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특종! 엽기 스캔들
김성기 지음 / 북랩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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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첫째 아들이면서 왕이 되지 못했던 혹은 되려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사내, 양녕대군. 역사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감초처럼 등장하곤 하는 그는 군주 곁의 현자같은 모습으로, 때로는 난봉꾼으로, 어느 순간에는 의뭉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곤 했다. 어느 모습이 진짜 그의 모습인지 알 수 없을만큼 그에 대한 해석은 다양했다. 하지만 언제나 양녕대군에 대한 이야기뿐이었고 그의 후손에 관한 이야기가 없어서 평범했나보다 했더니, <특종! 엽기 스캔들>에서 언급되고 있었다.

 

양녕대군과 첩 사이에서 태어난 딸인 '이구지'는 권덕영의 아내였지만 천례라는 사내종과 눈이 맞아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왕인 성종은 신하들을 향해 "그냥 덮어두어라"라고 했다고 한다. 셋째 아들 서산군 이혜는 또 어땠는가. 세종시절 홍치 호군의 상 중 첩을 덮치려다 미수에 그친 일을 필두로 친척과 더불어 한 기생을 번갈아 탐하기도 했으며, 문종 치하에는 "술김에 사람을 자주 죽였다"라고 실록에 기록되어져 있기도 했다. 양녕대군의 27명의 자식 중 대부분이 이러했다고 하니.....좀 씁쓸해진다. 갑질은 조선시대에도 만연했구나...싶어져서.

 

아침 막장 드라마보다 더 경악할만한 사건도 있었는데 중종의 아픈 손가락 같은 딸인 효정옹주는 남편의 바람으로 인해 평생 마음 고생을 하다가 소리소문 없이 죽었던 것. 이 같은 비보를 해산한 딸에게 의원과 의녀를 보내면서 알게 되니 분노가 하늘에 닿지 않을 수 있었을까 싶어진다. 왕의 딸과 결혼했으면서 그의 미움을 사는 부마라니....그런데도 왕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왕의 권력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니...조선의 왕은 양반보다 그 힘이 미약했던 것도 아니면서...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막판의 끝은 효정옹주를 힘들게 했던 첩 풍가이를 상궁 은대가 납치해서 죽였는데 그녀는 효정 옹주의 이모였다고 했다. 사람을 죽였으니 국법으로 다스려야겠지만 그녀는 유배형이라는 제법 가벼운 처벌을 받았고 명종이 즉위하자 문정왕후에 의해 다시 궁으로 불러들여졌다.

 

지고지순한 여인과 나쁜 남편 그리고 그 사이의 안하무인격인 첩. 여인의 죽음과 가족의 복수까지...아침드라마 혹은 평일 7시대 저녁 일일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스토리가 이미 조선시대에 있었음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너무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라기보다는 사람 사는 곳에 있었을 법한 추문들이 예전부터 산재해 왔구나...라는 씁쓸함이 남았다. 분명 어느 역사 드라마에서도 본 적 없는 이야기들이긴 했다. 내가 알고 있는 역사의 틀은 교과서 중심이었을 뿐임을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되면서....좀 더 다양한 역사 읽기를 시도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다잡게 된다. 자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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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 저택의 살인
코지마 마사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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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사랑하는 사이에서 들은 말이라면 어쩌면 달콤할 수도 있을 이 말, 주범과 공범 사이에서 들어야하는 말이라면 족쇄가 된다. <무가저택의 살인>은 낳아준 부모님의 존재가 궁금해 의뢰를 했던 한 여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치오지 시 남쪽 카타쿠라 마을 고아원에 20년 전에 버려졌던 '미즈키'는 성인이 되던 날 키워준 어머니로부터 편지를 건네 받았다. 

 

화자는 미즈키의 외삼촌. 재산이 많이 굳이 직업을 갖지 않아도 되는 삶의 주인공인 '타카치카'에게 아버지의 정부와 그 딸이 찾아왔고, 배다른 누이였던 '레이코'를 집에들여 대학에 보내주고 보살펴왔다는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별채에서 살인이 일어났다는 고백. 이 사연을 읽고 미즈키는 고민되지 않았을까? 혈육을 찾아야할지 말아야할지. 첫번째 넉넉한 재산, 두 번째 부모에 대한 궁금증, 세번째 살인사건에 대한 궁금증....이 중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생모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하게 만든 것일까. 

 

 

P460  나쁜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나쁘다-. 

 

 

에도 시대부터 전해내려오던 아카자 가의 전설이 그대로 재현된 듯한 살인사건을 두고, 그것도 20년 전에 살인했노라 고백한 글을 읽고 찾아간 저택에서 마주하게 된 것은 알 수 없는 음산함이었다. 게다가 과거의 살인이 현재의 삶에도 영향을 끼쳐 또 다른 살인을 불러온다면....비밀은 꼭 파헤쳐져야만 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고 만다. 하지만 진정한 반전은 마지막 장에 이르러 뭉크의 절규처럼 비명을 지르게 만들고 말았다. 타카치카와 사이토가 동일인물이라는 결과.....경악스럽다. 이쯤되면-.

 

2005년에 <하늘로 돌아가는 배>로 작가가 된 코지마 마사키의 추리소설 <무가저택의 살인>을 읽고 문득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특히 <저주 살인의 마을>이. 번역본이 있는지 한 번 찾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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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나의 10가지 약속
사이토 아카리 지음, 박현아 옮김 / 슬로디미디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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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을 줄 알았다. 이 책을 읽고.

30만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는 감동 소설 <강아지와 나의 10가지 약속>에는 강아지 사진이 한 장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 흔한 깜찍한 동물 캐릭터도 본문에서는 눈 닦고 찾아봐도 없다. 그래서 예상밖의 책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반려동물 책을 펼치면 귀여운 강아지 사진, 탐나는 캐릭터들과 마주치곤 했으니까. 그런데 이 책은 좀 달랐다. 묵묵히 이야기만 읊조린다. 그래서 귀만 열어둔 채 눈은 바삐 이야기를 쫓아나갔다.

 

11살의 아카리는 '개를 키우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어린 소녀다. 딸에게 "결혼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는 아직 인간이었어."(p19)라고 다소 엉뚱하다 싶은 이야기도 서스럼없이 내뱉는 엄마와 간호사들을 "엄마"라고 부르는 버릇이 있는 아빠와 홋카이도에서 살고 있었다. 너무 바빠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을 낼 수 없는 아빠만 허락한다면 모녀는 개 한마리를 키우고 싶어했지만 가족 중 유일하게 개를 반대하는 아빠는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엄마없이 살기엔 참 어린 나이 11살에 엄마를 잃고 12살의 봄을 맞이한 아카리에게 갑자기 찾아온 강아지 한마리는 죽은 엄마가 천국에서 보내준 선물이 아니었을까. 부녀 사이에 대화가 없는 것을 보다 못해 답답한 나머지 골든 리트리버를 몰래 두고 간 것 같았다. "삭스". 엄마방에서 그녀가 앉아 있던 그 방석 위에 앉아 있던 강아지는 그렇게 불리며 가족이 되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끝은 여기까지가 아니었다.

 

12살부터 21살을 함께 보내는 동안 이별의 순간도 있었고 그리움의 순간도 있었으며 다시 가족으로 합쳐지는 사연도 있어 <강아지와 나의 10가지 약속>은 감동의 두께를 두껍게 만든다. 개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9가지 약속을 알려주고 엄마는 떠나버렸지만 삭스와 함께 보낸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카리는 마지막 1개마저 채워 '10가지 약속'을 완성할 수 있었다.

 

                                                                    #

 

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눠 주세요

싸움을 하지 말아요. 저를 때리지 말아주세요. 저는 당신을 물지 않으니까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함께해주세요

말을 듣지 않을 때에는 이유가 있는 거랍니다.혼내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주세요

저를 믿어주세요. 저는 언제나 당신의 편이에요.

당신에게는 학교도 있고 친구도 있지만 저에게는 당신밖에 없어요

제가 나이를 먹어도 계속 관심을 가져주세요

제가 당신과 함께 있는 시간은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요

당신과 제가 함께 보낸 날들을 저는 절대로 잊지 않을 거에요

제가 이 세상을 떠날 때는 곁에서 지켜봐주세요....그리고 부디 잊지 말아주세요.

제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

 

 

아, 절대 울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마지막에 펑펑 울고 말았다. 이 10가지 약속을 읽으면서. 아직 이별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글자 한글다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버렸다. 내게도 몇년 째 소중한 가족으로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이 있어서일까. 꼭 내 고양이들이 나를 향해 하는 말 같아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다가 어느새 소낙비가 되어 뚝뚝 떨어져버렸다. 그래, 꼭 지킬거야!! 이런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는 모두의 마음 속에. 그리고 그 착한 약속들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정말.

 

마지막장에 이르러서야 흑백으로 강아지 사진을 몇장쯤 볼 수 있었으나 이미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명작이 주는 감동보다 생활밀접형(?) 경험이 주는 감동이 더 좋다. 요즘은.

 

어제도,오늘도 반려동물을 버렸다, 학대했다는 소식들이 끊이질 않고 들려와 마음이 불편했는데 가뭄 끝 단비처럼 읽힌 이 책 한 권으로 그 불편함이 쑤욱 내려갔다. 앞으로 누군가가 반려동물을 키우려고 한다면 이 책을 꼬옥 선물하려한다. 마음 속에 10가지 약속에 대한 각서를 스스로 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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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로와 나 - 도쿄 싱글남과 시바견의 동거 일지
곽지훈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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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후 발 닦기, 비옷 입기, 주사, 젖은 빨래 터는 소리, 낯선 곳에 혼자 남겨지는 것....."

 

싫어하는 리스트만 보면 어느 성인 남자의 투덜거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놀랍게도 저들을 싫어하는 건 2012년생 적색 시바견인 "코타로"다. 약 11킬로그램으로 세상에 중심을 잡고 네발 디디고선 귀욤진 얼굴의 코타로. 일본 IT기업에서 근무중인 한국인 곽지훈씨에게 입양되어 함께 한 해, 한 해를 더해나가고 있는 녀석은 "단 둘이 산다"

지금이야 모든 것이 코타로 중심으로 바뀌었다고 말하지만 두 남자의 동거는 처음에는 약간 삐딱거리며 시작했다. 일본에서 근무한지 4년째 되던 해, 시바견의 동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던 그는 치명적인 매력에 훅 빠져들게 되었지만 혼자 살고 있다는 현실 때문에 키울 엄두도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바견 육아책을 읽으면서 '시바견 브리더' 사이트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결국  회사 가가운 숙소까지 포기하고 이사를 감행하면서까지 '코타로의 입양'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인이라는 외국인이라는 신분으로 그것도 개를 데려온다는 조건은 독신자용 주택의 선택폭을 좁혀 놓았고 엘리베이터 없는 25년된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코타로를 데려올 수 있었다니.....외국에서의 이사는 정말 상상이상으로 힘든 일인가보다 싶어지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직전 회사에서 근무시간이 연장되는 바람에 15시간 이상 홀로 '코타로'를 둘 수 밖에 없었던 점, 몸이 너무 아파서 개를 산책시키는 일이 힘들었던 점, 지진 등의 재해가 자주 일어나는 일본에서 근무시간 동안 혼자 코타로를 집에 두어야 한다는 점으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지만 그는 코타로와 함께 하는 지금의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다고 고백하고 있다.

"아빠는 코타로를 너무 사랑한단다"(P211)  라는 한 문장이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나 역시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가족 구성원의 수도 아니고 한국에 사느냐 일본에 사느냐도 아닐 것이다. "언젠가 헤어지는 날이 오더라도 후회 없이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고자 한다"(210) 는 그 마음이 중요하고 또 소중하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은 많은 위로와 웃음을 선물받을 수 있는 삶을 의미한다. 하지만 약간의 불편함도 감수해야만 한다. 여행을 맘 놓고 갈 수도 없고 늦게 귀가할 수도 없다. 털날림, 옷에 묻는 털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도 감안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정말 '사소한' 일이다. 정말. 반려동물이 주는 기쁨에 비하면.

 193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일본 고유의 견종인 '시바견'. 몇달 전 시바견은 이제 한국으로 입양보내지 않겠다라는 언급이 있었다고 해서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일본 토종개 중에서 80퍼센트나 차지할 만큼 사랑받고 있는 견종이라  그 마음이 더 한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다보니 지난달과 이번달에 걸쳐 시바견이 주인공인 책들을 많이 읽게 되었는데, 이는 예전에 비해 많은 책들이 발행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우리의 진돗개나 풍산개처럼 충성심이 강하고 운동량이 풍부하다는 시바견.


털갈이 시기가 되면 온 집안에 털이 날린다는 말에 '고양이 같아'라고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 개를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상에서만이 아닌 주변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엉뚱한 상상같지만 집집마다 반려견, 반려묘가 있고 집앞 길냥이,길개들을 위한 밥터가 동네마다 한 두 군데씩 잘 유지되는 대한민국을 꿈꿔본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는 길아이들이라고해서 함부로 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버리는 사람들!! 이젠 제발 그만 좀 해주었으면 싶다. 특히 휴가철이 7~9월사이 또 휴가지에 버려진 동물들 소식이 올라오면 심장이 시커매지고 만다. 그들의 심장은 시커멓고 양심은 휴가지에 함께 버려놓고 오는 것인지!!!!!

 

이웃나라에서 콩닥콩닥 뛰어다니고 있을 코타로의 하루하루는 소식을 나누는 모두에게 해피바이러스가 되어 웃음꽃을 날리고 있다. 보기만해도 마냥 즐거운 코타로. 강아지를 반려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코타로는 너무나 매력적인 존재인 것을.....알고 있니, 코타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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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 작은 살림 - 매일 단정하게 가꾸는 홀가분한 삶
박현정 지음 / 위즈덤스타일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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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이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작은 배려, 작은 마음, 작은 행복, 작은 가게...가 더 맘 편했다.

그래서 <작은집 작은 살림>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하얀 표지의 예쁜 책을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반갑게도 저자는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었고 길냥이들에게 밥을 나눠주고 있는 캣맘이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

 

 

취향도 비슷한지, 그녀도 수국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서툴지만 바느질을 하며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누리며 살고 있었고 많은 것들을 욕심내기 보다 단촐한 살림으로 미니멀하면서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6년 동안 세 번의 이사를 하면서 작은 집을 고수했던 부부는 '새해'라고 이름 붙인 예쁜 개 한마리와 어디서나 봤음직한 친근한 모습의 고양이 '홍이'를 가족으로 맞아 함께 살고 있다.

정갈면서도 먼지 하나 없는 집안을 둘러보며 그녀가 얼마나 부지런한 주부인지 짐작할 수 있었고, "한여름, 시간의 정거장에 내렸다","오랜 기다림 끝에 만날 수 있어, 봄은 더욱 감사한 계절이다"처럼 감성 가득한 제목들을 입으로 읊조리며 그 감성에 동참할 수 있어 좋았다. 수납법, 인테리어, 미니멀리즘적인 삶, 전원 생활에 대한 정보 를 얻고자했던 처음 목적과 달리 한 장, 한 장 구경하는 동안 누군가의 집에 초대되어 온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 나름의 힐링 타임을 가질 수 있어 더 좋았던 책이다.

 

많은 욕심을 내려놓고 사는 삶.
욕심이 비워진 자리에 '안정'과 '여유'가 들어 섰다. <작은 집 작은 살림>은 단정하면서도 참 따뜻한 책이었다. 일상이 그러했고 자연과 동물들과 나누는 하루하루가 그러했다. 무엇보다 욕심부리지 않아 좋았다. "세련되지 않더라도, 값비싼 물건이 없어도 사람의 손이 가고 마음이 닿은 집은 분명 사랑받는 티가 난다"(p10) 이런 문장을 읽으면서 어떻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림을 그리는 저자의 작은 집은 그 자체가 미니 갤러리인 동시에 홈카페였다. 선반 위 정리된 유리병 하나하나조차 얼마나 멋드러져보이던지......! <내일도 따뜻한 햇살에서>를 본 적이 없어 히데코 할머니의 부엌이 어떻게 생겼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쓰임새에 맞게 정리된 부엌이라는 그녀의 부엌을 저자가 탐내는 걸 보면 무척이나 매력적인 공간인가보다, 그곳은. 그래서 소개된 책을 찾아보았더니 어머나!! 88세, 85세 노부부의 건강한 전원생활이 담긴 책이었다. (다음 번엔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올리게 될 듯 하다)

 

'새해'라는 예쁜 이름의 개는 '설우'와 '달오'가 하늘나라로 돌아간 다음 세번째로 식구가 된 녀석이었다. 먼저 간 걸우로 인해 달오가 외로워할까봐 안락사 직전에 구조된 유기견을 입양하게 되었고 지금은 새해만 남아 8년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고 한다. 상처가 있는 아이를 보듬는 일은 그 대상이 사람이거나 동물이거나 어렵기는 매한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물리고 질병을 치료하면서도 녀석을 포기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고마운 대목이었다. 반려동물에 대해 법조차 애매하고 그닥 호의적이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이들부부 같은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져 좀 더 세상이 따뜻하게 변모해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백일홍이 한창 피었을 때 아픈 모습으로 찾아와 식구가 되었다는 야윈 고양이 '홍'이는 통통한 성묘가 되어 있었다. 문을 열고 나가면 동네 어디에서나 봄직한 친근한 얼굴인데도 불구하고 '홍이'라는 이름 덕분인지 참 특별하게 느껴지는 녀석이다. '고양이는 참 따뜻하고, 식빵처럼 말랑말랑하다"(p48)는 마음에는 동감. 집사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그 마음이 담긴 페이지가 유독 오래오래 지켜보다가 넘겼다. 이 페이지는.....미소를 머금으면서....

 

리넨 고무줄 치마가 걸려 있는 벽, 한구석에 예쁘게 정리되어져 있는 재봉틀, 텃밭을 관리하기 위해 세워진 삽과 화분들....시골스럽게 보이는 모습들이 대한민국에서 이런 삶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전원적이라 부럽기만 하다. 물론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밖에 자라지 못한 나는 감히 자급자족의 삶은 꿈도 꿔 본 일이 없다. 잘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나 한편으로는 참 부럽다. 누군가 경쟁하지 않아도 되고, 내일을 걱정하기 보다 오늘의 해가 뜨고 지는 순간을 평온한 마음으로 만끽할 수 있는 삶은. 

 

바질 향기가 나는 작은 집 마당에선 오늘도 루꼴라, 파슬리가 자라나고 있을 것이다. 집 안에서는 통통통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올 것이고 그 발치에는 잠든 새해와 여유롭게 식빵을 굽고 있는 홍이가 저자의 곁을 지키고 있을 것 같다. 발걸음을 죽이고 살금살금 다가가 벽에 귀를 대고 그 행복한 소리들을 담아오고 싶을 정도다.

마음을 평화롭게 갖고 살고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줘야지!!!라며 책의 제목을 머릿 속에 저장해 둔다. 화가 박현정의 작은 공간은 햇살품은 사랑이 가득 담긴 집이어서 결코 작아보이진 않았지만...제목은 <작은 집 작은 살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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