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탐정 정약용
김재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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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이 낯익다했더니 <훈민정음 암살사건>,<색, 샤라쿠>,<경성 탐정 이상>,<섬, 짓하다>를 쓴 작가였다. 학자로만 알고 있던 정약용을 탐정으로 불러들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작가가 정약용을 통해 그리고 사건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유랑탐정 정약용>>은 수수께끼 풀어가듯 읽으면서 한 남자를 뒤쫓게 되는 이야기다. 이정명 작가의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과 '가리온'의 대치캐릭터만큼 멋진 구도를 기대하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했다.

그 이름도 집안도 업적도 모두 유명한 '정약용'이라는 모범생 선비는 소설 속에서 삼미자라 불리고 있었다. 천연두를 앓아서 세갈래 눈썹이 된 그와 일곱살 많은 벗인 가환의 앞에 던져진 연쇄 살인 사건은 흉측했다. 발견된 시체들의 장기가 사라졌다. 장기밀매가 없었을 시대인 조선 시대에서 살인범은 그들의 장기가 필요했던 것일까. 읽을면 읽을수록 궁금하기 짝이 없게 만드는 <유랑탐정 정약용>은  하루만에 다 읽었을만큼 막힘없이 술술 읽혔다.

 

 

하나가 시작되었지만 시작된 하나가 없듯이
하나가 끝났으나 그 하나는 끝난 것이 아니다

 

 

 

아쉽게도 평등교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사이비 종교집단을 소재로 했던 드라마 <구해줘>에서처럼 조선시대에도 비틀린 믿음,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구나 정도로 여겨졌을 뿐이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 찾아든 곳에서조차 소모품에 지나지 않았던 사람들의 생이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애초에 영화 '조선명탐정 시리즈'처럼 코믹한 스토리를 기대했던 것이 아니었기에 결말은 예상대로였다. 작가의 최신작인 <이웃이 같은 사람들>을 같은 시기에 함께 읽었는데, 후자쪽이 훨씬 더 치밀하게 쓰여진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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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곳이 운명이다 - 좋은 운명을 끌어당기는 공간과 풍수 좋은 운을 부르는 천지인 天地人 시리즈
김승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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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과 풍수는 구분 되어져야 한다. 막무가내로 맹신해서도 곤란하지만 100% 무시하고 살기엔 찝찝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터]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고 나서 관심이 약간 생긴 '풍수'는 동서양의 현대 인테리어 안에서도 살짝씩 엿보이고 있어 매거진에서 '인테리어-풍수'라는 단어가 보이면 지나치지 못하고 읽곤 했다. <<사는 곳이 운명이다>> 라는 제목 때문에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책은 어려운 부분도 몇 페이지 있었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레벨이었으며 지금 우리집의 상태를 점검해보기 좋은 지표북이었다.



특히 현관을 깨끗하게 치워두라는 정도의 충고만 봐왔던 내게 신발장은 붙박이형으로, 매트의 색상은 밝지 않게, 신발장 내부는 수시로 정리해서 정갈하게 유지할 것 등의 구체적인 충고는 실천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고 다행스럽게도 바로 실행할 수 있을만큼 간단했다.

 

 주역에는 태극이 있으니 이것이 음양을 낳고,
음양은 사상을 낳았으며, 사상은 8괘를 낳았다

 

하지만 이제껏 알아왔던 정보와 달랐던 대목에서는 어느 쪽을 믿어야할지 헷갈리기도 했는데, 가령 "머리를 북쪽으로 두면 안된다. 죽은 사람들이 머리를 북쪽으로 둔다"라고 어른들에게 들어왔던 것과 달리 저자는 "머리는 북쪽으로 두고 자라. 서쪽으로 두고자면 안된다"라고 충고하고 있었다. 북쪽이 맞는 것일까? 서쪽이 맞는 것일까? 아니면 아무 쪽에나 두고 자도 상관없는 것일까. 어쨌든 북쪽과 서쪽 둘 다 약간씩 찝찝한 기분이 든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싹 무시할 수도 없는 건 실제로 집 터와 맞지 않아서 건강이 나빠진 경험이 있었다. 땅이 인간 생활 중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한 말은 고층 건물에 둘러싸여 사는 시대에 안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병을 얻게 되는 집, 재물이 줄줄 새는 집은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인지 제목인 '사는 곳이 운명이다'는 말이 참 무섭게 느껴졌다. 가격/인테리어/역세권인지만 확인하고 정작 중요한 기본 체크는 안하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반성해보면서.



좋은 집,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집, 금전이 붙는 집...누구나 그런 바램은 갖고 있을 터. 한 권만 읽었다고 집을 보는 눈이 좋아졌을리 만무하다. 이 한 권을 시작으로 좀 더 관심을 열어두고 '좋은 자리'에 관한 책들을 탐독해 보려고 한다.

 

 인생은 왜 이리 선택해야하는 것들이 많은지......!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 배움을 게을리 할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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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을 한다 - 본격! 운전툰 스노우캣 시리즈 (미메시스)
스노우캣(권윤주) 글.그림 / 미메시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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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하다보면 "저런 사람에게도 면허가 발급되었구나" 한숨 쉬게 만드는 사람들이 스쳐지나갈 때가 있다. 짧은 거리를 달리는동안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이 넘어가면 덩달아 내 혈압도 상승하고 만다. "초보운전"이라고 붙여놓고 천천히 가는 사람보다는 미친듯이 곡예 플레이를 하거나 사람이 건너가야할 10차선을 가로지르는 횡단보도를 황당하게 차가 건너간다거나 중앙선을 침범해 역주행하는 차와 마주칠 때는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다. 도심 한 복판에서 과속 후진을 그것도 거리 하나를 통째로 후진운전을 하는 사람을 건너 차선에서 보면서는 신고하고 싶었을 정도다. (운전 중이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내게 이런 일들을 들으면서 "야, 너한테만 그런 일들이 자주 발견되냐?"며 웃었던 친구가 어느 날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차량을 보고 "정말 있는 일이었구나"라며 믿어준 일은 사실 기쁜 일이 아니었다. 이후 친구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라도 다 믿어주게 되었지만.

 

<<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을 한다>>를 펼치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들이 떠올려졌다. "본격! 운전툰"이라는 부제 아래 장롱 면허를 꺼낸 스노우 캣의 초보운전기가 펼쳐지는 내용과는 상관없는 추억들이었는데도 '운전'이라는 단어 때문에 운전하면서 겪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나보다.

관심이 없고 필요치 않아 남들보다 면허를 늦게 땄던 내겐 '스노우캣'과 같은 에피소드들은 없었다. 오히려 요즘 더 조심해서 운전하고 있다. "방어운전"이 최선이라고 믿고 살면서. 아무리 내가 신호를 지키고 속도를 지키면서 가도 음주운전, 무대포 운전, 과속운전자를 만나 들이 받히면 사고가 되는 거니까. 모르고 와이퍼를 켜고 초보운전 스티커 하나를 골라도 마음에 드는 글자체를 찾는 스노우캣은 조심스러움이 많은 사람이면서 동시에 약간 소심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스노우캣 시리즈를 봐 왔는데도 이번 편을 읽으면서는 이전의 스노우캣은 싹 다 잊혀진 채 오롯이 이 책 속의 스노우 캣에게만 집중하게 된다.

 주차 걱정에 운전 동선도 미리짰던 스노우 캣이 주차달인이 되어가고 질주본능을 민끽하며 자유로를 달리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면 어땠을까.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반성할 줄 아는 여유, 교훈을 그는 애마 '귀염둥이'를 몰고나오며 입으로 외치는 모습이 바람직하게 여겨졌다. 그리고 반성. 나는 어제의 운전을 되짚어본 적이 있던가. 단 한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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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도쿄에는 좋은 바람이 불 거예요
강한나 지음 / 니들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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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여행다녀온 사람들의 책은 많다. 그곳에서 생활하다 온 사람의 이야기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NHK의 한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이며 카도카와 단카상을 연속 수상한 시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일본 생활 7년 차의 강한나처럼 특별하진 않았다. 한국인이면서 일본으로 스카우트 되어 방송에서 활동 중인 일본 연예인이 경험한 일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책의 첫장을 펼치면 제목 아래 '글, 사진 그리고 시'를 모두 저자가 찍고 쓴 것으로 되어 있다. 보통 글이나 그림 혹은 글과 사진 모두를 쓰는 사람은 있어도 '시'? 생소했다. 하지만 우리와는 다른 일본 사회의 시스템을 생활자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점은 색달랐다.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에게 절대 피해를 끼쳐서는 안된다'고 교육받은 그들이 침략의 역사 안에서 저질렀던 만행들을 부인한다는 건 다소 아이러니하게 다가오지만. 친절하고 질서를 잘 지키는 그들이 한국땅 독도를 욕심내는 것부터 그만두어 주었으면 좋겠다 싶지만.

<<내일 도쿄에는 좋은 바람이 불거에요>>는 정치색을 띤 책이 아니므로 가볍게 읽기로 했다. 머릿 속 복잡했던 상념들은 싹 다 밀어버린 채. 언어나 문화가 다른 생활권에서 전문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혼자 감내해야하는 고통의 시간이 긴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비록 새 친구들이 생기고 고정 직업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마음 한 켠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연예인이라는 직업군의 화려함보다는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일상이 담겨 있었다. 매우 담담하게 쓰여진 내용들은 잘난척이나 젠척 하는 부분이 없어서 좋았고 서점나들이를 즐기면서 마라톤에도 참가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건강한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는 듯 느껴졌다.

단카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체감할 수 없는 한국에서 살고 있어서인지 그 대목은 선뜻 다가오질 않았다. 하지만 도전과 노력 그리고 그 결실만큼은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수고했다고 잘하고 있다고 응원을 보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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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주역 공부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김승호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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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으로 '주역'에 통달하고자 한 것도 아니고 거창하게 '세상의 변화를 움직이는 법칙'을 알고자 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앞서 읽은 <돈보다 운을 벌어라> 를 의미있게 읽었기에 한국 최고의 주역학자인 초운 김승호 작가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졌을 따름이다. '주역과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강의하고 있는 그가 말하는 '이치'란 어떤 것일까. 아울러 '주역'을 알고 나면 그 이전과 이후의 삶이 얼마나 많이 변화하게 될 것인가? 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첫장을 펼쳤다.

 

원리란 단순해야만 그 구실을 제대로 한다
복잡한 것은 원리가 없거나 그 원리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세상에는 항상 원리가 있다
그것을 찾는 것이 바로 학문이다
p18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차를 두고 동양은 '개념중심',서양은 '물질중심'이라고 언급하고 있는 저자는 "주역"을 '철학'이 아닌 '과학'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이 관점부터 새로웠는데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목표라는 말에 또 한번 놀라고 말았다. 과연 그런 이론이 존재할까.

5000년도 더 된 '주역'이라는 학문에 심취한 '닐스 보어','아인슈타인','라이프니츠','칼 융' 등은 과학자 혹은 정신분석학자였다. 컴퓨터를 탄생시킨 2진법 역시 주역을 통해 알아낸 사실이라니.....결코 만만하게 볼 학문이 아닌 것이다.

중국문화권과 역사적으로 가까웠던 우리에게나 익숙한 '주역'인 줄 알았는데 동서를 막론하고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도 놀랍거니와 아주 오랫동안 심취하고도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니...이 무슨 미스테리한 일인가 싶다. 너무 어려워서일까. 너무나 심오해서일까.

복희씨가 하늘에서 가져왔다는 '팔괘'는 선 혹은 줄로 나열되어 있다. 무슨 암호처럼 삼선이었다가 여섯 개로 나뉘어지기도 하고 가운데만 나뉘어진 선과 위 아래가 다 뚫린 선의 의미가 각각 달라 팔괘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매직아이인가? 싶기도 했다. 처음에는 암호처럼 보이기만 했던 팔괘의 층마다 담긴 의미를 살펴보면서 속속들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 어렵다 싶은 부분은 살짝 건너뛰기도 했고 재미있는 대목은 집중하면서 읽었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통달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흥미를 가지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한 번 읽고 다 이해할 수 있는 학문이 아니었으므로 주역이 세상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는 점만 알게 된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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