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은 집을 떠난다 - 카이스트 물리학도에서 출가의 길을 택하다
도연 지음 / 판미동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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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아하는 친구는 매일 좋은 글을 한 구절씩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했다. 그래서 때때로 좋은 구절이 카톡으로 날아오곤 한다. 친구처럼 습관처럼 나누어 읽지는 못하지만 요즘 도연 스님의 책을 적당 페이지씩 읽으면서 마음을 다독이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물리고 질릴만큼 경험해봤다고 생각했지만 그 마음 수양은 아직 멀었던 모양이다. 모난 구석은 다듬고, 약한 구석은 어루만지면서 느리게, 느리게 웃음을 찾아가고 있다.

 

 

말이 많아지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아짐을 점점 깨닫게 된다
말이 많아질수록 자기 자신을 살피는 시간이 줄어들고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만 늘어난다

p155

 

 

카이스트 물리학도였던 스님의 스펙보다 스무살의 나이에 스님이 되기를 결정했던 그 강단이 놀라웠고, SNS와 유튜브로 소통하는 스님의 일상이 신기하기만 했다. 내가 아는 스님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기에. 종교계에서조차 불통을 지양하고 있는 추세인가보다. <무구나 한 번은 집을 떠난다>는 출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소소한 일상이 이어지는 편한 에세이도 아니었다. 페이지 중간중간 호흡 명상법이 등장하는가 하면 SNS의 짧은 글귀들도 보이고, 마치 강의 듣듯 알찬 내용들로 채워져 있기도 했다.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에게' 스님이 당부하는 4가지는 '자존/관계/공부/소통' 이었다. 집을 떠나기 위해서 이 넷은 꼭 필요하단다. 살다가 만나지는 사람들 중엔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 어른이 아닌 사람들도 꽤 많았다. 최소한의 반성과 고민의 시간 없이 하루하루를 지나쳐가는 사람들. 성찰이라는 단어와는 먼 그들을 보면서 타인에 대해서도 자신에 대해서도 왜그리 불친절한 인생을 살아가는지 한숨이 나오곤 했다. 그들의 모습이 내게도 투영되어 있을까봐 몸서리를 치면서.

 

 

부족한 내게 스님의 책은 많은 위로가 되었다. 마음 공부가 필요했던 나에게 작은 용기가 됐다. 함께 살아가며 인간 보편의 가치를 발견하라는 충고!! 자기 고유의 것을 찾으라는 조언!!은 정말 적절했다. 퇴보에 대한 두려움을 딛고 늘 배우고 성장하기를 원하지만 실상은 게으름 그 자체였던 어제를 반성하고 고요하지만 높이를 더해가는 물처럼, 내일을 맞이하고 싶은 목표가 생겨났다.

살면서 힘이들 때 만나고 싶어지는 사람이 있다. 또 힘을 더하는 책과 만나진다. 인연은 꼭 생물과 닿지 않아도 변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스님의 책이 나의 내일에 좋은 영향을 전했기에 마음 속으로 고마움을 표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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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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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더위가 찾아오고 곧 이어 극장가에 공포영화가 걸렸다. 하지만 극장 나들이 갈 새도 없이 단 한 권의 소설이 내 발목을 잡고 말았다. B.A 패리스의 데뷔작인 <<비하인드 도어>>는 '핑크빛 로맨스'의 반대적 결말을 보여주면서 현실감에 무게를 더하는 소설이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완벽한 부부. 하지만 알고 보면 쇼윈도 부부이자 '푸른수염'보다 더 잔혹한 남편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는 그레이스의 두려움이 최악으로 기억된 실화 소설 <<룸>>(엠마 도노휴/2010년) 보다 결코 작지 않았다. 절망의 빈도, 공포의 사이즈가 비등비등한 소설인 <비하인드 도어>의 주인공 그레이스는 책임감이 남다른 여성이었다.

열일곱 살 차이가 나는 동생을 엄마가 마흔 여섯의 나이에 덜컥 낳았을 때도 다운 증후군 판정을 받은 밀리를 포기하지 않고 케어한 건 그레이스였다. 가정형편이 딱히 빈곤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식에 대한 책임은 회피한 채 어린 딸에게 늦둥이를 맡겨버리고 부부 둘만의 행복을 위해 이민이라는 도피행각을 택한 부모에게 그레이스 해링턴은 과한 딸이었다. 부모보다 나은 책임감을 가진 인간적인 딸. 사춘기 시절 반항은 커녕 동생을 책임지기 위해 대학을 포기하고 일자리를 찾았던 그녀. 열여섯 밀리까지 감당할 남자를 찾지 못해 서른 둘의 그레이스는 싱글 상태. 그때 마법처럼 나타난 완벽남이 잭이었다.

 

 

 

공원에서 밀리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던 남자는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마치 인생에 미리 준비된 축복처럼 사귄 지 세달 무렵엔 도망갈 준비를 하긴 커녕 부모님을 만나 결혼승낙을 받아냈고 결혼에 앞서 아름다운 저택까지 마련되었다. 그동안의 세월을 보상받듯 찾아온 남자와의 로맨스는 딱 거기까지. 결혼해서 신혼여행을 가는 순간까지였고 첫날밤, 그는 사라졌다.

 

>>>>  첫날 밤을 함께 보내지 않은 남편, 무슨 문제라도???

 

 

숨겨둔 여자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면 폭력적이거나 변태성향의??? 그레이스의 머릿 속을 스쳤을 무한한 상상들이 독자의 머릿 속도 함께 헤집어놓는 가운데 작가는 상상하지 못한 거대한 폭탄을 투하했다. 공포로 사람을 조종하는 희열이 학습된 사이코패스. 그레이스의 남편 잭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성향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사람'이 필요했고 부모로부터 단절된 그레이스와 밀리 자매는 그에게 눈앞에 차려진 진수성찬이나 다름 없었다.

시회와 차단된 채 필요할때만 인형처럼 잭이 곁에 서야했던 그레이스. 그리고 곧 그들과 함께 살게 될 밀리. 잭은 이미 결혼식날 밀리를 밀어 다치게 만들었고 애정을 듬뿍 쏟았던 반려견도 죽음으로 내몰았다. 양심의 가책은 커녕 그들로 인해 고통받고 슬퍼하는 그레이스의 상처를 웃음으로 즐기면서. 이런 남자와 평생을 함께 한다는 건 죽음보다 더한 공포가 아닐까. 그래서 그레이스의 선택은 살기위한 몸부림인 동시에 스스로를 구원하는 용기로 보여진다. 물론 도덕적 잣대로 따지자면 논란의 여지는 많다. 그러나 때때로 소설 속 주인공이 놓인 상황에서처럼 법보다 주먹이 가까울 때, 하나의 동앗줄처럼 내려진 단 한 번의 찬스를 놓치는 건 삶을 포기하는 신호밖에 되지 않는다.

 

 

'너랑 결혼했어'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예전에는 알지 못했다. 잭이 그 말을 내뱉을 때 얼마나 소름 돋았는지. 공포를 넘어선 분노를 느끼면서 마지막 장을 덮어야했다. 결과야 어찌 되었든 현실에서도 이런 남편, 어딘가에는 존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사람이 제일 무섭다. 살면서 든 생각이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진리와 함께 견고해져만 간다. 그저 평범하게 지나가는 오늘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특별할 필요도, 달콤할 필요도, 완벽한 남자도 기대하지 않는 일상. 지금이 좋다! 딱!

 

 

-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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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북촌과 연애하기로 했다
이소정 지음 / 북앤트래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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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은 그냥 조용히 홀로 걷고 싶은 길이다. 얼마전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잠시 등장했던 북촌 한옥마을. 손에 부채 하나 들고 생수 한 병 옆구리에 낀 채 조용히 걷고 또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다보면 마음이 고요해지지 않을까. 슬로우라이프가 따로 있나. 북촌은 그만큼 장소가 전하는 의미가 큰 곳이므로.

<그래서 나는 북촌과 연애하기로 했다>

는 전직 에디터이자 현 자유기고가로 활동중인 이소정 기자의 시선을 따라 천천히 진행된다. 여행이 아닌 머무름을 선택한 그녀.  여행지라고만 생각했던 혹은 외국인들의 숙박지라고 생각했던 '북촌'에서 여행자를 도와주는 여행자로 머물러 보는 것. 너무나 매력적인 시간을 보냈다. 저자는. 만원 안쪽으로 먹을 수 있는 '집밥' 메뉴들을 혼밥하면서 그 누구보다 자유로웠을 그녀. 참 부러워지는 대목이었다. 혼자만의 여행을 즐긴지가 얼마나 오래전 일인지.....! 특히나 고양이 여섯을 반려하면서는 2박 3일 이상은 집을 비울 수도 없어 장거리 여행은 그냥 접어두고 있었는데, 관광이나 휴양이 아닌 마음 수양하기 좋은 이런 인생 여행을 만나게 되면 또 마음에 역맛빛 바람이 분다. 부러움을 싣고.

 

 

 

 

책을 깔끔하게 편집되어 있다. 여행서처럼 너무 과한 정보를 담아내지도 않았고 에세이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개인의 정서만 담겨 있지도 않았다. 가령 '발자취'라는 예쁜 표현 아래 여행일정이 지하철노선도처럼 보기쉽게 정리되어져 있었고 사진을 통해 흥미를 더했다. 마치 누군가의 여행일기를 읽듯 짧게 나누어진 여정 속에서 겪은 일들이 팁처럼 읽혀졌고 만난 사람, 마주친 고양이 한마리조차 사소하게 그냥 지나침이 없어서 페이지에 따라서는 그 감성을 읽는 느낌이 좋았다.

 

 

책이 소개하는 곳들은 시끄러운 동행이 아닌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든든해지는 친구와 걷고 싶은 곳들이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 순간 수다가 그치고 정적이 흘러들어도 어색하지 않을 사이. 그런 친구와 언젠가 함께 걸어보고 싶은 곳이다. 다만 북촌은 내게 살아보고 싶은 곳이라기 보다는 여행지로서의 로망이 강해서 몇 년에 한 번씩 올레길 걷듯 한번씩 걷다 오고 싶어지는 마음 순례동선이다. 그래서 북촌에 관한 책이 눈에 띄이면 일년에 한 권 정도는 펼쳐보게 된다. 많이 변했을까? 라는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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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
김진명 지음, 박상철 그림 / 새움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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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그 반대의 경우,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역사'는 끊임없이 증명해내고 있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바로 서지 못한 역사 교육은 시한폭탄을 가슴에 품고 사는 나날들임을 댓가를 치르면서도 깨닫지 못한다면 그 민족의 미래는 어두운 수렁일 수 밖에 없다. 분명 우리땅이 자명한 독도문제 하나가지고도 우리는 명쾌하고 간단하게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 김진명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애국심은 활활 불타오를 수 밖에 없다.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을 읽으면서 딱 7번 애국심에 기름을 들이 부었다. '광개토태왕비', '명성황후 최후의 순간'은 방송과 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면 '함흥차사'나 '대한민국 국호 한의 비밀'은 궁금증을 가져본 적조차 없었던 일들이라 사뭇 부끄러워졌다. 왜 배운 지식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어보지 않았을까. 주입식으로 넣어진 지식을 진리라고 착각하고 믿어버리다니.....!

 

 

 

 

카카오 스토리 펀딩에 '김진명의 대한민국 7대 미스터리'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내용은 학생들도 접하기 쉽게 만화로 그려져 있었다. 물론 글자만 빽빽했더라도 충분히 신나게 읽었겠지만 만화로 시각화 되어 좀 더 많은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었으리라.  어린 학생들에게 책의 내용은 어른인 나에 비해 훨씬 더 신선한 충격이지 않을까.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으면서 왜 나라이름이 '한국'인지 궁금한 적이 있었던가. 적당히 얼버무려진 신화만 알고 있었던 얕은 지식이 부끄러워졌다. 첫페이지부터 어른인 나는 참 부끄러웠다. 역사책을 꽤나 읽었으면서도 가장 근본이되고 기본이 되는 사실조차 알아보려하지 않았던 것에. 궁금했다고한들 찾아보는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끝까지 파고들어 알아낸 사실을 소설이라는 매개체로 독자들에게 나눔하는 김진명 작가가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그동안 울분만 갖고 있었던 '광개토태와비의 사라진 세 글자' 역시 '석회도말론'으로 믿고 있었다. '임나일본부'와 같은 역사 조작이 '동'이라는 글자 하나로 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곡된 역사교과서를 밀어부치고 있는 일본, 우리의 역사를 올바르게 집필해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어느쪽을 더 원망해야할지.....딱 세개의 파일(명성황후 최후의 순간까지)을 넘겼을 뿐인데 우울함이 더해졌다. 순서대로 읽지 않았다. 목차를 펼쳐놓고 가장 흥미가 당기는 파일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래서 순서가 '광개토태왕비의 사라진 세 글자-명성황후 최후의 순간 -  대한민국 국호 한의 비밀 - 함흥차사의 숨은 사연 - 박정희 죽음의 진실 - 북한을 지배하는 진짜 세력 - 문자의 기원을 둘러싼 역사 전쟁' 순이 되었다.

 

 

이토록 치밀하게 취재하면서 자료를 모으고 끊임없이 답을 구하며 한 권의 소설을 완성해냈음을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다. 작가의 신작 <예언>을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중인데, 이번 소설은 그냥 읽힐 것 같지 않다. 그 한 권 속에 작가의 피땀이 얼마나 서려 있는지 되새기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정성들여 읽게 될 듯 하다.

그동안 읽었던 김진명 작가의 책은 모두 소설이었는데 단 한 권, 소설이 아닌 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감동과 애국심의 깊이는 더 깊어졌다. 설왕설래 중인 역사 교과서 너머에서 스스로 그 답을 찾아갈 수도록 이런 책들이 좀 더 많이 출판되었으면...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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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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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인사드립니다, 아주버님"

 

 

 

어느날 갑자기 듣도보도 못했던 제수씨가 나타나 동생의 실종을 알린다면......! 너무나 수상쩍어 보이지 않을까. 게다가 수의사인 데시마 하쿠로와 야가미 아키토는 아버지도 성도 다른 형제였다. 복잡한 집안 사정으로 인해 형제애를 쌓으며 자라지 못했고 마치 남처럼 서로 삶에서 멀어져 있었다. 이미. 그런데 동생의 아내가 나타나 외국에서 둘이서만 결혼을 해서 집안에서는 아무도 자신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없으니 도와달라고 요청해왔다. 그녀를 야가미 집안에 소개하기 위해 그 껄끄러운 사람들과 다시 마주쳐야하는 하쿠로.


왜 그는 가에데를 덜컥 믿고만 것일까.



오랜만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게 된 건. 한동안 그의 브랜드 네이밍은 '절대불변'이었는데, 장르 불문하고 그가 쓴 모든 글이 재미있어 신간이 나오기 무섭게 읽어대곤 했었지만 지난 몇 년 사이 약간 시들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위험한 비너스>는 몇 장만 넘겨 보았을 뿐인데 '범죄의 내음'이 가득했다. 독자로 하여금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들로 채워져 있어 전반부를 읽는내내 마음껏 추리를 하며 여러 갈래의 결말을 지어보기도 하고, 아키토의 실종과 욕심 많은 야가미가 사람들을 용의선상에 올려보기도 했으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좋을지 모를 가에데의 말들을 되짚어보면서 범인을 추론해 보기도 했다.


미스터리는 그 과정을 즐기게 되는 장르라 읽는 내내 즐거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소설은 끔찍한 장면을 나열하거나 작의적인 표현으로 눈을 불편하게 만들지도 않았다. 다만 우연이라고 생각해왔던 과거의 일들이 연계된 진실이며 단편적인 기억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결국 범인이 노렸던 것은 재산이 아닌 친부가 그렸던 그림 한 장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하쿠로가 느꼈을 감정을 고스란히 함께 공감하게 만드는 놀라운 수작이 <위험한 비너스>다.

 

 

하쿠로의 친부는 다정한 사람이었지만 그리 유명한 화가는 아니었다. 그랬던 그가  뇌종양 판정을 받은 후 전혀 다른 화풍의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데 당시 간호부였던 아내 '데이코'는 <후천성 서번트 증후군>을 연구중이던 의사 '야가미'를 믿고 남편의 치료를 맡겼고 약간 호전되는 듯 했으나 남편인 가즈키요는 사망해버렸다. 이후 데이코는 아들 하쿠로를 데리고 야가미가로 재가했고 몇 년 후 아키토라는 남동생이 생겼다. 자식이 없어 사랑을 듬뿍 쏟아주었던 이모와 겐조이모부와 달리 야가미가 사람들은 다정하지 않았고 물과 기름처럼 겉돌던 그는 어머니의 자살 후 야가미가와 완전히 멀어져 버렸던 것. 아버지가 그렸던 <관서의 망>이라는 그림. 어쩌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일지도 모를 16년 전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사라진 새 아버지의 연구 보고서.



스케일이 크지는 않지만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처럼 누구나 용의자가 될 수 있고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모두가 수상해보이는 인물관계도 탓에 끝까지 특정한 한 사람을 집어낼 수는 없었다. 범인에 주목하기 보다는 '가에데'가 어떤 인물인지가 살짝 더 궁금했고 의문투성이인 제수씨에게 끌리는 하쿠로의 감정선이 더 흥미롭기도 했다. 어떤 페이지에서는.

 

 

모든 비밀이 속시원하게 밝혀졌지만 결말은 생각만큼 어둡진 않았다. 잘못된 선택을 한 인간이 있었고 과거의 자신을 후회하며 올바른 선택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게 되었다. 어린시절 외롭고 쓸쓸했을 한 남자의 과거 기억이 모두 따뜻하게 변할 순 없어도 이제라도 행복을 위해서 그가 용기를 낼 것이라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관서의 망>은 정말 인간이 발을 들이밀어서는 안 될 영역이었을까.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된다면 이 그림은 얼마나 신비스럽게 표현될까. 보고싶다. 영상화 되는 모습을!!!



생각보다 양이 방대했다. 다 읽는데 꼬박 하루가 소요되었다. < 용의자 x의 헌신>,<유성의 인연>,<붉은 손가락>만큼 좋았다. 개인적으론. 물론 그 이상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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