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동 안개소년
박진규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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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의 벤자민 버튼은 노인으로 태어나 아이로 죽는 역흐름으로 살아간 남자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인생을 부러워했을지 모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맞출 수 없어 함께 하지 못한 그의 인생은 100% 행복하진 못했을 것이다. 소설 속 인물이지만 이렇게 살다간 벤자민의 삶이 불행했을까? 보광동 안개소년의 삶이 불행했을까?

 

보광동 안개소년 은 만화가 원수연의 단편 속에서 구름을 몰고 다니던 사나이처럼 태어날때부터 안개에 휩싸여 태어났다. 안개를 뒤집어 쓰고 태어나다보니 그를 받아낸 간호사를 까무러치게 만들고 혼인신고 없이 처가살이 하던 아빠를 줄행랑 시켰고 여섯살 되던 해엔 엄마마저 도망가버렸다. 그의 잘못은 어찌보면 하나도 없었는데 세상의 시련은 그를 운명처럼 찾아왔던 것이다.

 

할머니랑 살던 소년은 밤외출로 "지나"를 만나고 그녀의 소개로 성형외과의 남인수와 안개다리 회장, 통역사 "안"등을 알게 되지만 어느새 버려진 채 tv출연을 하게 됨으로써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아 대한민국에선 그의 존재를 서류상으론 알 수 없는 사람이었으나 tv출연은 그런 그를 양지로 드러내고 세상 사람들 앞에 내어놓아 보이는데, 만약 이런 사람이 실제 tv속에 등장한다면 시청하던 나는 어떤 느낌일까 잠시 상상해 본다.

 

안개소년은 말했다.

 

나는 불쾌함이며, 이 세상에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존재

 

라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세상에 불필요한 존재란 없다 라고 생각해왔는데 그의 고백은 사람을 참 쓸쓸하게 만든다. 세상이 그를 버리기 이전에 그 스스로가 이미 자신을 버린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내용이 비관적이기보다 생각보다 담담한 어조로 정리되어 있어 소설은 읽는내내 불편함보다는 편안하게 읽을 분위기를 유도해냈고, 작의적이거나 공포스럽지 않아 많은 것들을 생각할 시간을 내게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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