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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ㅣ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상욱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평점 :
카카오프렌즈 8캐릭터와 작가들의 콜라보북 세번째. <<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는 작은 발이 콤플렉스여서 오리발을 착용한다는 독특한 캐릭터 '튜브'와 하상욱 작가의 합작품이다. 무한도전 '못친소'에 그 사람인가?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살짝 낯선감은 있지만 이 책 한 권을 통해 그의 감각에 홀딱 반해버렸다. 그간 읽은 세 권 중 가장 멋진 책이었다.
취향저격인 라이언이나 피치와 달리 튜브는 앵그리한 모습들이 많이 드러난 캐릭터였다. 친구들이랑 대화할때 가장 많이 쓰는 이모티콘은 취향 상관없이 '튜브'일만큼 격한 감정이 잘 살려졌고 시의적절해서 자주 쓴다. 하지만 화난 모습 뒤엔 180도 다른 순한 모습도 존재하는데, 사탕 같은 눈망울에 불쌍한 작은 눈까지....상황에 따라 너무 달라서 그 또한 사랑스럽다. 겁 많고 마음 약한 오리에서 미친 오리로 변신하는 지킬&하이드격 캐릭터와 하상욱 시인이 만나 들려주는 감성글은 참 짧다.
마음을 흔드는 카피처럼 때론 콕콕 찔러대는 명언마냥 마음 속을 파고든다. 사실 목차에서부터 사로잡혔다고 봐야한다.
싫다면 싫은 겁니다 / 끝까지 참으면 참다가 끝나요 / 위로해달라고 한 적 없는데?/ 이번 인생은 반품할게요/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미친 오리는 어디든 갈 수 있다 라니. 인생을 살면서 누가 해주길 바랬던 말이 직타로 줄줄 흘러나와있다. 이런 선배가 있었다면 당장 멘토 삼았을텐데......
미친듯이 열심히 살기보다는 미친듯이 즐겁게 사는 선택에 목맸을텐데....아쉽다. 이제 만나서.
긴 글 알러지가 있는 사람, 그림 많고 글은 짧막하되 가슴을 후벼파는 한 마디가 필요한 사람에겐 딱이다. 나처럼 긴 글을 좋아하지만 인생템이 인생북 찾는 사람에게도 딱이고.
"왜자꾸 힘내래. 힘빼고 살건데."는 20대였다면 공감하기 힘들었을 것 같긴 하다. 힘 빡 주고 앞을 향해 정주행 하던 열정 넘치던 때라 힘뺀다는 의미는 곧 뒤쳐진다는 것과 동일하다고 오해하던 때니까. 물론 지금의 나는 힘빼고 사는 초록 오리쪽에 가깝다.
인맥관리를 위한 넓은 인간관계보단 내 시간을 인정해주는 폭 좁고 진솔한 관계가 더 편하고 소중하다. 그래서 튜브 x 하상욱 작가의 책은 지금의 내게 편한 친구처럼 남겨졌다. 마음이 어지러운 날에도, 무언가 선택을 해야하는 날에도,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날에도, 마음이 시리고 눅눅한 날에도 꺼내보기 좋다. '너','너희들','우리','너와 나'의 범주가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한 글들이기에.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마음에 솔직해도 되는 시간을 책을 펼쳐보는 내내 선물 받았다. 너무 쉽게 쓰여져서 금새 읽어버렸고. 보고 또 봐도 좋은 내용이고 읽고 또 읽어도 질리지 않아 좋다. 참 쉽게 쓰여졌는데 가볍지 않았다. 무엇보다 솔직해서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