 이야기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오롯이 아이들이 교실이라는 공간 속에서 그 권력의 속성을 체험해야 했다면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은 익숙한 이웃들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사는지!!! 타인의 인생에 왈가왈부할 자격이 감히 있는 것인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이곳을 분명 사랑하게 될 거에요' 라는 평범한 한 문장이 마지막까지 따라 붙으며 그 의미를 달리하게 될지 미처 몰랐었기에 곱씹고 곱씹어 볼 수록 한 판의 뒤집는 케미를 선물한 리안 모리아티의 이번 소설에 전작보다 후한 점수를 주고 싶어졌다. 개인적으로는 <허즈번드 시크릿>보다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이 훨씬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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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팔사략 - 쉽게 읽는 중국사 입문서 현대지성 클래식 3
증선지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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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만큼 두꺼운 두께의 책읽기는 정말 오랜만이라 책을 받아들고 설렘이 앞섰다. 중국의 역사는 너무도 방대하고 그 국가들이 많아 일일이 다 알기 힘들며 한 권으로 딱 압축 요약하여 읽어볼  수 없어 아쉬웠는데 [십팔사략- 쉽게 읽는 중국사 입문서]를 통해서 그 흐름과 맥락을 읽어낼 수 있으니 반가움은 배가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각 나라별 자세한 에피소드나 배경적 지식, 역사적 모든 주요 인물들을 다 살펴볼 수는 없다. 그저 대략적인 중국 역사의 순서별 흐름만 읽어 머릿 속에 각인된다 해도 좋으리라. 말 그대로 쉽게 읽는 중국사 입문서 이니까. 중국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인물인 '황제'가 등장하는 고대시대부터 송나마 멸망까지의 역사를 서술한 역사서사 바로 십팔사략이다.  즉 '18가지 역사책의 요약'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이는 송나라 말기에 태어나 원나라 초까지 그 생을 살았던 증선지라는 인물이 쓴 기록으로 그는 학자이자 법관으로 역임하다가 망국을 맞이하고는 그냥 벼슬을 놓고 초야에 묻혀 글을 쓰면서 산 사람이었다. 공직에 있을 때 공정하기로 이름을 떨쳤던 그의 몽타주는 그래서 '포청천'처럼 떠올려졌으나 이내 머릿 속에서 그 영상조차 지워버렸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저자가 아니라 등장하는 역사속 인물들이므로. 책읽기에 방해되는 상상은 잠시 접어둔 채 부지런히 읽어나갔다. 그렇게 읽어서 꼬박 사흘의 시간동안 책과 함께 했는데 덕분에 그 어렵다는 십팔사략을 읽어냈다는 뿌듯함도 더해졌다. 물론 예전 번역본에 비해 이번 책은 매우 쉽게  출판된 책이라고는 하지만.

 

특히 재미있었던 페이지는 시황제파트였다. 중국 역사 속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시황제의 출생에 관한 에피소드가 등장했는데 여불위를 그의 아비로 지칭하고 있었다. 여불위는 한나라 지방의 상인이었지만 그 보는 눈이 탁월하여 왕제를 눈여겨보고 그를 왕의 자리로 밀어넣은 일등 공신이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20명의 왕자 가운데서 눈에 띄지도 못했던 왕자인 자초를 왕의 총애인 화양부인과 연결시켜 그를 왕으로 만들고 그 자초에게 임신한 자신의 애첩을 왕비로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태후로 만들고 그 아들을 황제로 등극 시켰다고 한다.

 

그 외 눈에 띄였던 역사적인 망국의 되풀이 재앙은 미인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 하나라는 17대 걸왕에 이르러 '매희'라는 경국지색으로 인해 은나라에 멸망했고 은나라는 30대 주왕 시대에 '달기'로 인해 주나라는 '포사'로 인해 멸망하였다고 전했다. 과거의 역사를 왜 배우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이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도 있겠고 반대로 그럼에도 앞세대에서 충분히 반성치 못하고 경계하지 못하여 같은 이유로 동일한 결과를 초래하는 우를 범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는 예시도 될 수 있을 터였다. 역사라고 하는 것은-.

 

p255  임금의 병은 마음이 좁은 데 있고, 신하의 병은 검소하지 못한 데 있다

 

가장 뒷페이지에 기록된 <중국 역사 연표>를 참조하면 은/주/춘추시대/전국시대/진/한/신/후한/위촉오/진/5호 16국/북조북위남조송제양진/수/당/오대/요/송/금/남송/원/명/청/중화민국/중화인민공화국에 이르기까지의 그 역사가 순차적으로 연대별 정리되어 있어 한 눈에 들어온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그 이름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보았던 저 나라들의 그 순서를 그간 제대로 암기하고 있기나 했던가. 위촉오가 먼저인지 원/명/청의 순서를 제대로 나열하라는 식의 문제가 던져지면 절대 그 해답을 알고서 맞출리 없을 것이라는 깨달음이 책 읽는 한 독자를 부끄럽게 만들고 말았다.

 

달달 암기할 수 없을만큼 중국의 역사는 세세하게 파고들어 익히자면 너무나 양이 방대하여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들 정도다. 하지만 그 흐름을 먼저 파악하고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이렇듯 국가별로 하나씩만 기억하고 있어도 한결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것이 바로 이야기를 매개로 한 역사와 친구맺기의 첫걸음인 것이다. 성인이 읽어도 좋겠지만 역사를 바르게 알아야하고 우리와 주변국가의 시대별 연계성을 잘 꿰고 있어야할 고등학생들이 읽어도 좋을 십팔사략의 입문서는 [현대지성]에서 출판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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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날의 스타일북 가을-겨울 Autumn-Winter - 매일매일 새로운 365일 코디네이션 보통날의 스타일북 2
기쿠치 교코 지음, 김혜영 옮김 / 비타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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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인기 스타일리스트 기쿠치 교코가 제안하는 가을 / 겨울 매일 코디네이션은 사실 특별하진 않았다. 패션위크 위에 올려질만큼 대담한 색상이나 디자인들의 옷을 초이스 한 것도 아니었으며 '저걸 입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난해한 패션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유행과는 상관없는 룩들을 제안하고 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이다.

 

그녀의 코디네이션은 옷장을 열어 비슷하게 연출할 수 있을만큼 베이직 아이템에서부터 시작되었고 그 색상도 베이지/그레이/화이트/블랙 등의 조합이 기본이며 사이사이 블루/레드/체크 등으로 포인트를 줄 뿐이었다. 가장 평범한 세련됨을 보여주면서도 누구나 쉽게 소화할 수 있을만한 아름다움. 그녀의 제안은 활용도면에서는 완전 환영받기 충분한 스타일링이었다.

 

최근 몇달간 <시호시스토리하모니>,<나의 첫번째 스타일북> 을 펼쳐보며 내 옷장의 옷들을 과감히 쳐내고 심플하게 정리해두었는데 마침 <보통날의 스타일북-가을/겨울>로 응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어 행운을 잡은 느낌이 들었다. 최근 몇년간 그 좋아하던 백구매를 게을리하여 쇼퍼백 몇개와 에코백들이 보유한 아이템의 전부인 것이 약간 아쉽긴했지만. 겉모습이 멋진 것을 포기한 대신 그 돈은 마음이 멋져지는 쪽인 기부금으로 사용되었으니 후회는 없다. 다만 나이/장소/만남에 어울릴만한 룩은 최소한 스타일할 수 있어야겠기에 일본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기쿠치 교코의 우아한 스타일링을 내것화 해 보려 노력 중이다.

 

 

p 5  셔츠 한 장을, 스니커즈 한 쌍을, 꿈에 그리던 그 가방을 사기로 마음먹었을 때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유행을 그리 타는 옷들을 제안하지 않았다는 거다. 20대라면 약간 심심해 보일 수도 있지만 30대부터라면 질리지 않고 꾸준하게 몇년간 매년 펼쳐들고 코디해도 좋을만큼 그 매치가 자연스럽고도 우아한 느낌을 준다. 누구를 만나도 어색하지 않을만큼의 적당한 무게감과 함께.

 

매일매일 출근하는 직장인의 룩으로도 좋겠고 가끔 특별한 인터뷰나 만남을 이어나가야하는 프리랜서의 옷차림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맘들은 어떤가. 아이들을 픽업하다 누군가를 만나도 당당할 수 있는 옷차림. 학원에 데려다주고 그 시간동안 킬링타임용으로 카페에 홀로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책을 한 권 읽어도 화보속 주인공처럼 멋지게 눈길을 끌 수 있는 옷차림이 대부분이다. 10월 1일부터 마지막 3월 31일까지 이어지는 코디룩들은 비슷비슷해보이면서도 전혀 질리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전문가의 손길이 만들어낸 비법이 아닐까.

 

한번씩 미친듯이 톡톡 튀는 날을 제외하고는 보통의 날들은 그녀가 제안하는대로 입는다면 특별히 옷으로 실수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듯 했다. 나이가 들어도 여자는 여자. 가장 아름답고 싶고. 여전히 아름답고 싶고, 언제나 아름답고 싶은 그 욕망을 기품있으면서도 부드럽게 이루어줄 마법의 지팡이를 얻은 느낌이랄까. 가을-겨울 편을 보고나니 봄-여름편이 궁금해졌다. 조만간 앞권도 참고하여 365일 나만의 룩을 완성해보아야겠다.

 

멋지게 사는 일.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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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부자 16인의 이야기 - 조선의 화식(貨殖)열전
이수광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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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칭찬받기란 참 힘들다. 예나 지금이나. 그들이 그들의 부를 누리는데도 참 관대하게 바라봐주기 힘들다. 한 사람이 부를 이루는 과정에서 단 한 사람도 상처받거나 피해를 주지 않고 이루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저자는 부는 이루기도 어렵지만 지키기는 더 어렵다 책의 표지에 적어놓은 것이리라.

 

 

도서관 역사 서가에 서면 저자의 책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한민국 팩션의 대가라는 칭호가 당연하게 여겨질만큼 그는 많은 팩션형 역사서를 써 왔다. <나는 조선의 국모다>,<왕의 여자 개시>,<조선 명탐정 정약용>,<조선국왕 이방원>,<정도전>,<인수대비> 처럼 인물에 포커스를 맞출 때도 있고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조선을 뒤흔든 21가지 재판사건> 처럼 사건에 주목하여 쓰여진 대중 역사서들도 있다. 어느쪽을 읽든 작가의 필체에 익숙해지면 이야기는 그 옛날 케이블 드라마인 별순검처럼 머릿 속에서 영상처럼 펼쳐진다. 꼭 왕이나 신하, 여인들의 궁중 암투만 재미난 것은 아닌 것이다. 민초들의 삶도 사건의 독특함이 양념처럼 스며들면 아주 흥미롭게 읽혀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자다! 의외다 싶었는데 그는 평소에 역사 외에도 경제에 관심이 많아 부자를 연구해 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장사의 신>이라는 드라마가 시청률을 조금씩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조선부자 16인의 이야기'를 미리 읽어둔다면 드라마 역시 더 재미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돈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보여주는 모범적 인물을 우리는 소개받은 바가 없다. 책에도 등장하는 경주 최부자를 주인공으로 한 특집사극이 몇 해 전에 방영된 적이 있긴 하지만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부자들이 그들의 부를 사사로이 쓰지 않고 탕진하지도 않은 채 어려운 시국의 나라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들을 위해 내어놓는 일화들은 가슴을 훈훈하게 데워주기 충분했다. 우리네 선조들은 이런 사람이었던 것이다.

 

 

p7  우리는 열등한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부자가 되어야 한다. 현대는 이를 생존기본권이라고 한다.

 

 

왜 부자가 되어야 하나? 에 대한 답을 멋지게 해 줄 멘토가 있었던가. 살면서 교육을 수차례 받으면서 우리는 단 한 번도 실용경제에 관한 정기교육을 거친 적이 없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이 실용학문이 아니라 20년 전, 50년 전에도 배웠던 비슷한 과목/수업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정도전이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현실에서는 180도 뒤집는 교육안은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보니 가장 필요했던 교육이 경제개념과 시간활용이었다. 내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책임까지 다하기 위해서는 기본 베이스로 몸에 배여 있어야 하는 것들이었다. 어른이 되어 홀로 뒤늦게 배우는데 책만큼 좋은 선생이 없었는데 저자의 책은 올바른 부에 대한 개념탑재 및 혼탁한 시대에 부자들이 걸어야 할 진정한 길을 보여주고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분명 부자가 된다는 것은 축적하고 증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조선 보부상의 원조 백달원, 성인군자 유기장인 한순계, 장사로 도의 경지에 이른 상인 임상옥,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던 경주 최부자, 러시아의 따뜻한 남자 최재형 등의 부자는 어려운 사람을 외면하며 부자가 되지 않았다. 재물을 모으기 위해 민초들의 피와 땀을 착취하지도 않았고 권모술수로 그들을 꿰지도 않았다. 개구리 올챙이적 시절을 새카맣게 지우듯 어려웠던 시절을 외면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후대 그들의 평가는 후할 수 밖에 없다.

 

낙타가 바늘구명 들어가는 것보다 천국가기 더 힘들다는 부자. 이렇듯 부자가 좋은 평을 듣기란 참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이들 16인은 실행과 노력으로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그 모범을 보여줌으로써 현재의 우리에게 삶으로 가르침을 전한다. 세월이 이렇게 흐른 뒤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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