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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다 ㅣ 그림책이 참 좋아 56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꼬맹이랑 함께 잠든 강아지는 동네 슈퍼에 묶여 사는 어미개가 낳은 수많은 강아지 중 한 마리다. 중성화를 시키지 않아 계속 새끼를 낳아야하는 어미개는 그 많은 강아지들 중 한 마리도 곁에 두지 못했다. 골목에서 두 눈이 마주쳤지만 천방지축 '구슬이'는 엄마를 인지하지 못했다. 동화 속 이 장면이 너무 슬퍼서....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말았다. 엄마개는 알아본 것 같은데....
나는 개다 의 주인공 '구슬이'가 입양간 집엔 할머니, 아빠 그리고 다섯살 동동이가 살고 있다. 왜 엄마가 없는지 살짝 궁금하지만 동화의 흐름상 중요하지 않았고 그 보다는 산책 나온 구슬이가 제 엄마 방울이보다 그 뒤에 멈춘 차에서 내린 동동이만 발견한 장면이 가슴 시리게 남아버렸다. 너무나 신나게 뛰어가는 구슬이에게 이제 가족은 사람 셋이므로.
분명 구슬이는 제 엄마 방울이보다 훨씬 좋은 삶을 살고 있다. 짧은 목줄에 묶여 밖에서 살아야하는 운명인 방울이와 달리 집 안에서 살고 있고, 산책시켜주는 할머니, 이불에 똥싸고 벌받으며 낑낑대는 소리를 듣고 같이 자겠다고 베란다로 나온 동동이에게 사랑 듬뿍 받으며 살고 있다. 물론 식구들이 모두 외출하고 난 뒤의 집은 쓸쓸하다.
16동 주차장쪽 고양이 밥 놓는 소리, 3층 누나 들어오는 소리, 아래층 택배온 소리.. 아파트의 온갖 소리들을 들으며 식구들을 기.다.린.다. 사람에게 이렇게 누군가를 한없이 기다리라면 미쳐버리지 않을까. 보통의 개들은 이렇게 누군가를 기다리며 살텐데...동화 속 한 페이지지만 참 사람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다. 미안함으로 가득채우도록......
천방지축에 철들지 않은 강아지인 '구슬이'의 짧은 일상은 참 귀엽지만 마냥 편하게 볼 수만은 없다. 많은 생각들이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간다.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사람, 최대한의 동물복지를 베풀어줄 수 있는 사람, 타인에 대한 배려와 펫티켓을 지키는 사람, 무엇보다 짧은 견생을 행복으로 가득 채워줄 사람이 견주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열어주는 교육북으로 참 좋은 동화다. 백희나 작가의 <<나는 개다>>는.
'이러지 마라~','이런 건 나쁜짓' 이라고 가르치기보다 '어땠니?'.'너라면 어떻게 할래?'라고 물어보고 귀를 기울이면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