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눈물 나게 좋은 순간
김지원 지음, 강지훈 사진 / 프롬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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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영화, 내가 읽은 책, 내가 다녀온 카페, 내가 갔던 맛집 등등 무언가 하고 난 사실을 적는 글들을 많이 읽었다면 요즘 유독 눈에 들어오는 글들은 나의 마음을 담은 글들이다. 24시간 똑같이 주어진 시간동안 정신없이 바쁘게 스케쥴을 소화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만 가득 투덜투덜대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같은 시간은 감성을 듬뿍 채워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자처럼.

 

이제 스물 아홉. 한참 좋을 나이. 어른이라고 생각했고 고비라고 생각했고 문턱이라고 생각했던 그 나이를 되돌아보면 참 아쉬웠던 부분들이 많다. 그래서 아름다웠지만 다시는 돌아가고 싶은 맘이 들지 않는다. 그래도 훗날 돌아보면 얼마나 어리고 예쁜 나이인지 알게 되지 않을까. 오늘 스물 아홉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도.

 

감수성이 예민해 '글'을 쓰다가 광고회사 AE를 거쳐 뮤직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는 그녀. '젤리'라는 필명으로 수백 편의 콘텐츠를 연재중 이라는 그녀는 남들의 안쓰러운 시선에도 아랑곳 없이 당당하게 문화콘텐츠를 전공하며 신나는 대학생활을 보냈다. 수많은 공모전에 도전하면서. 그 어떤 스펙보다 그녀의 깨알같았을 20대 초반이 값지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때문인듯 했다. 남다름. 묘하게 조금씩 남다른 그녀의 시선과 행동. 내겐 참으로 예쁘게만 보이는 그 행로들 때문에 짧은 시처럼 쓰여진 감성글들을 더 두 눈 반짝이며 읽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P95  내 작은 말 한 마디는

       누군가의 하루를,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문득 읽다보니 '나중에'라는 말이 없어지면 좋겠다는 구절 앞에서 마음이 먹먹해져서 잠시 읽기를 멈춘다. 사람의 시간을 사람이 붙잡아매둘 순 없겠지만 인생을 살면서 각자 돌아가고 싶은 그 한 순간이 있는 것처럼 놓치고 싶지 않은 한 사람이 있기 마련일테니까. 저자는 유독 가족 중에 할머니에 대한 애틋함을 많이 드러내고 있는데 아버지, 어머니에 비해 할머니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더 짧음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마음만큼은 이미 어른인 그녀. 그런가 하면 가장 즐거운 데이트는 "임무가 끝나면 공범자를 더 사랑하게 된다"는 재미난 표현으로 풀어놓았는데 단 한번도 애인을 공범(?)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던 내게 그 표현은 아주 신선했다. 앞으로 자주자주 울궈 먹을 것 같은 예감과 함께.

 

'문장이 많은 사람' 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아름다운 저자는 오늘도 문장을 나누기 위해 부지런히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예상할 수 없기에 기대할 수 있다는 그 말. 참 멋진 그 말을 가슴에 새기면서 그녀의 다음 글들을 기다려봐야겠다. 나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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