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손톱과 밤
마치다 나오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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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할 책을 고르기 위해 '온라인 서점'을 뒤적이다가 딱 멈춰버리게 만든 고양이 얼굴. 쪽찢어진 눈매 사이로 건방짐이 흘러나오고 그루밍하느라 혀를 내민 모습까지 앙팡진 고양이의 이름은 저자의 반려묘 '시라키'였다. 여덟 살부터 함께 살아 이젠 열일곱이 된 시라키가 영감을 주었는지 마치다 나오코의 그림책은 심플하면서도 아주 독특했다. 마치 갤러리에서 그림을 보고 있는데 그 밑에 글자가 몇 개 쓰여진 걸 발견한 기분이랄까.

 

 

그림만으로도 훌륭했지만 짧은 동화는 아주 재치가 번뜩였고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기발한 상상이 담겨 있었다. 아, 나는 왜 한번도 달을 보면서 고양이 손톱같다 여기지 못했을까. 고양이들이 달을 보기 위해 줄지어 달려가는 모습에서 숨이 턱 막혀왔다. 심지어 '서둘러','서둘러'라니. 그 귀여운 뒤태를 보고 어떻게 심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른의 마음도 이렇게 홀딱 훔쳤는데 꼬맹이들의 마음이야 얼마나 흔들어댈지!!!!

 

 

 

그 순간을 기다리던 많은 고양이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 떠지는 페이지에서 나도모르게 두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마치 고양이들 속에서 고양이손톱달을 함께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이젠 달을 보면서 고양이손톱을 기다리게 될 것 같다. 세상 어딘가에서 여러 고양이들이 모여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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