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화집 - 선녀와 용 그리고 여러 민족들의 이야기 세계의 민화
브리오 출판사 편집부 엮음, 레나타 푸치코바 그림, 류재화 옮김 / 아일랜드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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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각국의 민화나 신화는 참 다채롭다.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때로는 공포스럽게, 때로는 교훈을 가득담고 우리를 맞이한다. 귀신, 도깨비, 혼령 등등이 등장해 그 상상력까지 더해지는데 중국의 민화는 특히 선녀와 용, 용왕의 딸 등이 등장해서 신비로움을 더한다. 한족을 비롯 만주족, 좡족, 어룬춘족, 자오족, 야오족, 하니족, 리족, 부랑족, 바이족,둥샹족, 후이족 등 열두 민족이 각기 다른 개성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데 그 속에 모두 지혜로움이 담겨 있어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스핑크스식의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어른들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반길 스무고개같은 수수께끼도 있고,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악을 무찌르는 용사의 이야기도 있고, 착한 이를 하늘이 돕는 교훈도 실려 있다보니 21개의 이야기는 겨울밤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듣던 그 이야기처럼 옛스럽지만 정겹게 들려진다.

 

이야기거리가 없는 엄마라면 이 이야기를 잠자리에 들기전에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아이들이 꿈에서 용도 만나고 선녀도 만나면서 용감한 용사나 지혜로운 여인이 되는 꿈을 꾸게 될지도 모르겠다. 꽤 두껍지만 한 이야기의 흐름들이 그리 길지 않아 이야기는 차근차근 읽어나가기 좋고 곁들여진 삽화가 이국적이라 눈까지 즐거웠다. 읽는 내내.

 

권당 가격이 꽤 높았던 [장수]만큼이나 마음에 들지만 그 보다 읽을거리가 더 가득하고 두꺼워 반가웠던 [중국민화집].21개의 이야기 중 가장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제일 먼저 실린 "지혜로운 며느리"였는데, 아들 넷을 둔 영리한 노인이 막내 며느리를 들이기 위해 며늘아기들에게 낸 수수께끼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구해지지 않아 마치 1대 100의 난제에 봉착한 듯 착각하게 만들기도 했다.

 

며느리들을 각자의 친정에 보내면서 노인은,

 

"셋이 오늘, 같은 날 가서 같은 날 돌아오너라, 그러니까 큰애는 사흘 닷새, 둘째는 이레 여드레, 셋째는 열닷새에 돌아오된 첫째는 속이 노란 무를 가져오고 둘째는 종이로 덮인 불을 가져오고, 셋째는 발 없는 거북을 가져오라."는 요상한 주문을 했다.

 

이 수수께끼를 풀어낸 푸줏간 딸 키아오구는 결국 노인의 막내 며느리는 노인이 거듭낸 문제인,

 

두가지만 넣고 열 재료가 들어간 요리를 만들고, 일곱 재료가 들어간 쌀밥을 지어  집안의 살림을 도맡을 수 있었고 마을수령의 수수께끼도 풀어 시아버지의 목숨을 구한 지혜로운 여인으로 칭송받게 되었다.

 

마을 수령이 낸 수수께끼는,

 

황소가 낳은 송아지, 바다를 채울 기름, 하늘을 덮을 검은 천을 가져오라 는 요구였다.

 

답을 아는 지인들이 있는지 문자를 보내면서 나는 내내 즐거웠다. 한 사람도 맞추는 이가 없었으나 그들에게 이 질문이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며 중국 민화의 재미남을 소개할 수 있어 더 신나는 일이 되기도 했다. 이미 예전부터 다문화가 공존했던 중국. 여럿이 모여 불편한 삶이 아니라 여럿이 모여 재미가 넘치는 삶을 사는 그들의 오늘은 우리의 다문화에도 좋은 영향력을 전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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