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cm 첫 번째 이야기 - 매일 1cm만큼 찾아오는 일상의 크리에이티브한 변화 1cm 시리즈
김은주 글, 김재연 그림 / 허밍버드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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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1cm>>를 읽었으니 그동안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예전 책보다 훨씬 예쁜 표지 게다가 '첫번째 이야기'는 삼색이, 고등어, 노랑이, 턱시도....고양이들이 가득한 그림. 트렌드가 반영된 완전 탐날만한 표지여서 그 내용과 상관없이 또 사고 싶게 만드는 겉옷을 입고 내 눈 앞에 나타났다. 색깔마저 따뜻해 보이는 레몬빛이다.

1cm만 시선을 옮겨도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나태해지고 부끄러움이 없어질까봐 경계하면서도 한편으론 여유로워지고 익숙해지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1cm만 옮겨도 보일 세상에 귀닫고 눈닫고 살게 된 것은 아닌지 한번씩 자가체킹을 하게 된다. 어느 여배우가 TV에서 말한 것처럼 꼰대로 살고 싶진 않으므로. 그래서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내뱉게 되는 말 또한 더 조심스러워졌다.  예전에는 휙휙~ 쉽게 내뱉었던 말 한마디가 이제는 충고처럼 들리게 될까봐.

 

1권과 2권을 동시에 읽은 날이어서 내용들이 뒤죽박죽 되어 버린 듯 하지만 그 좋은 느낌은 변함이 없었다. 이 작가 역시 한 방의 힘이 크다. 교훈이 아닌 인생의 지혜를 발견하게 만든다. 자괴감보다는 스스로를 칭찬하게 만드는 힘. '할 수 있고 될 수 있어' + '안되도 괜찮아 지금도 나쁘지 않아'를 동시에 전달해주는 따스함.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슬쩍 귓속말하듯 알려주는 친절함. 아, 이제 생각났다! 이래서 나는 작가의 책이 참 좋았던 것.

독특한 단어 없이도 톡톡 튀는 오렌지 알 같은 문장들이 손짓하며 부른다. 읽고나면 기분이 한결 나아질 거라고. 묵직함 대신 편안함을 선택한 작가의 탁월함에 무릎을 치면서 나는 2권을 또 신나게 읽었다. 반나절동안. 한의원 대기실에서 1권을 펼쳐들었고 진료를 마치는 동안 그 읽기를 끝냈지만 결코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내용의 신선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읽었던 책을 다시 펼치면, 어느 대목에서는 뇌가 '읽었던 부분이야'라고 기억을 풀기 마련인데, 이 책! 새로 펼친 장처럼 낯선 기분으로 살피게 만든다. 마치 전에는 본 적 없는 전혀 새로운 내용처럼 슥슥 기억의 뇌에 저장했다. 좋은 구절, 좋은 생각이 많이 담긴 책이어서 인생이 업그레이드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겐 감기약보다 좋은 치유북인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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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쓰게 된다 - 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
김중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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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면, 정말 술술 실타래 풀리듯 뭔가 쓰게 될까? 책제목에 이끌려 구매한 <무엇이든 쓰게 된다>는 한 소설가의 '창작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붙여져 있어서 솔깃하면서도 '이 책을 다 읽고나서도 뭔가 쓰지 못하면 어떻하지?'라는 이중의 고민을 던져준 책이다.

출판사가 '위즈덤하우스'인만큼(작가별 / 출판사별 특징이나 좋은점이 자연스레 분류되어버렸다. 오랜시간 책을 읽으면서) 편집이나 디자인은 군더더기 붙일 필요 없이 깔끔했다. 글자체조차 맞춤체인듯 심플했고 정말 읽고 싶게끔 소개문을 뽑아놓은 것 역시 위즈덤다웠다.

2000년 [문학과 사회]에 중편소설을 발표하며 등단한 소설가 김중혁은 꽤 많은 책을 집필해왔는데 그 중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소설문체는 접한 적 없으나 이 책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짧고, 깔끔하면서 잘 정돈된 문체. 에세이를 읽을 때 만나면 가장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에 그림이 삽입되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첫대목부터 눈을 뗄 수 없었다. '문구의 여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을만큼 필기구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내게 나열된 그의 책상 위 친구들은 꽤나 익숙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연도별로, 때로는 시간대별로 짧막하게 쓰여진 글의 길이도 도입부 에피타이저글로 안성맞춤이었다. 왠만큼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을만큼이었으므로.

길이가 살짝 길어졌다가 생각과 겸험들이 웹툰처럼 펼쳐지고 뜬금없이 생각지도 못한 '언어영역' 문제지를 받게 되지만 편집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마치 소설계의 노홍철과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써라! 저렇게 써라!는 식의 작법서였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 뭔가 색다른 것을 찾기 위해 첫 장을 펼쳤는데, 작가의 책은 놀이동산처럼 다이내믹했다.

 

다만 큰 '창작의 비밀'을 발견해내진 못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은 후에도 여전히 뭔가 쓰게 되진 않았다. 마지막장을 덮은 지 사흘이 지난 오늘, 책의 서평을 올리면서 참 깔끔하고 재미있게 읽었으나 원래의 목적과는 멀어져버린 책을 주시하고 있다. 다시 읽으면 자극받게 될까? 아니면 친구에게 선물하고 그녀가 다 읽고나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볼까? 평소처럼-. 고민중이다.

 

 

 

 

글을 쓰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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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꼬닐리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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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서두르지 않아도 좋아요
당신이 갈 수 있는 길을
꼭 찾을 수 있을 거에요
할 수 있어요

P205

 

 

 

 

 

지치고 힘든 순간 마법의 주문을 외워주던 친구가 있다.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다? 없다!에 대한 찬반론이 무의미하게 느껴질만큼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을 '남자사람친구','여자사람친구'로 지내왔다. 힘든 날 서로의 목소리가 위로가 되고, 기쁜 날 가감없이 자랑할 수 있어 여느 여자친구들과 다를 바 없어 보였으나 이 친구는 절망의 밑바닥에서 언제나 나를 끌어올리곤 했다. 다른 친구들은 할 수 없는 단 한 마디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목소리만 듣고선 "괜.찮.아" 로 모든 절망을 뿌셔버리던 친구의 마법같은 한마디. 그 달콤한 목소리처럼 위로를 안겨주는 동화책 한 권이 출간됐다. 네이버 그라폴리오 인기 작가 꼬닐리오의 <이 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통통한 소녀와 동글동글한 토끼의 얼굴은 여전히 볼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옆모습과 뒤태만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는! <그래도 너를 사랑한단다>라는 전 권의 제목도 다정다감했지만 이번 동화의 제목 역시 달달하다. 돌아오지 않을 하루하루의 추억을 되새김질 하는 일은 그래서 애잔하기보다는 한없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마치 아랫목에 배를 깔고 누워 팔을 베고 잠든 초저녁처럼 동화의 시작과 끝은 마음의 온도를 한껏 데워놓고 있다.

 

 


작가의 말처럼 펼쳐놓은 추억들은 하나같이 평범한 일상들이다. 하지만 너무나 소중한 일상의 순간들이었다. 바스락거림에 가을을 느끼고, 아빠등에 업혀 나들이 다녀오고, 낮잠자고 일어나니 엄마가 없고, 도무지 반으로 정확하게 쪼개진 날이 없었던 쌍쌍바를 나누어 먹던 날들, 지칠때까지 놀았던 눈오는 날의 추억까지... 똑같다곤 할 수 없지만 떠올려보면 비슷한 추억들이 있어 보는 내내 오버랩 되곤 했던 <이 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정말 제목처럼 꺼내볼때마다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지난날들이내게도 풍족하게 쌓여 있었다. 동화가 고마운 순간은 지금처럼 따뜻함을 꺼내볼 게이트가 되어줄 때가 아닐까. 그래서 다른 장르의 글과 달리 동화는 내게 스토리+나의 추억을 덧기워 연장된 길이로 읽게 만드는 묘한 힘을 발휘하곤 했다. 언제나! 

 

 

 

친구의 "괜찮아"가 항상 힘을 발휘했듯 꼬닐리오의 통통한 그림 역시 온도가 느껴지는 "괜찮아~"파워를 지니고 있다. 짧은 감성글은 어린이가 쓴 것처럼 쉽고 간결했으며 그림은 어른들이 탐낼만큼 귀엽고 앙증맞았다. 거기에 읽는 이의 추억까지 더해져 삼박자가 고루 맞아들어간 꼬닐리오의 신작. 동화같은 에세이.



다 읽은 책은 이 감성을 함께 나누고픈 친구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인생이 늘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우리들에게도 가끔은 단순해지고픈 순간이 오곤 하니까. 그런 날 내 친구에게 좋은 목소리로 속삭여줄 따뜻한 에세이 한 권으로 작가 꼬닐리오의 책만큼 좋은 약을 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으므로........!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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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100만부 돌파 기념 양장 특별판)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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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은 울림이 다르다. 이기주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왜 그토록 인기가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빗물이 땅에 스며들듯 고요하게 마음에 스며든 문장들이 어제와 다른 공기로 숨쉬게 만든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시선을 변하게 만드는 에세이 <언어의 온도>. 오랜만이었다. 책을 가까이 둔 사람, 생각이 일상인 사람을 발견한 건. 그저 책이 좋아서 틈틈이 읽는 나를 두고 '세상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잘난척 하려고 가지고 다니는 거야'라고 뒷담화를 퍼부었다던 동료가 떠올려져 픽 하고 웄음이 나고 말았다. 당시에도 상처가 되지 않았던 것은 책 읽는 즐거움을 몰랐던 그녀에 대한 안타까움과 밤새 춤추러 다니고 명품백 구매와 성형을 위해 대출에 대출을 일삼던 그녀의 삶이 나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어 비교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만약 '책을 왜 좋아하지 않지?'라는 생각으로 그녀를 가르치려 들었따면 사이가 나빠졌을 것이 분명하지만 웃고 지나쳤기 때문에 그 순간은 지금 웃고 지나갈 추억으로 남았으리라.

여전히 난 활자의 힘을 믿는다 p 193


아주 어린 시절부터 밥보다 책이 더 좋았다. 작가는 '중독은 더 심한 중독으로 고칠 수 밖에 없는 법'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내 경우엔 중독은 더 심한 중독을 가져온 케이스다. 오랜 기간 입/퇴원을 반복하면서도 책을 끊을 수 없었고 좀 더 집중해서 읽는 날이면 항상 곁엔 커피까지 거들곤 했다. 마치 커피와 나란히 기대 한 권의 책을 읽듯 책과 커피로 인해 끊을 수 없는 중독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이젠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 나의 무릎을 따뜻하게 데우는 고양이까지.....!

 

 

        살면서 내가 용서해야 하는 대상은 '남'이 아니라 '나'인지도 모른다 p302

 

 

짧은 문장에서도 전율을 발견해내는 섬세함. 심상을 고급스럽게 풀어내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문장. 페이지를 곱씹으면서 더 좋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냈다. 세상에는 수많은 장르의 책이 출판된다. 재미를 던져주는 책이 있는가 하면 가슴 가득 따뜻한 감동을 채워주는 책도 있고 지식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책도 있다. 꼬박 일주일 동안 함께한 이기주 작가의 책 <언어의 온도>는 내게 무엇을 남겼을까. '말과 글'사이에서 시소를 타온 내게.

 

 

              '너'를 알고 싶어 시작되지만 결국 '나'를 알게 되는 것,

               어쩌면 그게 사랑인지도 모른다 p43

 

 

책의 서문에서 작가는 "이 책을 집어든 당신의 언어 온도는 몇 도쯤 될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살면서 무뎌진 언어의 칼날, 게을러진 배려의 자세, 끊고 산 생각의 힘. 타인을 향해서뿐만 아니라 내게로 향한 방향까지 폐쇄적인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반성해본다. 언어의 온도를 넘어서 인생의 온도도 좀 미지근해져 있는 느낌이든다. 만족스러운 온도를 되찾을 때까지 무엇을 해야할까. <말의 품격>을 읽으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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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맑음 - 일본 아이노시마 고양이섬 사진집
하미 지음 / 반정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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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노시마 고양이섬' 고양이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 <<고양이맑음>>.


산책냥/그루밍냥/뒷모습냥/바라보는냥/바라는냥/싸우는냥/애교냥/호기심냥/함께냥.....등등 섬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일상을 푸근한 마음으로 살펴볼 수 있어 행복한 고양이책이다. 눈만 마주치면 도망가버리는 도심 속 고양이들과 달리 아이노시마 고양이들은 한가롭다. 많은 수의 고양이가 살고 있는 섬으로 알려져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저자 하미에 의하면 예쁘고 건강한 고양이들만 보았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피부병이나 눈병 등을 앓고 있는 고양이들도 많았으며 병든 아기 고양이를 지키느라 예민한 상태인 어미 고양이도 보았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러운 건 그들이 인간과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 고양이를 닮은 고등어냥, 올블랙냥은 말할 것도 없고 사료를 달라며 항구의 매표소로 직행한 삼색 고양이의 발랄함에 웃음이 터져 버렸다. 고양이의 항의를 받을 수 있다니.....! 이만하면 집사들에겐 로망직업군이 아닐까. 먹이를 빼앗겨서 시무룩한 아이, 아스팔트를 구르며 애교를 피우는 아이, 바닷가를 거니는 고양이들.....너무 예뻐서 계속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마력을 고양이책들은 하나같이 지니고 있나보다. 이 책 역시 그러했다.

 

작은 어촌마을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일상. '고양이들이 맑은 날을 보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찍게 되었다는 사진집을 오늘도 들춰본다. 행복하다. 마음 속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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