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동안 좋은 일만 있으라고 - 호호당 보자기 이야기
양정은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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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젊었던 '호호당' 양정은 대표의 인터뷰를 읽은 적 있다. 사극 의상을 제작해 온 할머니와 아버지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자투리 천들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랐고 한식 요리 수업을 들으면서 그 연이 보자기로 이어졌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았다. 얼마전 지인의 임신 소식을 접하면서 출산선물을 해주고 싶어 검색하다가 알게 된 '호호당'. '사는 동안 좋은 일만 있으라고'라는 그 의미가 너무 좋아서 출산용품/유아용품들을 눈여겨 봤는데 책까지 더해져서 더 좋아진 호호당이다.

'호호당 보자기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간 알고 있던 전통상식들을 올바르게 바로잡을 수 있었고, 결혼이라는 과정을 좀 더 진지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서양의 것과 전통적인 혼례가 뒤섞여 허례허식이 많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함진아비를 통해 신부의 집으로 전달되었던 '함'에 넣어진 물품들. 현재의 것과 비교하자면 훨씬 더 실용성이 강요된 것 같고 꼭 필요한 것만 넣어진 듯해서 오히려 오롯이 과거의 혼례만 이어졌더라면 좀 더 검소하고 간소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거울과 혼서지, 오색실과 기러기한쌍 그리고 오곡주머니 외 솜과 갈대가 넣어진 함에서는 낭만이 서려 있다. 조금 더 소박한 마음이 담긴 듯 하고 어딘지 모를 귀여움마저 느껴졌다. 이런 내용물의 함이라면 함의 내용물 때문에 혼인이 깨어지는 일은 없을 것만 같았다.  출산/백일/돌/회혼례의 의미를 되새겨보기에도 좋지만 무엇보다 딱딱함을 벗어던지고 쉽게 쓰여졌다는 점 또한 높이 사고픈 부분이었다.


호호당의 브랜드 이야기로만 쓰여졌다면 구경하는 재미만 있었겠지만 이렇듯 가정의례에 대한 의미와 예의 그리고 풀어진 그 속뜻까지 함께 새길 수 있어 유용했다. 교육과정 중 그 어떤 과목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배우지 못했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사회 속에서도 배울 수 없었던 하지만 알아두면 좋을 상식의 폭을 <<사는 동안 좋은 일만 있으라고>>로 넓혀나간다. 더불어 슬슬 출산준비를 해야하는 지인을 위한 선물을 고르기 위해 호호당 사이트도 부지런히 구경하고 있다. 그 재미 또한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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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맨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3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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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을 재미나게 읽어서 다음 권을 찾다가 발견한 [립맨]. '범인에게 고한다 2'라는 부제가 붙여져 있었다. 전작에선 연쇄 유괴사건을 두고 범인과 머릿싸움을 치열하게 벌이는 마키시마 형사가 돋보였다면 속편격인 [립맨]에서는 초반부터 눈에 띄게 등장하진 않는다. "거짓말도 끝까지 잡아떼면 돈이 되지"라는 인상적인 첫문장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보이스피싱에 입문한 형제가 운좋게 경찰의 체포를 피하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번편은 '보이스피싱인가?'싶은 찰나, 또 유괴로 이어지면서 마키시마와 마주하게 된 형제. 그리고 예고하듯 "REST IN PEACE"라는 경고를 보내는 사람, 아와노.


영화 감시자들에서 설계자와 행동대원들이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끝까지 잡히지 않는 설계자인 아와노는 항상 위험한 순간엔 메시지를 전송한 채 동료들(?)을 꼬리 자르듯 자르고 혼자 사라진다. 그렇게 붙여진 별명인 '립맨'은 그가 전하는 메시지의 줄임말인 R.I.P(편히 잠들라는 의미)를 뜻하는 말로 마키시마와 경찰은 결국 머리는 검거하지 못한 채 꼬리만 쫓았던 셈이다.

 

 

'한탕'으로 인생을 쉽게 살고자 했던 형제에게 오히려 애잔한 마음이 들만큼 소설은 범죄의 무게를 강인하게 각인시키는 범죄소설류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게임을 하듯 다음으로 이어지는 순서를 따라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어느새 끝장까지 와 있다. 작가 시즈쿠이 슈스케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정신줄 놓고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게 만들었다. 꽤 방대한 양인데도 불구하고 도중에 읽기를 그만두지 못했을 만큼 재미있었던 소설 [립맨]. 하지만 전작에 비해 산만한 부분들이 엿보였고 특출나게 돋보이는 캐릭터를 발견하지도 못했다. 그저 전작에서 봤던 등장인물들이 재등장했을 때 반가웠던 정도였달까.


<불티>를 읽은 후 작가의 책 몇 권을 골라 읽는 중이지만 어느 책 하나도 만만한 두께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권을 또 찾아 읽고 있는 이유는 '재미' 바로 그것에 있다. 이 작가의 책, 재미있다. 읽고 또 읽어도 시시한 이야기가 단 한 권도 없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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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탄생 - 아직도 고양이 안 키우냥?
박현철 지음 / 북레시피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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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와 '보들이'집사가 쓴 책 제목은 <<아직도 고양이 안 키우냥?>>. 최근 누군가에게 했던 말이어서 제목을 보고 뜨끔했다. 왜 이렇게 늦어졌을까? 후회가 될만큼 행복 가득한 고양이들과의 삶. 초보 집사 시절 책으로 하나하나 배워나갔다면 8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 더 많이 알게 된 듯 하지만 그래도 고양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순 없다. 뭔가 모르는 것이 더 있을까봐. 혹시 더 좋은 것들을 발견하게 될까봐. 내 고양이의 삶을 더 행복하고 윤택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새로 나온 책들을 살피고 또 살핀다.



'냥집사'가 된 저자 박현철 기자가 연재하던 칼럼을 엮어 만든 한 권의 책 속에는 이미 알고 있는 상식들도 있고 메모해야하는 팁들도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유용했다. 더불어 귀여운 고양이 두 녀석의 모습까지 덤으로 눈에 담을 수 있어 행복했다.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길고양이들도 남의 집 고양이들도 모두모두 귀하게 보이고 예쁘게 보이는 건 역시 캣매직에 걸려서일까.



주변에 아직 고양이의 매력에 대해 모르는 지인들이 많은데 강요하고 싶진 않지만 한번쯤은 물어보게 된다. "아직도 고양이 안키우냥?"하고. 좋은 일은 함께 하고 싶은 그 마음으로.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시작부터 하지 말아야할 일이 바로 반려동물과의 생활이므로 절대 강요해선 안된다. 하지만 알고나면 더 행복해질텐데....라는 마음은 여전하다. 슬쩍 이 책 한 권씩 선물하고 그 마음이 무럭무럭 커주길 바라는 편이 더 좋겠다 싶어지는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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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즈와 폴, 보름이와 세영이 - 길 고양이도 집 고양이도 행복한 마당 집 이야기
강태중.이세현 지음 / 나는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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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양이 집사가 된 이후부터 고양이책은 단 한 권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모두 다 소장할 순 없지만 넓은 서재가 생긴다면 아마 다 구매해 버릴지도 모르겠다. 소장하게 된 분야까지 바꾸게 만든 고양이의 힘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선 이해하기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또 한 권의 고양이책을 발견했고 꽤나 공들여가며 마음 가득 웃음을 담아가며 구경했다.



째즈와 폴, 보름이와 세영이가 사는 집은 집사들의 로망인 마당 있는 집. 집 고양이도 길고양이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이며 넓은 마당에서 맘껏 사료를 줄 수도 있고 여름엔 텃밭에 누워 잠든 고양이를 볼 수 있으며 겨울엔 추위를 피할 수 있는 큰 비닐 하우스 집을 설치 할 수 있는 부러운 곳. 그곳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들의 이야기라 훈훈한 마음 반, 부러운 마음 반으로 읽었다.

2008년 아비시니안과 샴 사이에서 태어난 째즈가 첫 번째 고양이였고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의 폴은 2009년 생으로 갑자기 애교쟁이로 변신한 아메숏이며, 막내라고 생각했던 셋쨰 보름이는 노랑노랑한 외모의 2016년 생이었다. 태어난 곳도 외모도 다르지만 식구로 살아가고 있는 고양이들, 때로는 사이좋게, 어쩔때는 뚝 떨어져서 지냈지만 도심에서 부부의 반려묘로 잘 지내왔다. 그리고 전원 마을로 이사 한 후, 마당 고양이들을 구경하며 지내던 어느날 집사는 꼬질꼬질한 노랑 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까불까불 너무 귀여웠지만 '심바'라는 새 이름으로 입양가서 묘생역전한 빽빽이 다음으로 인공 수유가 필요한 뽀시래기 둘이 울산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올라왔고 까만 고양이는 하루만에 임보처로 이동, 다시 노란 고양이만 남게 되었다. 입가에 카레를 묻힌 300g의 작은 생명체는 곧 '보름'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 셋째로 안착하기에 이른다. 브로콜리 인형 위에서 잠든 아기 고양이라니...얼마나 귀여운지......!세계 평화는 이들이 가지고 온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마음이 평온해지는 모습이었다. 바구니 속에 쏘옥 들어가 있는 모습까지....


째즈 형아가 화장실도 못가게 그 앞에서 지키고 서 있다가 참견질을 하는 보름이의 모습, 셋이서 함께 마당 고양이들을 구경하는 포즈, 숨숨집 안에 형아가 있든 말든 위에서 눌러 버리는 장난스러운 보름이....하악질이 이어졌을지도 모르지만 웃음을 터뜨리기 충분한 장면장면들이었다. 우리집 녀석들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맞아. 이럴 때 있어'를 연신 내뱉을 수 밖에 없었으므로.

 

 

 

그리고 세영이. 마당고양이 중 한 녀석이라고만 생각하고 본 세영이는 결국 네번째로 입성했다. 노랑이, 유경이, 대장, 무병이,턱씨....마당 고양이들은 여럿이었지만 세영이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던 것일까. 찍힌 모습도 많았고 추억도 가득했다. 특히 마당 공사가 한창일 때 그 앞에 앉아 있는 털찐 모습이라니....! 너무 귀여워서 만져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밥을 챙기던 노랑 고양이들이 겨울이 오기 전에 몽땅 사라져버려서 마음이 헛헛했는데, 그들 중 한 녀석을 발견한 것 같은 마음이 들어 눈물이 살짝 나기도 했다. 새로 들어선 건물들이 많아서 굳이 넓은 공터를 건너오지 않아도 밥주는 사람이 생겼으리라.....좋은 생각을 하곤 있지만 소식이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다.

 

 



길들여지진 않았지만 캔따개라는 것을 알고 있던 노랑이 무리들처럼 세영이도 집사부부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리라. 다만 친해지는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 조심성 많은 고양이인 세영이에게 돌을 던지는 아이를 보고 구조를 결심했다는 부분에서 심히 공감지수가 높아진 건 같은 사연으로 함께 살고 있는 반려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 고양이 중 나랑곰 역시 쥐약을 놓고 큰 돌로 찍어내리려던 노인을 보고 구조하기로 마음을 먹은 고양이였으므로. 사실 쩍벌로 잠든 모습도 나랑곰과 닮아 있어서 살짝 더 애정이 가는 고양이였달까. 노랑노랑한 색을 함께 나누듯 보름이와 서 있는 모습도 다정하게 보였고 쨰즈와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도 평화로워보였다. 각기 다른 곳에서 온 넷이지만 성공적인 합사인 듯 싶었다. 다묘 가정의 고민은 합사와 고양이들의 삶의 질에 관한 문제가 가장 큰 부분이 아닐까. 집사도 고양이도 함께 살며 모두 행복해야하므로.

 

 


2년 반, 고양이들과 울고 웃으며 보낸 시간에 대한 기록이 담긴 <째즈와 폴, 보름이와 세영이>를 읽는 동안 행복했다. 부디 많은 이들에게 읽히는 책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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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에게 고한다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0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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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티>를 읽고나서 작가 시즈쿠이 슈스케의 소설을 찾다가 읽게 된 <범인에게 고한다>는 영어 사전만큼이나 그 두께가 두꺼운 책이었다. 범상치 않은 흑색표지하며 '짐승의 길을 택한 연쇄살인범'과 '증오를 양식 삼아 살아온 형사'의 심리전이 펼쳐진다는 책소개까지....단숨에 읽고 싶은 욕심이 들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두께만큼이나 그 양이 방대해서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만 했다. 일이 있어 잠시 읽기를 멈추어야할때마다 얼마나 다음 장이 궁금해졌는지......!

물론 결말은 생각만큼 시원하지 않았다.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범인이라니....다 잡은 줄 알았건만....하지만 다른 방향의 결론에 도달했다하더라도 소설 자체는 시시하지 않았다. 더 많은 작품을 읽고 싶어서 검색해 보았지만 아쉽게도 번역본은 다섯 권 정도인 듯 했다. 많은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될만큼 대중적인 소설들이라는데, 왜 더 번역되지 않는 것일까?


 

▶ 이야기의 시작.....

다섯 살 남자 아이가 유괴된 사건 앞에 수사지휘권을 두고 권력 다툼이 벌어진 사이 아이는 살해되어버렸다. 100명이 넘는 수사원이 투입된 사건이라 책임을 질 사람이 필요했고 현장에서 지휘한 마키시마는 좌천되었다. 기자회견장에서 볼쌍사나운 모습을 보이면서. 윗선의 방침도 방침이었지만 늘 몸이 약해서 걱정이었던 딸이 난산 끝에 힘들어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서는 기자들의 질문에 집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유괴된 아이가 사체로 발견된 사건이었다. 범인과의 약속시간에 1시간 남짓 늦어버린 경찰의 늑장대응에 피해자 가족의 울분은 지옥까지 맞닿아 있을만 했다. 하지만 사과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경찰이라니......!

그리고 육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네 명의 아이가 실종되고 도무지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경찰은 tv를 통해 범인을 도발하기로 결정하고 마키시마를 내세웠다. 십 년 이상 장수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뉴스 나이트 아이즈].노련한 니리사와 고로와 마키시마의 도발로 '내가 범인이다'라며 빗발친 편지 속에서 범인의 흔적을 찾아나선 경찰들. 이번에야말로 잡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더하게 되는 사건은 엉뚱하게도 내부에서 정보 유출자가 나오면서 타방송과의 경쟁 구도로 변질되어 버렸고 마키시마는 범인 외에도 내부의 적까지 색출해내야하는 난제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육년 전 그날 탄생한 손자의 납치까지......

한 명이라고 생각했던 범인의 정체는 결국 두 명으로 밝혀졌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었다. 아이를 잃은 가족에게 뒤늦은 사과를 전하면서 훈훈하게 마무리 되긴 했으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고 말았다. 특종에 눈 먼 매스컴, 공명에 더 무게 중심을 두었던 공권력. 어른들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아이들의 목숨이 희생되는 일이 없기를....소설의 내용과 상관없이 빌고 또 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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