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미술관 산책 - 오전에 떠나서 오후에 즐기는 미술관 산책 시리즈
장윤선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에노 공원에 다녀온 적이 있지만 우에노 동물원은 들르지 못했다. 또한 도쿄 국립 박물관도 우에노 모리 미술관도 구경다녀오지 못했다. 우네오 공원은 문화시설 밀집지역인데도 나는 달랑 공원 한 바퀴만 돌다 나왔을 뿐이었다. 그날의 일정은 그랬다. [도쿄 미술관 산책]이라는 책을 보며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일본에 다녀올 생각이 없다. 특히 도쿄에 대한 생각은 싹 사라져버렸다.

 

저들이 힘들어 할때 우리는 미움과 분노를 잠시 접어두고 같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웃돕기에 나섰는데 현재 우리가 태풍피해가 있고 어려울때 그들은 "이때다"싶은지 독도를 내어놓으라 하고 울릉도를 다녀간다하며 반한류을 부추기고 일본땅에서 한국이라는 문화를 몰아내기에 앞장서고 있다. 도움은 받고 어려워지면 밟아버리는 것이 그들이 이웃을 대하는 태도인가 싶다. 언제나 그랬듯이 비겁함으로 똘똘뭉쳐 만정이 떨어지게 만들고 있다.

 

모든 일본인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일본 여행에 대한 열망은 홀드온 된 상태로 남아 있을 듯 하다. 그래서 책 속에서 내가 놓친 멋진 구경거리들이 발견되어도 아쉬운 생각만 들뿐 시큰둥하다. 에비스 맥주 기념관에서 맛나는 맥주들을 마셨지만 사실 도쿄도 사진미술관은 지나쳐와버렸다. 약탈문화의 증언격인 국립서양박물관도 가본 일이 없다.

 

총 24곳의 박물관과 미술관, 기념관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나는 사람들이 누비는 거리와 공원을 어깨를 부딪히며 걷다왔을 뿐이다. 도쿄는 참 쉬운 도시인데...오전에 떠나면 오후에 즐기다 저녁에 돌아올 수 있는 내 땅같은 24시간으로 누비며 다닐 수 있는 거리인데도 마음에서 멀어지니 거리까지 멀어져 버렸다.

 

조용히 떠난 고객이 다시 돌아오기 힘들듯, 한번 떠난 마음은 좀처럼 다시 돌아오기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책에서 구경한 이 곳들은 그저 책 속 풍경일뿐 눈 앞의 풍경이 될 날을 나는 손꼽아 볼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어쨌든 지금 기분은 어제부터 계속 부동의 상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둑님 발자국 베틀북 오름책방 4
황선미 지음, 최정인 그림 / 베틀북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선미 작가의 작품 탐방 세번째 동화는 [도둑님 발자국]이었다. 얇고 내용도 궁금해보이는 제목인 도둑님 발자국이라니??? 아이가 집에 든 도둑과 마주친 것일까? 나홀로 집에 처럼? 혹시 훔쳐간 것들을 두고 명탐정 코난처럼 추리를 펼치는 이야기일까? 읽기전부터 궁금증 다발을 한가득 안고 시작된 도둑님 발자국 읽기는 내용이 짧아 금새 읽는 시간동안 아주아주 유쾌한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집에 돌아왔더니 유리창이 깨져있고 동생이 사라져 있어 깜짝 놀란 도연이와 엄마아빠는 도둑님이 가져간 물건이 없는지 먼저 찾아보았다. 어른들의 물건은 다 제자리에 있는데 어째서 도연이가 숨겨둔 만원만 사라진 것일까? 도시의 반지하방에서 살지만 엄마몰래 pc방에 다니고, 조립모형 완성을 꿈꾸며 살아가는 도연이에게 도둑님이 다녀간 순간 동생이 사라진 일은 과연 우연이었을까?

 

결국 기르던 강아지 야론을 찾아 단양까지 가출한 상연이가 도둑님인 것이 밝혀지면서 매일 싸우기만 했던 아빠 엄마도, 동생에게 관심을 기울여주지 못했던 형 도연이도 미안해하며 경찰서로 향하면서 가족은 다시 만나 화해의 시간을 갖는다. 함께 살고 있으면서도 각자의 바쁜 삶 때문에 가족에겐 소홀한 도시인들의 삶이 동화속에 잘 녹여져 있어 깜짝 놀라면서도 어느 한 구석은 찔끔 찔려하고 있다. 나 역시 우리 가족에게 무심한 구석이 있진 않았나? 떠올려보면서 오늘은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그들의 꿈과 숨겨진 작은 조각만이라도 펼쳐놓을 수 있는 시간을 한 번 만들어 봐야겠다.

 

2011년이 되면서 크게 결심한 것 중 하나는 무엇이든 미루지 않고 바로바로 시작하자는 거였는데, 좋은 생각과 계획은 미루면 결국엔 해보지 못하고 사장되고 말았던 것들이 너무 후회되었던지라 가급적 미루지 않고 생각이 떠오를때 바로 실행하는 2011년을 보내고 있다. 역시 바로바로 행했더니 후회하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줄고 있는데 상연이 도연이네 가족은 비록 동화속 인물들이지만 나보다 그 사실을 먼저 알게 된 사람들이었다. 작년에 이 동화와 만났다면 2010년부터 이렇게 보낼 수 있었을텐데....늦은 인연이 조금쯤은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국 민화집 - 선녀와 용 그리고 여러 민족들의 이야기 세계의 민화
브리오 출판사 편집부 엮음, 레나타 푸치코바 그림, 류재화 옮김 / 아일랜드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각국의 민화나 신화는 참 다채롭다.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때로는 공포스럽게, 때로는 교훈을 가득담고 우리를 맞이한다. 귀신, 도깨비, 혼령 등등이 등장해 그 상상력까지 더해지는데 중국의 민화는 특히 선녀와 용, 용왕의 딸 등이 등장해서 신비로움을 더한다. 한족을 비롯 만주족, 좡족, 어룬춘족, 자오족, 야오족, 하니족, 리족, 부랑족, 바이족,둥샹족, 후이족 등 열두 민족이 각기 다른 개성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데 그 속에 모두 지혜로움이 담겨 있어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스핑크스식의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어른들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반길 스무고개같은 수수께끼도 있고,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악을 무찌르는 용사의 이야기도 있고, 착한 이를 하늘이 돕는 교훈도 실려 있다보니 21개의 이야기는 겨울밤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듣던 그 이야기처럼 옛스럽지만 정겹게 들려진다.

 

이야기거리가 없는 엄마라면 이 이야기를 잠자리에 들기전에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아이들이 꿈에서 용도 만나고 선녀도 만나면서 용감한 용사나 지혜로운 여인이 되는 꿈을 꾸게 될지도 모르겠다. 꽤 두껍지만 한 이야기의 흐름들이 그리 길지 않아 이야기는 차근차근 읽어나가기 좋고 곁들여진 삽화가 이국적이라 눈까지 즐거웠다. 읽는 내내.

 

권당 가격이 꽤 높았던 [장수]만큼이나 마음에 들지만 그 보다 읽을거리가 더 가득하고 두꺼워 반가웠던 [중국민화집].21개의 이야기 중 가장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제일 먼저 실린 "지혜로운 며느리"였는데, 아들 넷을 둔 영리한 노인이 막내 며느리를 들이기 위해 며늘아기들에게 낸 수수께끼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구해지지 않아 마치 1대 100의 난제에 봉착한 듯 착각하게 만들기도 했다.

 

며느리들을 각자의 친정에 보내면서 노인은,

 

"셋이 오늘, 같은 날 가서 같은 날 돌아오너라, 그러니까 큰애는 사흘 닷새, 둘째는 이레 여드레, 셋째는 열닷새에 돌아오된 첫째는 속이 노란 무를 가져오고 둘째는 종이로 덮인 불을 가져오고, 셋째는 발 없는 거북을 가져오라."는 요상한 주문을 했다.

 

이 수수께끼를 풀어낸 푸줏간 딸 키아오구는 결국 노인의 막내 며느리는 노인이 거듭낸 문제인,

 

두가지만 넣고 열 재료가 들어간 요리를 만들고, 일곱 재료가 들어간 쌀밥을 지어  집안의 살림을 도맡을 수 있었고 마을수령의 수수께끼도 풀어 시아버지의 목숨을 구한 지혜로운 여인으로 칭송받게 되었다.

 

마을 수령이 낸 수수께끼는,

 

황소가 낳은 송아지, 바다를 채울 기름, 하늘을 덮을 검은 천을 가져오라 는 요구였다.

 

답을 아는 지인들이 있는지 문자를 보내면서 나는 내내 즐거웠다. 한 사람도 맞추는 이가 없었으나 그들에게 이 질문이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며 중국 민화의 재미남을 소개할 수 있어 더 신나는 일이 되기도 했다. 이미 예전부터 다문화가 공존했던 중국. 여럿이 모여 불편한 삶이 아니라 여럿이 모여 재미가 넘치는 삶을 사는 그들의 오늘은 우리의 다문화에도 좋은 영향력을 전해주길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가 마중 - 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 가족에세이 그림책
박완서 글, 김재홍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골목 속 작은 집 젊은 새댁의 임신이 이렇게 따뜻한 한 권의 책 분량이 될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누군가에겐 흘려지나갈 사소한 일도 누군가에겐 좋은 글감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려지는 걸보니 살면서 하나하나 소홀히 지나갈 일이 없어야겠다 싶어진다.

 

먼저 임신한 젊은 새댁은 맛나는 것을 먹고 넉넉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며 태교를 시작했고 아가 이불, 옷, 용품들을 준비하며 아가 마중을 시작했다. 예전과 달리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기는 엄마의 마음이 전해져 찡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새댁의 주머니는 헐렁해졌지만 배와 마음만은 가득해졌나보다.

 

그녀의 남편인 예비 아빠는 아이를 얻고 보니 세상엔 걱정거리 투성이였다. 믿을 수 없는 것 천지인 세상에 아이를 내어놓으려니 한숨부터 나오지만 그는 솔선수범해 언젠가 아이가 타게 될 동네 놀이터 그네도 고쳐놓고, 주변의 나쁜 것들을 없애려 노력중이다. 아이가 부모에게 준 선물은 기쁨 뿐만이 아니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갈 사람으로 부모를 탈바꿈 시켜놓고 있었다.

 

그로 끝나지 않고 이야기 선물을 준비 중인 할머니까지 식구가 보태어지는데, 아기를 기다리며 세상이 아름다움을 발견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얼마전 우리 곁을 떠난 (고)박완서 작가의 작품이다. 평범한 일상도 그녀의 눈에 들고 손을 타면 감동적인 이야기가 되듯 아가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소소한 기쁨과 다정함이 담뿍 뭇어나면서도 이토록 짧은 이야기에 감동을 실을 수 있다니....세상 떠난 작가의 저력은 짧은 글에서도 빛나고 있었다.

 

박완서 작가의 사진을 보면 사람좋아보이는 순박한 모습 가운데 언제나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는 과일 같은 느낌을 받곤 했는데, 보통의 사람들이 모습이나 성격 때문에 색으로 분류되던 것과 다르게 그녀는 그녀만의 매력점이 있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내겐 그런 작가였고 그런 사람같이 뵈여졌다. 그래서 매니아는 아니었지만 쉬임없이 그녀의 글을 일년에 한 편 정도는 접해왔는데 이제 더이상은 새 글을 볼 수 없다니...이처럼 암담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주말을 이용해 생텍쥐페리가 어머니와 가족에게 보냈던 일생의 편지들을 읽으면서도 사라져간 한 젊은이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껴야 했는데, 한 주가 시작되는 아침! 나는 또 하나의 안타까움을 안고 먼저 떠난 작가를 애도하고 있다. 동화책 한 권을 가슴에 품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광동 안개소년
박진규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의 벤자민 버튼은 노인으로 태어나 아이로 죽는 역흐름으로 살아간 남자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인생을 부러워했을지 모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맞출 수 없어 함께 하지 못한 그의 인생은 100% 행복하진 못했을 것이다. 소설 속 인물이지만 이렇게 살다간 벤자민의 삶이 불행했을까? 보광동 안개소년의 삶이 불행했을까?

 

보광동 안개소년 은 만화가 원수연의 단편 속에서 구름을 몰고 다니던 사나이처럼 태어날때부터 안개에 휩싸여 태어났다. 안개를 뒤집어 쓰고 태어나다보니 그를 받아낸 간호사를 까무러치게 만들고 혼인신고 없이 처가살이 하던 아빠를 줄행랑 시켰고 여섯살 되던 해엔 엄마마저 도망가버렸다. 그의 잘못은 어찌보면 하나도 없었는데 세상의 시련은 그를 운명처럼 찾아왔던 것이다.

 

할머니랑 살던 소년은 밤외출로 "지나"를 만나고 그녀의 소개로 성형외과의 남인수와 안개다리 회장, 통역사 "안"등을 알게 되지만 어느새 버려진 채 tv출연을 하게 됨으로써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아 대한민국에선 그의 존재를 서류상으론 알 수 없는 사람이었으나 tv출연은 그런 그를 양지로 드러내고 세상 사람들 앞에 내어놓아 보이는데, 만약 이런 사람이 실제 tv속에 등장한다면 시청하던 나는 어떤 느낌일까 잠시 상상해 본다.

 

안개소년은 말했다.

 

나는 불쾌함이며, 이 세상에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존재

 

라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세상에 불필요한 존재란 없다 라고 생각해왔는데 그의 고백은 사람을 참 쓸쓸하게 만든다. 세상이 그를 버리기 이전에 그 스스로가 이미 자신을 버린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내용이 비관적이기보다 생각보다 담담한 어조로 정리되어 있어 소설은 읽는내내 불편함보다는 편안하게 읽을 분위기를 유도해냈고, 작의적이거나 공포스럽지 않아 많은 것들을 생각할 시간을 내게 주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