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꼭 감고 그냥 시작
최수정 지음 / 원더박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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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Why not you?

 

 

 

'후회만 하는 삶보다는 실패하더라도 일단 한번 도전해 보는 삶이 더 낫겠다'고 생각한 사회 초년생의 미래는 어떻게 변했을까. 적당히 공부하고 적당히 놀면서 중간 가는 스펙으로 졸업했다는 저자는 지금 해외 취업 온라인 매거진 '원더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부터 당차게 해외취업을 지망한 것도 아니었다. 간절히 바랬던 항공사 승무원 시험에서 계속 탈락하면서 자신감도 하락했고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다르지 않았다. 일단 취업하고 싶었고 '직장인'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한국에서도 별 볼일 없는 구직자인데 해외에서 필요로 할까?' 걱정했던 그녀를 "일단 지원하고 보자" 맘 먹게 만든 계기는 먼저 해외 취업에 성공한 친구의 전화 한통이었다. 상하이에서 근무 중인 친구의 전화 한통이 그녀의 인생을 다른 지점으로 연결한 것이다. 20대에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운인지....만약 그때 내게도 같은 문이 열렸다면 좀 다른 삶을 살게 되지 않았을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상상을 <<눈 꼭 감고 그냥 시작>>을 통해 잠시 해 본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지나가버린 다른 선택의 길'을....

 

 

첫 걸음을 떼야 길이 열린다

 

다른 사람들의 충고는 감사히 듣기만 하자 /그래서...행복하니? 등의 목차는 좋은 문장처럼 메모하게 된다. 생각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을 때 꺼내서 펼쳐보면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도록 2년에 한 권 정도씩 빼곡히 메모한 후, 책장에 꽂아두고 수시로 꺼내본다. 여러번 이사하면서 몇 권 잃어버리긴 했지만 이사할때마다 책 + 다이어리 상자가 제일 골칫거리가 되는 까닭도 이 습관 때문이지만.

 

 

<<눈 꼭 감고 그냥 시작>>을 읽으면서도 한 페이지를 채웠다. 특히 "좋아하는 것을 쫓다 보면 기회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p157)의 문장이 제일 좋았다. 특별히 명언스러운 구석이 있어서가 아니라 말 자체가 희망이 되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잘하는 일','해야하는 일'에 치중하다가 이제서야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모든 시간을 멈추고 사는 내게 저 한 문장은 내일을 기분좋게 여는 희망의 열쇠같은 말이므로.

 

 

대학때 친구와 함께 중국어를 배우면서 중국에 대한 꿈은 키웠겠지만 정말 중국에서 일하게 될 줄 알았을까. 글로벌한 사람들과 직장동료로 매일매일을 부딪히면서 문화적인 차이와 그 속에서 알아가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되리라고 기대했을까.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면서 성과의 즐거움을 맛보았고 '한국 비즈니스 매니저'로 상하이에서 두 번째 직장생활을 이어나가게 될 것을 예상했을까. 책 제목 그대로 눈 감고 그냥 시작하지 않았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이야기다.

 

 

첫째, 고민하고 생각할 시간에 일단 해 보자

 

둘째, 현재 하는 일을 '해야하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

훗날 나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일이 훨씬 즐거워진다

 

셋째,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인생은 다양한 기회를 나에게 준다

 

p175

 

 

 

해외에서 7년 차...

 

영문 이력서 작성을 위해 기억해야할 10가지 팁, 나라별 업무 스타일(독일/일본/중국/프랑스/인도/영국), 해외 취업 면접 성공을 위한 5가지 비법, 중국 직장인들의 8가지 특징, 해외 취업 사이트, 영어 이메일 쓰는 법, 상하이에서 집 구하는 법, 상하이 생활 물가, 중국 생활에 유용한 웹사이트와 앱 등등 중국 특히 상하이에서 체류할 때 도움되는 정보를 이 책만큼 자세히 알려주는 서적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알찬 내용이었다.

 

 

유럽, 특정 직업군, 미국, 프랑스 정도로 국한된 취업성공기만을 읽어본 내게 중국에서 글로벌하게 일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굳혀간 여성의 성공기는 색다를 수 밖에 없었다. 해외 취업을 상상해보고, 준비해보기도 했지만 '중국'이라는 나라는 솔직히 관심밖이었다. 당시에는 중국으로 유학갔던 친구들도 돌아오던 시기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탄력적인 사고와 선택을 할 수 있었다면 중국은 참 매력적인 터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읽으면서 10년 후, 20년 후를 내다보는 혜안이 없었던 지난 날이 살짝 후회 되기도 했지만 책은 있는 그대로 참 재미나게 읽혔다. 어렵게 쓰여지지 않아서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해외생활 7년 차 가 되어 그간의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 속엔 즐거움이 가득했다. 모든 날들이 좋았을 리는 없다. 하지만 힘든 일은 겪으면서 성장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으며 넓은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며 살고 있는 그녀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남편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일에 치우쳐 사랑을 등한시 한 것도 아니었다. 현명하게,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걸어가고 있는 그녀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담긴 책의 제목은 <<눈 꼭 감고 그냥 시작>>이다. 두말하면 잔소리. 책 제목에 모든 의미가 담겨 있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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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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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이 등장하는 책이나 드라마 중에서 가장 재미나게 본 이야기는 이사카 코타로의 <<사신 치바>>와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다. 치바와 저승이는 둘 다 나름의 매력이 진해서 잘 잊혀지지 않는 캐릭터인데, 이번에 읽게 된 소설 속 사신은 미성년자였다. 영화 <<신과 함께>>에 등장하는 차사들처럼 과거에 죽은 이가 아닌 아직 살아있는 소년에게 내밀어진 '사신 아르바이트'. 별다른 혜택도 없이 시급이 달랑 300엔인 이 아르바이트는 최악의 알바로 기억 속에 남아 있지만 왜 그는 잊지 못한 것일까.

 

 

행복이란 잃고 나서야 깨닫는 법임을...

P23

 

 

당시 소년이 처한 상황은 알바와 다르지 않았다. 부모님의 이혼, 막대한 빚을 진 아버지, 아들을 두고 친정으로 돌아가버린 엄마, 중3 이후로 달릴 수 없게 되어 버린 다리, 지독한 가난......바로 그때 같은 반이지만 친하지 않은 여학생의 아르바이트 제안은 솔깃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겠지만 사정은 달랐다. 시간 외 수당도 없고 시급도 쥐꼬리만하지만 일 자체가 너무 황당해서 믿고 싶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근무 기간을 다 채우면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는 말만 믿고 덜컥 수락해도 좋을까, 이 아르바이트....

 

 

환경적으로 너무 막다른 골목에 서 있어서 앞만 보고 가기에도 벅찬 소년에게 주위를 둘러볼 계기를 만들어준 아르바이트는 최악이지만 특별했다. 죽은 후에도 미련이 남아 추가 시간을 얻게된 사람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가난 밖의 인생에 한 발 발디딤을 하게 된 것이다. 타인의 죽음을 통해 인생 성장을 거듭하고 있던 소년에게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난 특별했다

특별하게, 변변치 못한 인생을 살고 있다

P25

 

 

동생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었던 아사쓰키,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편지 아저씨 구로사키, 생명이 위태로워져도 아이만 낳으라는 시부모님과 관심조차 없는 남편에게 남겨놓은 아이 소식이 궁금했던 히로오카, 엄마의 학대를 견뎌내야했던 초등학생 유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하나모리 유키의 고백.

 

 

들어줘, 사쿠라. 내가 태어나고 죽은 이야기를...

P285

 

 

추가시간은 죽은 자를 위한 시간인 셈이다. 추가시간이 끝나고 망자가 저 세상으로 떠나고나면 그간의 일은 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다. 죽음 이후에 일어난 일은 산 자에겐 남겨지지 않는다. 약간은 허무하게 느껴질 법도 한 규칙을 알면서도 망자의 미련을 덜어주기 위해 열심히 사신 알바를 하게 된 소년 사쿠라가 마지막에 원한 '희망'은 무엇일지 궁금해서 끝까지 열심히 탐독했다.

 

 

어머니를 만나러 갈 차비를 마련하기 위해 알바를 시작했던 소년은 그 돈으로 아버지의 손목시계를 구매했다. 3년이 흘렀고, 여자친구도 있고 알바제안도 받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미시감'을 느끼고만 그에게 기억은 돌도 돌아 먼 여행을 떠난 편지처럼 돌아왔다. 곧 지워져버릴 기억 따위, 그 누구의 기억속에도 남겨지지 않을 기억 따위라고 쉽게 말할지도 모르지만 의미없는 일이 아니었다. 결코. 삶이 계속 되는 사람들에겐 가치가 미미할지언정 삶의 시간이 끝나 다시는 돌아갈수도, 나아갈수도 없는 이들에겐 마지막에 주어진 기회이기 때문에. '희망'은 이처럼 판도라의 상자 안에 갇힌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추가시간을 받고 사신을 만난 이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라서 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듯 싶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 '죽음'. 태어난 순서와 달리 죽음의 순서는 길이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순간순간을 더 소중하게 살아내야한다는 것을 소설은 '사신 아르바이트'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듯 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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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낙엽
토머스 H. 쿡 지음, 장은재 옮김 / 고려원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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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엔딩을 예감하며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리뷰가 너무 좋아서, 책 표지가 너무 을씨년스러워서 바람이 심하게 부는 겨울의 어느날 읽기 시작한 토머스 쿡의 소설 한 권. 스토리는 심플해보였다.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소녀가 실종되고 그 용의자로 지목된 소년은 간헐적으로 베이비시터를 맡아온 키이스였다. 그날도 최후 목격자였던 키이스의 그날 행적은 여러모로 수상했고 급기야 가족인 아버지까지 자신을 의심한다고 여긴 소년은 절망하고 만다. 작은 마을 안에서 죄인으로 낙인 찍혀버린 소년이 겪었을 고통은 대도시에서 지목된 용의자의 그 마음과는 확연히 다른 무게감이지 않을까. 어제까지는 살갑게 인사하던 이웃 주민들이 자신을 피하고 쑥덕거리는 것은 물론 대놓고 범인취급한다면.....수줍음 많은 십대 소년에겐 이미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으리라....짐작된다.

 

키이스의 아버지인 에릭은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가족과 단란하게 살고 있었으나 과거 고통받았던 상처가 내재된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파산했고 여동생은 죽었으며 별볼일 없이 혼자 살고 있는 형 또한 그에게는 트라우마의 연장선이었다. 결혼 전 가정이 무참히 박살났기에 에릭에게 새로 꾸려진 가정은 그 무엇보다 소중했지만 결국 그는 지켜내지 못했다.

 

끝까지 믿어주고 싶은 마음과 어쩌면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의심 사이에서 첨예한 갈등을 겪다가 결국 아들에게 그 마음을 들켜버린 아버지. 그때 그의 표정은 어땠을까. 어떤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영상이 아니라 글로 쓰여진 소설이라 꽤나 디테일하게 상상하게 되는 <<붉은 낙엽>>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 폭탄을 투하해 버린다. 에릭이 아들의 말을 흘려 듣지 않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면 키이스에게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가장 지키고 싶은 존재를 자신의 과오로 지켜내지 못한 아비의 생이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은 그 순간에 멈춰져 있을것이다. 가장 후회되는 바로 그 순간. 자신의 누명의 벗기 위해, 가족을 위해 그리고 한 소녀를 위해 용기를 낸 소년의 생이 멈춘 바로 그 순간에.

 

아버지의 마음이 매 순간 고스란히 전달되는 소설 <<붉은 낙엽>>은 잔잔한 파도를 타다가 큰 파도에 휩쓸리고 만 어부의 심정으로 읽은 이야기다. 다 읽고난 뒤 너무나 먹먹해져서 눈물을 흘릴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작가의 섬세한 필력에 감탄하면서, 바르트 무이아프트의 '1월 0일'을 읽었을때만큼이나 충격적이어서 책 속에서 빠져나오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영상이 아닌 글로 읽어서 더 잔상이 오래 남은듯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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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인절미예요
절미 언니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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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로 접했던 강아지 '절미'는 물에서 건져진 녀석이었다. 성경 속 인물인 '모세'처럼 물에 동동 떠 있는 강아지를 저자의 아버지가 구조, 반려견으로 맞이했다는 사연이었다. 사진 속 강아지가 너무 귀여웠는데 아니나 다를까 곧 sns스타로 등극했다. 이대로 잘 커주면 좋겠다 싶었던 '인절미'는 바램 그대로 과수원집 막내딸이 되어 행복한 견생을 살아가고 있었고 최근엔 사진이 가득 실린 책이 출판되었다.

열혈 랜선 집사는 아니라고 생각해왔는데 정신차리고보니 벌써 예약 판매를 누르고 있었다. 그만큼 매력적이었던 강아지 인절미. 안타깝게도 형제견이 사체로 발견되었다는 글을 읽고 우울한 마음이 들고 말았짐잔 사람의 인생과 마찬가지로 견생도 참 알 수 없다 싶은 대목이 아닐 수 없겠다.

부모님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반대해서 인형만 가득 모았다는 저자에게 봇도랑에서 건진 '절미'는 신의 선물이었을까.

사실 누군가의 인생을 구한다는 것, 관여한다는 것, 가족이 된다는 것은 신중해야할 일이다. 좋은 날만 계속 되는 것도 아니며 끝까지 책임진다는 그 무게를 견뎌야하는 일이므로. 하지만 인연은 이렇게 의도치 않게 이어질 수도 있고 차마 몰랐던 인생의 즐거움을 작은 생명으로부터 선물받기도 한다.



100만 팔로워의 랜선 강아지 '인절미' 북엔 글이 거의 실려 있지 않았다. 그림 조금, 사진 대다수, 그리고 어느 페이지에서 약간씩 보여지는 설명글이 전부였다. 활자중독인 내겐 아쉬운 부분이었으나 오히려 이 점이 책의 접근성을 높여놓았다. 아주 어린 아이와 함께 볼 수도 있고 한글을 모르는 외국 친구에게 선물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책이므로.

도랑에서 건져진 강아지의 모든 순간을 함께 한 가족이 털어놓은 여름, 가을, 겨울의 이야기는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인절미예요>>에 몽땅 실려 있다. 걱정거리, 한숨 쉬어지는 일 등은 살짝 잊고 두 눈 동그랗게 쳐다보는 강아지 절미에게 빠져보자. 인생은 그닥 복잡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꼬마 강아지에게서 인생의 한 자락을 배우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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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손톱과 밤
마치다 나오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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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할 책을 고르기 위해 '온라인 서점'을 뒤적이다가 딱 멈춰버리게 만든 고양이 얼굴. 쪽찢어진 눈매 사이로 건방짐이 흘러나오고 그루밍하느라 혀를 내민 모습까지 앙팡진 고양이의 이름은 저자의 반려묘 '시라키'였다. 여덟 살부터 함께 살아 이젠 열일곱이 된 시라키가 영감을 주었는지 마치다 나오코의 그림책은 심플하면서도 아주 독특했다. 마치 갤러리에서 그림을 보고 있는데 그 밑에 글자가 몇 개 쓰여진 걸 발견한 기분이랄까.

 

 

그림만으로도 훌륭했지만 짧은 동화는 아주 재치가 번뜩였고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기발한 상상이 담겨 있었다. 아, 나는 왜 한번도 달을 보면서 고양이 손톱같다 여기지 못했을까. 고양이들이 달을 보기 위해 줄지어 달려가는 모습에서 숨이 턱 막혀왔다. 심지어 '서둘러','서둘러'라니. 그 귀여운 뒤태를 보고 어떻게 심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른의 마음도 이렇게 홀딱 훔쳤는데 꼬맹이들의 마음이야 얼마나 흔들어댈지!!!!

 

 

 

그 순간을 기다리던 많은 고양이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 떠지는 페이지에서 나도모르게 두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마치 고양이들 속에서 고양이손톱달을 함께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이젠 달을 보면서 고양이손톱을 기다리게 될 것 같다. 세상 어딘가에서 여러 고양이들이 모여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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