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한 고양이 집사 - 수의사 Dr.노가 알려주는 고양이와 한 가족 되는 방법
노진희.밍키 지음 / 넥서스BOOKS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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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에서 심심찮게 극적으로 구조되는 고양이들을 볼때마다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어쩔 수 없다. 집에 고양이를 키우면서 가슴으로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으니까. 길고양이들의 생활이 우리 집 고양이에 비해 험하고 안쓰러워 자꾸만 마음이 짠해온다.

그 중 어느 노래방 천장에서 끈끈이에 붙여진채 "냐옹냐옹"거리던 아주 조그마한 아기고양이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데, 그때 수의사의 충고대로 119대원들은 식용유를 부어 천천히 그 조그만 생명을 끈끈이에서 떼어냈다. 콩기름이나 식용유로 간단히 뗄 수 있었는데 발견되지 못했다면 스스로는 생명을 놓아야하는 아찔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 생활 속 상식들이 가득한 [나는 행복한 고양이 집사]는 7년째 고양이와 동거중인 수의사가 쓴 책이었다. 낱낱이 파헤쳐진 고양이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의 입장으로, 전문 지식을 통해 도움을 주는 영역은 수의사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은 3G로 소개하면 좋을 책이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고양이 전문가의 고양이 안내서 = 3G

그간 봐 왔던 몇몇 책들처럼 아기고양이 키울 때 주의점, 고양이 나이 계산법, 털 관리와 미용, 중성화 수술, 교배,질병등등의 내용이 중첩되기는 하지만 또보고 또봐도 질리지 않는 건 내가 집사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녀가 키우고 있는 차도녀 밍키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중간중간 장에 등장해 "맞아. 나도 그랬어."를 연발하게 만드는 친밀감까지 더해져 책은 아주 만족스러움을 마지막으로 내게 던져주며 책장으로 쏘옥 들어가 제 자리를 찾았다.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은 많은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배려하고 관심을 가져주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노력한 것보다 더 많은 위안을 주는 사랑스러운 존재이기에 사랑하기를 도무지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오늘만해도 우리집 냥이는 내 무릎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앉아 4시간을 내리 잤다. 양반 다리 한 상태에서 녀석이 올라와 자리를 잡아버려 다리에 쥐가났지만 깨울까봐 다리를 펼 수 없었다. 내가 몸이 몹시 아플때 옆에 와서 조용이 핥아주고 고사리같은 작은 앞발로 '꾹꾹이'를 해 주던 일을 잊을 수가 없어서. 조금 불편해도 서로 보듬어가며 살아가는 것. 나는 녀석에게서 먼저 배려를 선물받고서야 되돌려주는 뒤늦은 집사였던 것이다. 그러니 녀석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기 위해 이 정도 반복 공부를 해 두는 일은 조금도 수고스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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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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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할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이 이야기를 읽어드렸을때 그분의 입에서 나올 첫마디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저런 못된 놈이있나..."

그 이후 말들은 한글화 되기 흉폭할 욕설일테고. 하지만 할머니를 말리기보다 함께 침 튀기며 욕해주고 싶은 남자 토니 홉스를 나는 [위험한 관계] 안에서 만났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전작 [빅 픽처]로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더니 다음 작품으로도 남다른 글담으로 우리를 놀래킨다. 어찌보면 아주 평범한 이야기로 출발하는 듯 하지만 그 풀이 방식이 세상 그 어떤 작가와도 달라 재미있는 그의 이야기는 구렁이 담넘어가듯 슬렁슬렁,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빠른 속도로 읽혀진다. 

굳이 전작이 언급되지 않아도 이번 작품 하나만으로 승부수를 던져도 소설은 날개돋칠듯 팔려나갈 것이 자명해 보였다. 이 작가, 어디 요정 할머니라도 서재에 숨겨놓고 혜택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가 이번 이야기에서 소재로 잡은 것을 다섯마디로 요약하자면 진실의 조작이다.
37세의 늦은 임신으로 아들 잭을 얻은 늦깍이 엄마 샐리 굿차일드는 전직 <보스턴 포스트> 의 카이로 특파원이었다. 근무지에서 목숨을 구해준 <크로니클>지 기자 토니 홉스를 만나 단박에 사랑에 빠지면서 그간의 경력을 다 접고 그의 고향인 런던으로 향했다. 뱃속엔 혼전 혼수인 잭을 담아가지고. 하지만 런던 생활은 그녀에게 독이 되었는데, 임신 내내 우울증에 시달리더니 난산을 겪은 후 산후우울증이 심해져 계속 병원신세를 져야만했다. 설상 가상으로 육아를 방치한 채 전혀 남편의 의무도, 아빠의 의무도 행하지 않는 이기주의자 토니로 인해 그녀의 병세는 악화되어갔다. 그 중 과거 샐리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죄의식을 갖고 살아왔음이 밝혀지고, 이는 아들 잭에 대한 죄의식과도 연관되어 자신감 만만하던 그녀를 폐쇄적인 인간형으로 변모시켜갔다. 

그 사이 언니의 바람나 이혼한 전 남편이자 샐리의 전 형부가 추락사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언니를 위로하고자 미국으로 샐리가 건너간 사이, 토니는 아이와 함께 애인의 집으로 들어가며 그녀에게 이혼과 양육에 대한 법정의 판결을 통보한다. 미국에 잠시 다녀오라고 비행기 티켓까지 끊어주던 남편이 아들을 데리고 36계 줄행랑이라니....!!!

이후 그녀의 인생은 이 보다 억울하고 답답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독자를 몰고가는데, 그 답답함에 잠시 페이지를 덮으려다가 홧김에 더 스피드를 내서 읽어나갔더니 과연 "뻥" 뚫리는 구간이 나를 마중나와 있었다. 양심적이고 완벽하며 성실한 변호사 나이젤. 세상에는 이 삼박자를 갖춘 변호사를 만나기가 바늘 구멍 들어가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기에 샐리의 억울함을 알아주는 말더듬이 변호사의 등을 톡톡 두드려주고 싶기만 했다. 그는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제대로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이후 무자비한 기회주의자였던 토니를 박살내고 아들 잭을 다시 찾게 될때까지 통쾌함과 유쾌함이 가득해 대리복수의 즐거움으로 싱글벙글 웃으며 마지막 반전에 이를때까지 단숨에 숨쉬는 시간도 아껴가며 읽어냈다. 이야기는 특급열차가 되어 유쾌,상쾌,통쾌하게 끝맺어졌지만 마지막 하나의 의문은 남는다. 

독립심 강한 베테랑 여기자가 왜 그토록 무기력하게 바보처럼 앉아서 당하기만 했을까. 아무리 런던이라 해도 그녀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살아남은 종군 특파원이 아니었던가. 또한.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는데 여자로서의 삶에서는 당당했던 샐리가 왜 어머니가 되면서 누군가의 도움없이 모함을 맞받아쳐내지 못했던 것일까. 라는 긴 문장의 하나로 이어진 의문.

물론 교과서적 답은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의문이 남아, 만약 작가가 한국에 내방할 일이 생긴다면 영어문장을 달달 외우는 한이 있어도 질문을 던져 시원한 답을 듣고 싶게 만든다. 

모든 불행은 영국에 도착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샐리는 잭과 함께 영국에 남았다. 토니처럼 망할녀석도 살고 있지만 소송을 겪으면서 알게 된 정의로운 이웃들도 살고 있는 땅이기에 새 삶을 영국에서 이어나가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현실에서 누명을 쓰거나 함정에 빠지면 왠만해서는 상대방의 덫에서 헤어나오기 어렵다. 작정하고 속이는 사람을 나약해진 마음상태로 이겨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땅의 샐리들에게도 그녀들을 향해 손을 던져줄 구원의 투수들이 나타나기를 소설을 보며 기대하고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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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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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내고도 칭찬받을 역작, 근래 건진 소설 중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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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권일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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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였다. 유머와 결합된 미스터리 물이라니. 
100% 진지하게 사건만을 파고드는 긴다이치나 셜록 홈즈, 펜더개스트가 극의 재미와 트릭의 반전으로 독자들을 몰고가는 것과 달리 소년탐정 김전일은 멍청해뵈는 고교탐정의 번뜩임을, 명탐정 코난은 어설픈 떠벌이 유명한과 천재탐정 코난(남도일) 콤비가 주는 유머러스함이 묻혀져 있어 재미에 플러스를 달았다. 하지만 그 유머도 제한적이라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저택섬]에서처럼 시도때도 없이 남발되는 유머러스함과는 차별된다. 

좋은 서평들이 줄을 잇는 [저택섬]을 읽어가며 처음 기대했던 재미는 둘째치고라도 도무지 코드가 맞지 않는 유머러스함에 어쩔 줄을 몰라 잠시 읽기를 멈추어 두었었는데, 어느 타이밍에 웃어야할지 몰라 당황했던 순간을 지우고 꼭 웃음을 이해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생각으로 읽어나가 결국 끝까지 읽기에 성공했따. 

유머를 배제한 [저택섬]의 재미는 수수께끼에 있었다. 

누가
무엇을 위해                                    죽였는가
어떻게 

에 포커스를 맞추어 읽어나갔더니 소설은 색다른 재미와 함께 나를 찾아왔다. 유머가 포함된 신 미스터리는 그렇게 처음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부분과 달리 상당히 만족스러운 느낌을 남겼는데, 아마 이런 연유에 사람들의 좋은 서평들이 줄짓고 있나보다. 

각설하고, 얘기 속으로 빠져들자면,

오카야마 현에서만 유명한 주몬지 가즈오미는 건축가이자 동시에 경영자이기도 했다. 아름다움 모태도 삼는 건축가가 아니라 남다른 건축미를 추구하고 있었는데, 그가 숨을 거둔 저택 역시 그런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응접실,거실,식당 등의 공용공간으로 이루어진 1층과 주몬지 가문 사람들의 생활터인 2층, 초대된 남자손님들에게 주어진 3층, 마지막으로 초대된 여성들에게 주어진 4층까지 모두 4층으로 지어진 저택은 원형복도 안쪽으로 나선형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첨부된 조감도를 보면 훨씬 더 이해를 빨리 할 수 있을 법하지만 도대체 이 건물에서 어떤 트릭으로 주인인 가즈오미를 변사체로 만들었는지와 살해현장은 어디인지는 밝혀지지 않은 채 반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왔다. 

홀로 탐정이 등장하는 일본의 옛 추리물과는 대조적으로 [저택섬]은 형사 vs 탐정, 여자 vs 남자의 대결구도를 잡아두고 둘의 협력하에 사건을 풀어나가게 만들지만 마지막에 사건을 풀어내는 쪽은 둘 다가 아닌 둘 중 하나였다. 먼 친척뻘인 형사 다카유키와 가까운 친척인 탐정 사키는 사사껀껀 실랑이를 벌이지만 공중에서 보면 볼트와 너트 모양인 정육각형의 저택구조에서 해답을 찾고 범인을 물색해낸다. 움직이는 이 건물에 왜 이름이 붙여질 수 없는지도 밝혀내면서. 

어느 타이밍에 웃어야할지 몰라 고민에 빠뜨렸던 미스터리 소설, [저택섬].
킬러들의 수다라는 영화제목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살인과 웃음을 함께 결합해낸 작가의 시도에 용기와 박수를 실어보내면서 계속 될 리뷰 속에서 다른 이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읽어보는 일도 제 2의 재미를 가져다 줄 것 같아 서평읽기를 한동안 멈출 수 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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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권일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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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결합된 미스터리. 탐정과 형사의 미스터리 풀이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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