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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브로 탐라생활
한민경 지음, 구자선 그림 / 판미동 / 2019년 4월
평점 :
귀여운 고양이 '히끄'의 이야기가 실린 <<히끄네 집>>을 읽으며 친숙해진 이름들이 나오는 책 <<호호브로 탐라생활>>.
'무는 개','주운 개', '죽다 살아난 개' 가 살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밥먹던 고양이 히끄가 먼저 유명해지긴 했지만 sns상에서 '호이','호삼이','김신'의 인기도 만만치 않았다. 몇년 새 부쩍 제주에 정착한 도시사람들이 많아 나 역시 '제주의 삶'을 꿈꿔 보기도 했지만 땅값, 집값도 너무 올랐고 여행과 달리 정착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물며 10년간 서울에서 카피라이터로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던 저자는 어떻게 훌훌 다 버리고 제주로 향했을까.
농가주택을 개조해 만든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기억이 결국 그녀를 제주로 이끌었다. 결국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장이 된 그녀 곁에 '무는 개 호이'가 나타난 건 그리 오랜 시간 뒤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서울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별로 돌아가고 난 뒤, 누군가의 권유로 키우게 된 아기 비글 '호이'. 알고보니 무는 개라는 녀석은 심지어 주인도 물고 수의사쌤도 물어서 병원 한 번 데려가기 힘든 개다. 전직 카피라이터였던만큼 사진이 실린 페이지 하단에 재미난 태그가 붙어 있는데 #경찰아저씨 호이 좀 잡아가세요 #철컹철컹 을 읽다가 웃음이 터져버렸다. 이 책을 읽는 경찰 아저씨 중 정말 호이를 잡으러 제주까지 갈 경찰아저씨도 있지 않을까? ㅎㅎㅎ 물론 철컹철컹이 아니라 하나,둘,셋 스마일~ 하러 갈 것 같지만.
자다가도 무는 개 호이만으로도 벅찰 것 같지만 그녀는 또 다른 개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비오는 날 나타난 개벼룩 잔뜩 달고 온 강아지 '호삼이'.까만 눈동자가 너무 예뻐서 인형같은 호삼이의 입양문구 밑에 12월 31일까지 입양되지 않을 시 제가 키우겠습니다 라는 한 문장을 덧붙인 건 역시 입양보내기 싫은 그녀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호이가 그녀의 성을 따 '한호이'라 불리는 것과 달리 호삼이는 '서호삼'이 되었는데 함께 살고 있는 서점장의 성을 딴 것인 동시에 처음 강아지를 데려온 서점장에게 공동 견주라는 책임감을 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바다가 펼쳐져 있고, 도심과 달리 자연 속을 산책할 수 있는 제주 땅에서 사랑 듬뿍 쏟아주는 견주와 함께 유유자적 살아가고 있는 두 개를 보며 이 땅의 모든 개들의 이들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편으론 이 두 개 외에 '김신'이라는 강아지가 소개글에 올려져 있어 세번째 반려견인가? 했더니, 블랙탄 '김신'은 길개였다. 너무 예쁜 까만개를 누가 버린 것일까. '심장사상충과 바베시아'에 감염되어 생사를 오가기도 했지만 녀석은 이겨냈다. 누군가는 버린 개를 누군가는 살려낸다. 이래서 세상은 아직은 살만한 곳인 듯 하다. 어쨌든 견생역전. 좋은 견주를 만나 입양 간 김신 미니미가 탄생했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호호브로의 이야기는 끝을 맺지만 더 궁금해져 sns를 살펴보고야 말았다. 제주동물페스티벌에서 금메달을 딴 호삼이의 사진도 있고, 채식중인 호이의 일상도 엿볼 수 있어 계속 보게 만든다. 캐롤의 입양도 응원하면서.
반려동물과 살아가기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그저 한 권의 책으로 끝났겠지만 여섯 고양이의 집사로 살아가는 내게 이 책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같은 고민과 행복을 공유하는 교집합 같은 이야기로 읽혀 오래오래 기억에 남겨두려 한다.
그나저나 제주여행갈 땐 '슬로우트립'을 예약해야하나? '스테이 오조'를 예약해야하나? 고민된다. 아주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