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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꼬닐리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평점 :
괜찮아요 서두르지 않아도 좋아요
당신이 갈 수 있는 길을
꼭 찾을 수 있을 거에요
할 수 있어요
P205
지치고 힘든 순간 마법의 주문을 외워주던 친구가 있다.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다? 없다!에 대한 찬반론이 무의미하게 느껴질만큼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을 '남자사람친구','여자사람친구'로 지내왔다. 힘든 날 서로의 목소리가 위로가 되고, 기쁜 날 가감없이 자랑할 수 있어 여느 여자친구들과 다를 바 없어 보였으나 이 친구는 절망의 밑바닥에서 언제나 나를 끌어올리곤 했다. 다른 친구들은 할 수 없는 단 한 마디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목소리만 듣고선 "괜.찮.아" 로 모든 절망을 뿌셔버리던 친구의 마법같은 한마디. 그 달콤한 목소리처럼 위로를 안겨주는 동화책 한 권이 출간됐다. 네이버 그라폴리오 인기 작가 꼬닐리오의 <이 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통통한 소녀와 동글동글한 토끼의 얼굴은 여전히 볼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옆모습과 뒤태만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는! <그래도 너를 사랑한단다>라는 전 권의 제목도 다정다감했지만 이번 동화의 제목 역시 달달하다. 돌아오지 않을 하루하루의 추억을 되새김질 하는 일은 그래서 애잔하기보다는 한없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마치 아랫목에 배를 깔고 누워 팔을 베고 잠든 초저녁처럼 동화의 시작과 끝은 마음의 온도를 한껏 데워놓고 있다.
작가의 말처럼 펼쳐놓은 추억들은 하나같이 평범한 일상들이다. 하지만 너무나 소중한 일상의 순간들이었다. 바스락거림에 가을을 느끼고, 아빠등에 업혀 나들이 다녀오고, 낮잠자고 일어나니 엄마가 없고, 도무지 반으로 정확하게 쪼개진 날이 없었던 쌍쌍바를 나누어 먹던 날들, 지칠때까지 놀았던 눈오는 날의 추억까지... 똑같다곤 할 수 없지만 떠올려보면 비슷한 추억들이 있어 보는 내내 오버랩 되곤 했던 <이 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정말 제목처럼 꺼내볼때마다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지난날들이내게도 풍족하게 쌓여 있었다. 동화가 고마운 순간은 지금처럼 따뜻함을 꺼내볼 게이트가 되어줄 때가 아닐까. 그래서 다른 장르의 글과 달리 동화는 내게 스토리+나의 추억을 덧기워 연장된 길이로 읽게 만드는 묘한 힘을 발휘하곤 했다. 언제나!
친구의 "괜찮아"가 항상 힘을 발휘했듯 꼬닐리오의 통통한 그림 역시 온도가 느껴지는 "괜찮아~"파워를 지니고 있다. 짧은 감성글은 어린이가 쓴 것처럼 쉽고 간결했으며 그림은 어른들이 탐낼만큼 귀엽고 앙증맞았다. 거기에 읽는 이의 추억까지 더해져 삼박자가 고루 맞아들어간 꼬닐리오의 신작. 동화같은 에세이.
다 읽은 책은 이 감성을 함께 나누고픈 친구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인생이 늘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우리들에게도 가끔은 단순해지고픈 순간이 오곤 하니까. 그런 날 내 친구에게 좋은 목소리로 속삭여줄 따뜻한 에세이 한 권으로 작가 꼬닐리오의 책만큼 좋은 약을 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