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페 일기 - 행복이란 분명 이런 것 다카페 일기 1
모리 유지 지음, 권남희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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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의 이야기였다. 남편과 아내, 어린 아이 그리고 개 한마리. 4식구가 모여사는 평범한 일상인데 꽤 많은 일본인들이 응원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세월의 흐름을 따라. 렌즈를 통해 단지 오늘은 담아낸 그들의 <<다카페 일기>>는 차곡차곡 쌓여 어제로 넘겨졌지만 행복감 역시 이자 붙듯 쌓여 있었다. 어찌보면 잔잔한 일상인데 웃음이 날만한 사진들을 찾아낼 때도 있었고 진심이 발견된 페이지도 있다.

모든 순간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랄까. 어쩌면 우리가 그냥 흘려버린 어제도 기록을 통해보면 따스한 날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들의 사진일기처럼.

 

일본 여행때 그 많다는 고양이도 까마귀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많긴 한가보다. 그리고 그 힘이 쎄긴 쎈가보다. 어린 강아지를 물 정도면. 가족의 반려견인 '와쿠친'은 생추 3개월령에 까마귀에게 물려갈 뻔 했던 강아지였다. 성견이 된 후에도 목에 상처가 남아 있을 정도면 까마귀의 입질은 매우 사나웠나보다. (여행길에 마주치지 않아서 다행인가. 도쿄에서 에비스 길을 걷다가 산책 나온 커다란 개와 만난 것을 제외하곤 일본 여행길에 동물친구와 마주친 적이 없는 듯 하다. 그러고보면)

아이와 개를 함께 키우면 안된다며 버리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모리네처럼 함께여서 더 행복해진 가족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주변인들은 모리네처럼 후자에 속하는 분들이라 개 혹은 고양이와 아이를 반려하는 사진이 SNS에 올라올때마다 꼭 한 마디씩 글을 남기게 된다.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물론 이 책엔 반려견과 함께하는 일상만 담긴 것은 아니다. 할아버지와 엉뚱한 포즈로 찍힌 손녀의 사진이 있는가 하면 목마를 태운 엄마의 모습도 담겨 있고 유치원 교복을 입고 와쿠친과 함께 찍은 아이의 사진도 있다. 이 모든 사진이 아빠의 시선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니.....무척이나 가정적인 아빠인 동시에 참 따뜻한 가정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울컥했다. 사랑 듬뿍 받고 자란 아이와 반려견은 표시가 나기 마련이다. 아이의 표정만봐도 이 가족의 온도가 얼마나 포근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내 마음의 계절은 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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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첫 번째 이야기 - 매일 1cm만큼 찾아오는 일상의 크리에이티브한 변화 1cm 시리즈
김은주 글, 김재연 그림 / 허밍버드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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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1cm>>를 읽었으니 그동안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예전 책보다 훨씬 예쁜 표지 게다가 '첫번째 이야기'는 삼색이, 고등어, 노랑이, 턱시도....고양이들이 가득한 그림. 트렌드가 반영된 완전 탐날만한 표지여서 그 내용과 상관없이 또 사고 싶게 만드는 겉옷을 입고 내 눈 앞에 나타났다. 색깔마저 따뜻해 보이는 레몬빛이다.

1cm만 시선을 옮겨도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나태해지고 부끄러움이 없어질까봐 경계하면서도 한편으론 여유로워지고 익숙해지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1cm만 옮겨도 보일 세상에 귀닫고 눈닫고 살게 된 것은 아닌지 한번씩 자가체킹을 하게 된다. 어느 여배우가 TV에서 말한 것처럼 꼰대로 살고 싶진 않으므로. 그래서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내뱉게 되는 말 또한 더 조심스러워졌다.  예전에는 휙휙~ 쉽게 내뱉었던 말 한마디가 이제는 충고처럼 들리게 될까봐.

 

1권과 2권을 동시에 읽은 날이어서 내용들이 뒤죽박죽 되어 버린 듯 하지만 그 좋은 느낌은 변함이 없었다. 이 작가 역시 한 방의 힘이 크다. 교훈이 아닌 인생의 지혜를 발견하게 만든다. 자괴감보다는 스스로를 칭찬하게 만드는 힘. '할 수 있고 될 수 있어' + '안되도 괜찮아 지금도 나쁘지 않아'를 동시에 전달해주는 따스함.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슬쩍 귓속말하듯 알려주는 친절함. 아, 이제 생각났다! 이래서 나는 작가의 책이 참 좋았던 것.

독특한 단어 없이도 톡톡 튀는 오렌지 알 같은 문장들이 손짓하며 부른다. 읽고나면 기분이 한결 나아질 거라고. 묵직함 대신 편안함을 선택한 작가의 탁월함에 무릎을 치면서 나는 2권을 또 신나게 읽었다. 반나절동안. 한의원 대기실에서 1권을 펼쳐들었고 진료를 마치는 동안 그 읽기를 끝냈지만 결코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내용의 신선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읽었던 책을 다시 펼치면, 어느 대목에서는 뇌가 '읽었던 부분이야'라고 기억을 풀기 마련인데, 이 책! 새로 펼친 장처럼 낯선 기분으로 살피게 만든다. 마치 전에는 본 적 없는 전혀 새로운 내용처럼 슥슥 기억의 뇌에 저장했다. 좋은 구절, 좋은 생각이 많이 담긴 책이어서 인생이 업그레이드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겐 감기약보다 좋은 치유북인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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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고양이, 작은 고양이 - 2018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55
엘리샤 쿠퍼 지음, 엄혜숙 옮김 / 시공주니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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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서평을 썼던 인스타 스타 고양이가 별로 돌아간지 2년째 되는 달입니다. 새 고양이 '깨'가 깨발랄하게 살고 있지만 '깨'는 '깨', '밀(코무기)'은 '밀'일수 밖에 없지요. 여전히 녀석을 추억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이든 반려동물이든 인생 자체가 이런 것일지도 모르지요.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 자리물림을하고 떠날 수 밖에 없는....그래서 지금 이 순간은 더할나위 없이 소중한 순간일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2018년 칼데콧 아너 상'을 수상한 동화 <<큰 고양이, 작은 고양이>>는 한없이 따뜻하면서도 끝없는 그리움을 담고 있는 동화책이랍니다.



새하얀 큰 고양이는 외동묘였어요. 인도어~ 집 안에서 가족들이 돌아올때까지 창 밖을 구경하거나 사료를 먹고, 그루밍을 하는 등 집 안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던 반려묘였지요. 올블랙 꼬마 고양이가 둘째로 올 때까지. 하악질, 합사기간을 뛰어넘어 큰 고양이는 작은 고양이에게 집 안사용법을 꼼꼼하게 가르쳐줍니다. 언제 마시고 먹어야하는지, 배변은 어디에서 하며 함께 놀다 잠드는 느낌은 어떤 것인지....혼자일때보다 훨씬 행복해졌어요. 작은 고양이가 큰 고양이의 키를 훌쩍 넘어설때까지 그들은 함께였지요~


하지만 완벽했던 날들은 너무나 짧았고 흰고양이 없이 이젠 검은 고양이가 외동묘가 되고 말았지요.

 

 

"  그건 참 힘겨웠어.
                 모두에게.  "

 

 

모두에게 힘겨웠다는 말. 올블랙냥이에게도 집사들도 함께 그리움을 앓았다는 부분이 가슴아프면서도 묘한 위안을 가져다준 부분입니다. 가족을 잃는다는 건 그런 것일테니까요. 사람가족이든 고양이, 강아지 가족이든. 똑.같.이!!



그리고 큰 고양이를 닮은 새하얀 새 고양이가 왔어요. 이젠 큰 고양이가 된 올블랙냥이가 그 옛날 배웠던 것처럼 새 고양이에게 집안에서의 삶을 알려줍니다. 함께 잠든 그림은 너무나 따뜻했어요. 이젠 더이상 외롭지 않을테니까요....모두!!

작가의 딸이 반려묘를 잃고 펫로스에 빠진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동화여서인지 진솔함이 배여 있었어요. 여섯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내게도 닥칠 일!! 이라는 마음이 들고말아 짧은 글이었지만 읽고서도 쉽게 서평을 쓸 수 없었어요.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지만 이별은 언제나 가슴 한 구석에 큰 구멍을 남기고 맙니다. 새 고양이가 왔지만 희고 큰 고양이는 잊혀지지 않을거에요. 코무기가 그러했듯.



동화를 읽으면서 '오늘 내 고양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냈나' 반성해봅니다. 오늘은 우리에게 다시 올 수 없는 귀중한 기회니까요.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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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쓰게 된다 - 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
김중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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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면, 정말 술술 실타래 풀리듯 뭔가 쓰게 될까? 책제목에 이끌려 구매한 <무엇이든 쓰게 된다>는 한 소설가의 '창작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붙여져 있어서 솔깃하면서도 '이 책을 다 읽고나서도 뭔가 쓰지 못하면 어떻하지?'라는 이중의 고민을 던져준 책이다.

출판사가 '위즈덤하우스'인만큼(작가별 / 출판사별 특징이나 좋은점이 자연스레 분류되어버렸다. 오랜시간 책을 읽으면서) 편집이나 디자인은 군더더기 붙일 필요 없이 깔끔했다. 글자체조차 맞춤체인듯 심플했고 정말 읽고 싶게끔 소개문을 뽑아놓은 것 역시 위즈덤다웠다.

2000년 [문학과 사회]에 중편소설을 발표하며 등단한 소설가 김중혁은 꽤 많은 책을 집필해왔는데 그 중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소설문체는 접한 적 없으나 이 책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짧고, 깔끔하면서 잘 정돈된 문체. 에세이를 읽을 때 만나면 가장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에 그림이 삽입되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첫대목부터 눈을 뗄 수 없었다. '문구의 여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을만큼 필기구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내게 나열된 그의 책상 위 친구들은 꽤나 익숙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연도별로, 때로는 시간대별로 짧막하게 쓰여진 글의 길이도 도입부 에피타이저글로 안성맞춤이었다. 왠만큼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을만큼이었으므로.

길이가 살짝 길어졌다가 생각과 겸험들이 웹툰처럼 펼쳐지고 뜬금없이 생각지도 못한 '언어영역' 문제지를 받게 되지만 편집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마치 소설계의 노홍철과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써라! 저렇게 써라!는 식의 작법서였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 뭔가 색다른 것을 찾기 위해 첫 장을 펼쳤는데, 작가의 책은 놀이동산처럼 다이내믹했다.

 

다만 큰 '창작의 비밀'을 발견해내진 못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은 후에도 여전히 뭔가 쓰게 되진 않았다. 마지막장을 덮은 지 사흘이 지난 오늘, 책의 서평을 올리면서 참 깔끔하고 재미있게 읽었으나 원래의 목적과는 멀어져버린 책을 주시하고 있다. 다시 읽으면 자극받게 될까? 아니면 친구에게 선물하고 그녀가 다 읽고나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볼까? 평소처럼-. 고민중이다.

 

 

 

 

글을 쓰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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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꼬닐리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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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서두르지 않아도 좋아요
당신이 갈 수 있는 길을
꼭 찾을 수 있을 거에요
할 수 있어요

P205

 

 

 

 

 

지치고 힘든 순간 마법의 주문을 외워주던 친구가 있다.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다? 없다!에 대한 찬반론이 무의미하게 느껴질만큼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을 '남자사람친구','여자사람친구'로 지내왔다. 힘든 날 서로의 목소리가 위로가 되고, 기쁜 날 가감없이 자랑할 수 있어 여느 여자친구들과 다를 바 없어 보였으나 이 친구는 절망의 밑바닥에서 언제나 나를 끌어올리곤 했다. 다른 친구들은 할 수 없는 단 한 마디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목소리만 듣고선 "괜.찮.아" 로 모든 절망을 뿌셔버리던 친구의 마법같은 한마디. 그 달콤한 목소리처럼 위로를 안겨주는 동화책 한 권이 출간됐다. 네이버 그라폴리오 인기 작가 꼬닐리오의 <이 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통통한 소녀와 동글동글한 토끼의 얼굴은 여전히 볼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옆모습과 뒤태만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는! <그래도 너를 사랑한단다>라는 전 권의 제목도 다정다감했지만 이번 동화의 제목 역시 달달하다. 돌아오지 않을 하루하루의 추억을 되새김질 하는 일은 그래서 애잔하기보다는 한없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마치 아랫목에 배를 깔고 누워 팔을 베고 잠든 초저녁처럼 동화의 시작과 끝은 마음의 온도를 한껏 데워놓고 있다.

 

 


작가의 말처럼 펼쳐놓은 추억들은 하나같이 평범한 일상들이다. 하지만 너무나 소중한 일상의 순간들이었다. 바스락거림에 가을을 느끼고, 아빠등에 업혀 나들이 다녀오고, 낮잠자고 일어나니 엄마가 없고, 도무지 반으로 정확하게 쪼개진 날이 없었던 쌍쌍바를 나누어 먹던 날들, 지칠때까지 놀았던 눈오는 날의 추억까지... 똑같다곤 할 수 없지만 떠올려보면 비슷한 추억들이 있어 보는 내내 오버랩 되곤 했던 <이 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정말 제목처럼 꺼내볼때마다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지난날들이내게도 풍족하게 쌓여 있었다. 동화가 고마운 순간은 지금처럼 따뜻함을 꺼내볼 게이트가 되어줄 때가 아닐까. 그래서 다른 장르의 글과 달리 동화는 내게 스토리+나의 추억을 덧기워 연장된 길이로 읽게 만드는 묘한 힘을 발휘하곤 했다. 언제나! 

 

 

 

친구의 "괜찮아"가 항상 힘을 발휘했듯 꼬닐리오의 통통한 그림 역시 온도가 느껴지는 "괜찮아~"파워를 지니고 있다. 짧은 감성글은 어린이가 쓴 것처럼 쉽고 간결했으며 그림은 어른들이 탐낼만큼 귀엽고 앙증맞았다. 거기에 읽는 이의 추억까지 더해져 삼박자가 고루 맞아들어간 꼬닐리오의 신작. 동화같은 에세이.



다 읽은 책은 이 감성을 함께 나누고픈 친구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인생이 늘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우리들에게도 가끔은 단순해지고픈 순간이 오곤 하니까. 그런 날 내 친구에게 좋은 목소리로 속삭여줄 따뜻한 에세이 한 권으로 작가 꼬닐리오의 책만큼 좋은 약을 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으므로........!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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