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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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제 31회 동경 국제 영화제 특별 초대작의 원작소설인 <<인어가 잠든 집>>은 핑크빛 표지의 예쁜 책으로 벚꽃이 흩날리는 봄날 찾아왔다. 워낙 전방위적으로 잘 쓰는 작가라 제목만으로는 그 내용이나 장르까지 미루어짐작할 수 없었기에 더 궁금했다. 이번에 그가 들려줄 이야기들이......부와 명예를 둘 다 거머쥔 가장의 불륜, 그리고 시한을 둔 합의이혼. IT회사 대표인 가즈마사는 그렇게 가족과 거리를 둔 채 회사일에 몰두하고 있는 남자다.

 

하지만 장모님과 함께 외출했다가 뇌사상태에 빠진 딸을 두고 부부는 차마 이혼을 감행할 수 없었고 장기 기증 권유도 뿌리친 채 막대한 돈을 들여 아이를 돌보기 시작했다. 회사의 첨단 기술을 이용해 의식 없는 딸의 신체를 건강하게 돌보기 시작한 아빠와 엄마 그리고 장모님까지....눈만 뜨지 않을 뿐 모두 미즈호를 살아있는 아이로 대하며 살았다. 3년이 넘는 시간동안.

 

계속 눈을 뜨지 않으면 죽은 거래 - 이쿠토

미즈호 누나는 살아 있어. 잠자고 있지만 먹기도 하고 변도 보고 키도 자라잖아 - 가오루코

프랑켄슈타인조차 못 되는 거지. 의식이 없는 사람의 몸을 이용해서 자기만족을 얻으려는 것뿐이야 - 호시노의 선배

 

 

뇌의 활동이 정지했고 눈을 뜰 수 없는 상태. 혼자 배변처리가 안되지만 키도 크고 약간의 움찔거림이 있는 상태를 두고 '살아있다','죽었다'를 논하게 된다면 대체 어떤 쪽 의견을 따라야할까. 치밀한 반전이 있는 범죄소설을 기대했다가 작가가 던져준 화두에 머릿 속에 복잡해진다. 꽤나 무거운 소재이고 어느 한 가정에 닥친 불행으로만 치부하기엔 사회적인 확장력도 포함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해외 원정 이식 규제가 강화된 이유와 2009년 장기 이식법 개정에 이르기까지 깊이 생각해봐야할 문제들이 드러나 있는 소설이다.

 

특히 신고 후 출동한 경찰들 앞에서 "이미 죽은 사람의 가슴을 칼로 찔러도"(P436) 살인죄가 성립되는지 묻는 엄마_가오루코의 물음은 우리 모두에게 묻고자 한 작가의 목소리가 아닐까. 결국 시간이 흘렀을 뿐 미즈호의 장기는 이식된다. 자신을 '인어'로 착각했던 한 소년에게 건강한 심장을 건네 준 미즈호가 잉여받은 3년이라는 세월은 가족들에게 '버틴 시간'이 아니라 '함께 한 시간'이었기에 추억의 한 순간으로 남았을 것이다.

 

일반적이진 않지만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은 <<인어가 잠든 집>>은 꽤나 두툼한 양이라 단박에 읽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그 여운은 꽤나 오랫동안 남았다. 꽤 오래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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