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 처음 인사드립니다, 아주버님"

 

 

 

어느날 갑자기 듣도보도 못했던 제수씨가 나타나 동생의 실종을 알린다면......! 너무나 수상쩍어 보이지 않을까. 게다가 수의사인 데시마 하쿠로와 야가미 아키토는 아버지도 성도 다른 형제였다. 복잡한 집안 사정으로 인해 형제애를 쌓으며 자라지 못했고 마치 남처럼 서로 삶에서 멀어져 있었다. 이미. 그런데 동생의 아내가 나타나 외국에서 둘이서만 결혼을 해서 집안에서는 아무도 자신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없으니 도와달라고 요청해왔다. 그녀를 야가미 집안에 소개하기 위해 그 껄끄러운 사람들과 다시 마주쳐야하는 하쿠로.


왜 그는 가에데를 덜컥 믿고만 것일까.



오랜만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게 된 건. 한동안 그의 브랜드 네이밍은 '절대불변'이었는데, 장르 불문하고 그가 쓴 모든 글이 재미있어 신간이 나오기 무섭게 읽어대곤 했었지만 지난 몇 년 사이 약간 시들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위험한 비너스>는 몇 장만 넘겨 보았을 뿐인데 '범죄의 내음'이 가득했다. 독자로 하여금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들로 채워져 있어 전반부를 읽는내내 마음껏 추리를 하며 여러 갈래의 결말을 지어보기도 하고, 아키토의 실종과 욕심 많은 야가미가 사람들을 용의선상에 올려보기도 했으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좋을지 모를 가에데의 말들을 되짚어보면서 범인을 추론해 보기도 했다.


미스터리는 그 과정을 즐기게 되는 장르라 읽는 내내 즐거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소설은 끔찍한 장면을 나열하거나 작의적인 표현으로 눈을 불편하게 만들지도 않았다. 다만 우연이라고 생각해왔던 과거의 일들이 연계된 진실이며 단편적인 기억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결국 범인이 노렸던 것은 재산이 아닌 친부가 그렸던 그림 한 장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하쿠로가 느꼈을 감정을 고스란히 함께 공감하게 만드는 놀라운 수작이 <위험한 비너스>다.

 

 

하쿠로의 친부는 다정한 사람이었지만 그리 유명한 화가는 아니었다. 그랬던 그가  뇌종양 판정을 받은 후 전혀 다른 화풍의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데 당시 간호부였던 아내 '데이코'는 <후천성 서번트 증후군>을 연구중이던 의사 '야가미'를 믿고 남편의 치료를 맡겼고 약간 호전되는 듯 했으나 남편인 가즈키요는 사망해버렸다. 이후 데이코는 아들 하쿠로를 데리고 야가미가로 재가했고 몇 년 후 아키토라는 남동생이 생겼다. 자식이 없어 사랑을 듬뿍 쏟아주었던 이모와 겐조이모부와 달리 야가미가 사람들은 다정하지 않았고 물과 기름처럼 겉돌던 그는 어머니의 자살 후 야가미가와 완전히 멀어져 버렸던 것. 아버지가 그렸던 <관서의 망>이라는 그림. 어쩌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일지도 모를 16년 전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사라진 새 아버지의 연구 보고서.



스케일이 크지는 않지만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처럼 누구나 용의자가 될 수 있고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모두가 수상해보이는 인물관계도 탓에 끝까지 특정한 한 사람을 집어낼 수는 없었다. 범인에 주목하기 보다는 '가에데'가 어떤 인물인지가 살짝 더 궁금했고 의문투성이인 제수씨에게 끌리는 하쿠로의 감정선이 더 흥미롭기도 했다. 어떤 페이지에서는.

 

 

모든 비밀이 속시원하게 밝혀졌지만 결말은 생각만큼 어둡진 않았다. 잘못된 선택을 한 인간이 있었고 과거의 자신을 후회하며 올바른 선택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게 되었다. 어린시절 외롭고 쓸쓸했을 한 남자의 과거 기억이 모두 따뜻하게 변할 순 없어도 이제라도 행복을 위해서 그가 용기를 낼 것이라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관서의 망>은 정말 인간이 발을 들이밀어서는 안 될 영역이었을까.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된다면 이 그림은 얼마나 신비스럽게 표현될까. 보고싶다. 영상화 되는 모습을!!!



생각보다 양이 방대했다. 다 읽는데 꼬박 하루가 소요되었다. < 용의자 x의 헌신>,<유성의 인연>,<붉은 손가락>만큼 좋았다. 개인적으론. 물론 그 이상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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