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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걸 ㅣ 고스트 걸 1
토냐 헐리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고등학교라는 시스템 속에서 생활하다보면 공통점도 생기나 보다. "공부!대학"을 외치는 입시현실의 절박함이 조금은 덜 해 보이는 미국이었는데 그 곳 역시 기타 등등의 이유로 왕따도 존재하며 "누군가"이기 보다는 "아닌가"에 관심을 더 두고 있는 것을 보면.....
살아서는 기억해주는 사람도 특별히 친한 친구도 없던 샬럿은 죽어서 유명해졌다. 짝사랑하던 교내 인기 톱 남학생 데이먼과 물리시간 짝이 되던 날 씹고 있던 곰돌이 젤리가 목에 걸려 그만 죽어버렸다. 그것이 한이 되었던 것일까. 그녀는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저승에 도착하지도 못한 채 학교 지하실 어느 교실에서 사후세계를 공부하는 학생들과 또 다른 수업을 듣게 되었다. 물론 죽은 선생님도 있고.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무관심이다"라던 오스카 와일드 명언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샬럿은 살아서도 교내 투명인간이었지만 죽어서 역시 산 사람들 눈엔 보이지 않는 투명한 존재가 되어 학교 곳곳을 떠돌아 다닌다. 죽었다는 것을 인식했지만 체감하지는 못한 채.
게다가 치어리더에 날씬하고 예쁜 겉모습으로 인기 여학생 1위인 페튤라 켄싱턴이 싼티나는 대화수준에도 불구하고 데이먼의 여자친구라는 사실은 샬럿에겐 죽어서도 상처가 되는 일이었다. 급기야 그녀는 살아서도 하지 못했던 일을 감행하는데 그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페튤라의 몸에 빙의되어 데이먼과의 사랑을 경험해보고 싶었으나 페튤라의 저항으로 빙의 되지 못했고 2지망으로 유일하게 샬럿이 보이는 페튤라의 여동생 스칼렛의 동의하에 몸을 빌려 데이먼에게 접근한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한 몸에 모범생과 고스족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가운데 헷갈려하던 데이먼은 오히려 그 대조적인 성격에 반해 스칼렛에게 마음이 기울고 이를 지켜보던 페튤라는 모종의 음모를 꾸미게 되고......살아있는 페튤라 뿐만 아니라 죽은 학생 중에서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프루가 샬럿의 로맨스를 사사껀껀 방해하고 있다.
칙릿에 블랙코미디가 더해진 듯한 미국 10대들의 이야기 속에는 유쾌함뿐만 아니라 우리가 남을 보는 시선과 남이 우리를 향한 시선이 함께 담겨 있다. 얼마전 개그우먼 정선희가 한 프로그램에 나와 타인에 대한 우리의 시선에 대해 말했던 것처럼. 물론 소설 속 아이들은 주목받고 싶어한다. 죽어서도 인기인이 되고 싶어 빙의하는 유령 소녀의 이야기가 바로 [고스트 걸]이다. 하지만 반대로 뒤집어서 보면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인기나 가십이 얼마나 가벼운 것들인지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가을 댄스파티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유령 소녀들은 자신들이 속해야 할 세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남겨진 소녀들도 권선징악의 법칙에 따라 처리되었다. 결말만보자면 로맨틱 스토리의 정석이다. 하지만 중요했던 사실은 살아서는 친구가 하나도 없었던 샬럿에게 죽은 후에는 스칼렛과 팸이라는 두 친구가 생겼다는 진실이었다. 왜 살아있을때 이 좋은 일이 그녀에게 생기지 않았던 것일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이 스토리가 진정한 해피엔딩인지 자꾸만 되집어 보게 만드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