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택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권일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의외였다. 유머와 결합된 미스터리 물이라니. 
100% 진지하게 사건만을 파고드는 긴다이치나 셜록 홈즈, 펜더개스트가 극의 재미와 트릭의 반전으로 독자들을 몰고가는 것과 달리 소년탐정 김전일은 멍청해뵈는 고교탐정의 번뜩임을, 명탐정 코난은 어설픈 떠벌이 유명한과 천재탐정 코난(남도일) 콤비가 주는 유머러스함이 묻혀져 있어 재미에 플러스를 달았다. 하지만 그 유머도 제한적이라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저택섬]에서처럼 시도때도 없이 남발되는 유머러스함과는 차별된다. 

좋은 서평들이 줄을 잇는 [저택섬]을 읽어가며 처음 기대했던 재미는 둘째치고라도 도무지 코드가 맞지 않는 유머러스함에 어쩔 줄을 몰라 잠시 읽기를 멈추어 두었었는데, 어느 타이밍에 웃어야할지 몰라 당황했던 순간을 지우고 꼭 웃음을 이해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생각으로 읽어나가 결국 끝까지 읽기에 성공했따. 

유머를 배제한 [저택섬]의 재미는 수수께끼에 있었다. 

누가
무엇을 위해                                    죽였는가
어떻게 

에 포커스를 맞추어 읽어나갔더니 소설은 색다른 재미와 함께 나를 찾아왔다. 유머가 포함된 신 미스터리는 그렇게 처음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부분과 달리 상당히 만족스러운 느낌을 남겼는데, 아마 이런 연유에 사람들의 좋은 서평들이 줄짓고 있나보다. 

각설하고, 얘기 속으로 빠져들자면,

오카야마 현에서만 유명한 주몬지 가즈오미는 건축가이자 동시에 경영자이기도 했다. 아름다움 모태도 삼는 건축가가 아니라 남다른 건축미를 추구하고 있었는데, 그가 숨을 거둔 저택 역시 그런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응접실,거실,식당 등의 공용공간으로 이루어진 1층과 주몬지 가문 사람들의 생활터인 2층, 초대된 남자손님들에게 주어진 3층, 마지막으로 초대된 여성들에게 주어진 4층까지 모두 4층으로 지어진 저택은 원형복도 안쪽으로 나선형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첨부된 조감도를 보면 훨씬 더 이해를 빨리 할 수 있을 법하지만 도대체 이 건물에서 어떤 트릭으로 주인인 가즈오미를 변사체로 만들었는지와 살해현장은 어디인지는 밝혀지지 않은 채 반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왔다. 

홀로 탐정이 등장하는 일본의 옛 추리물과는 대조적으로 [저택섬]은 형사 vs 탐정, 여자 vs 남자의 대결구도를 잡아두고 둘의 협력하에 사건을 풀어나가게 만들지만 마지막에 사건을 풀어내는 쪽은 둘 다가 아닌 둘 중 하나였다. 먼 친척뻘인 형사 다카유키와 가까운 친척인 탐정 사키는 사사껀껀 실랑이를 벌이지만 공중에서 보면 볼트와 너트 모양인 정육각형의 저택구조에서 해답을 찾고 범인을 물색해낸다. 움직이는 이 건물에 왜 이름이 붙여질 수 없는지도 밝혀내면서. 

어느 타이밍에 웃어야할지 몰라 고민에 빠뜨렸던 미스터리 소설, [저택섬].
킬러들의 수다라는 영화제목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살인과 웃음을 함께 결합해낸 작가의 시도에 용기와 박수를 실어보내면서 계속 될 리뷰 속에서 다른 이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읽어보는 일도 제 2의 재미를 가져다 줄 것 같아 서평읽기를 한동안 멈출 수 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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