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품격 -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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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 작가가 쓴 [언어의 온도]를 읽은 적이 있다. 간결하면서도 내용면에서 알찬 책이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다음권을 찾다가 발견한 [말의 품격]. 사실 읽은 지는 꽤 되었지만 2번, 3번.... 머릿속이 비워진 날이나 생각의 힘이 필요해지는 날에 펼쳐서 다시 읽곤 했다. 에세이처럼 편하게 읽히면서도 어느 대목에선 미니 인문도서처럼 지식의 창고를 채워주는 좋은 벗이었다.


 

 

모든 힘은 밖으로 향하는 동시에 안으로도 작용하는 법

 

 

 

작가는 '인향'이라는 단어를 던져준다. 무신코 던진 한 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며. 그랬던가. 말을 예쁘게 한단 소리를 곧잘 듣곤 했던 20대와 달리 언어적 표현이나 듣는 귀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 [말의 품격]에서 지적해주는 한 포인트, 한 포인트는 오늘의 반성하게 만들고 내일의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외부의 내'가 아니라 '내부의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결코 문장이나 단어만 고급스러워진다고 생각의 깊이가 깊어지진 않는다. 제목은 '말의 품격'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심어주는 책이어서 반복해서 읽게 되나보다.

 

 

시종일관 육두문자를 내뱉는 사람보단 우아한 말씨로 예의바르게 대해주는 사람이 더 매너있게 보이는 법이다. 설탕발림의 듣기 좋은 말과 품격있는 말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어려운 어휘만 내뱉는 건 똑똑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길이  아니라 어리석어 보이는 모습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때와 장소, 상대에 따라 그 언어의 표현이 달라야하겠지만 품격있는 사람의 언행은 작가의 표현 그대로 '인향'을 내뿜는 아우라가 뻗어있어야 하지 않을까.

품성이 하루 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듯 그가 내뱉는 단어나 표현 속엔 그 사람의 삶이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아는 만큼 점점 말 수를 줄이게 된다. 어른으로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나이만 먹고, 세월만 흘렀다고해서 어른이 되었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언어의 온도],[말의 품격] 같은 책을 읽을 때마다 '어른으로 삶아내는 삶'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다.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삶이고 정답은 없다지만 허술하게 낭비하며 살고 싶지 않다. 내 삶이기 때문에. 그래서 생각이 게을러지는 순간, 나를 다잡기 위해 좋은 책들을 펼치게 된다. 오늘처럼 누군가의 따끔한 충고가 필요한 날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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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고양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박은지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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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의 생애는 짧다. 채 3년도 채우지 못하는 녀석들이 태반이다. 대한민국땅이 이들에게 좀 더 호의적이면 좋으련만....법도 문화도 아직은 그들을 보호하기에 그 문턱이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캣맘, 캣대디들의 존재가 아닐까. 응급처치, 따뜻한 한끼도 눈치보면서 제공해야하는 현실이 반려동물서적들로 사라질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날 고양이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반려동물 매거진 기자가 인터뷰했던 길고양이들 뿐만 아니라 그녀와 묘연이 닿았던 고양이들에 관한 이야기가 실린 책이다. '너무 친해질 필요는 없지만 너무 멀지는 않게, 상처받을 걸 두려워하지는 말되 무작정 시도하다가 다치지는 않았으면....'하는 그녀의 마음이 담긴 내용인데, 길 위에서의 만남부터 적당한 거리 기다림 그리고 길들여짐의 시간들에 관한 이야기다.

카페 앞 생과일쥬스 메뉴판 아래에서 다소곳하게 기다리는 회색빛 고양이부터 다리 난간 사이에서 빼꼼히 쳐다보던 노랑이, 마른 풀 옆을 스치듯 걸어가는 카오스 한 마리,냥줍된 억울한 표정의 아기 고양이,어미 고양이 뒤에 웅크리고 기대 앉은 길고양이까지....그 만남은 비슷한듯 하면서도 모두 다 특별했고 애잔했다. 특히 '따라오면 평생 같이 살자' 마음 먹었으나 딱 아파트 입구까지만 따라왔던 턱시도빛 고양이에겐 그녀의 결심이 전해지지 않았던 것일까. 녀석. 집고양이로 안락하게 살기보단 위험해도 여행자의 길을 택한 모양이었다. 그런가하면 도로 위에서 발견된 고양이는 금새 고양이별로 돌아가버렸다. 이제 겨우 도움을 줄 사람을 만났건만 무엇이 그리 급해 가 버린 것일까. 안타까울 따름이다.

 

때로는 고양이에게, 때로는 자신에게 읊조리듯 내뱉어진 문장과 문장 사이엔 드라마틱한 감정의 높낮이보단 순간순간의 마음이 담겨 있어 에세이처럼 쉽게 읽힌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길 위에 있다'(P208) 는 사실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오늘 주어진 선물처럼 감사한 마음으로 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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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이용한.한국고양이보호협회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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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반려하기 전의 삶과 후의 삶이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터닝포인트가 있었고 그 사이 고양이를 만나게 된 건 맞지만 모든 것이 고양이 때문에 변한 것은 아니므로. 고양이를 반려하고 몇 년 간은 길에서 마주치는 길고양이들에 대한 애잔함 보다는 반가움이 앞섰고 겨우 마주칠 때마다 한 웅큼씩 한끼를 챙겨주는 것 외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미안하게도 나의 삶이 더 치열했고 바빴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 따위가 없었다.

 



그런데 시골로 이사한 뒤 밥을 챙기게 되었다. 삶이 이토록 척박한지 몰랐던 마음에 더 듬뿍 챙기게 된다. 미안한 마음이 곱배기에 무한대가 된다. 열심히 뛰어내려갔던 도심의 그 언덕길에도 길고양이가 있었을테고, 바쁘게 환승하던 그 버스정류장들 어딘가에도 고양이들이 있었을텐데 무관심했다. 지난날의 나와 달리 알리고픈 마음에 고양이 서적, 강아지 서적을 부지런히 읽고 서평을 올린다. 주변을 둘러보면 한 끼를 챙겨주고픈, 아픔을 보살펴주고픈, 씩씩하게 살아가라고 응원을 보내고픈 길고양이들이 많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그래서 공존의 삶이 조금이나마 빠르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모두에게.
작은 힘이지만 보태고픈 마음을 이렇게나마 풀어낸다. 미안한 마음은 뒤로 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 달려나가는 것처럼.

 

 

 

 

 

 

캣맘이라면 익숙한 내용들이겠지만 이제 막 냥계에 입문한 닝겐이나 길고양이들의 삶에 무지했던 사람들에겐 이 책은 실용서다. 정말 필요한 내용만을 담아냈고 알찬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저 귀여운 고양이, 품종묘에 대한 정보 대신 우리 가까운 곳에서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는 길고양이들의 삶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해야하는 일들에 대한 소개가 담겨 있다. 증폭된 고양이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그 문화가 올바르게 자리잡아가야하는 것 또한 중요한 포인트인데, 이 책은 그 출발선에 읽기에 딱 좋은 서적이다. 길고양이를 만났을 때, 그들을 대하는 자세, 도움의 손길, 만약 길고양이를 집냥이고 들인다면....주의해야 할 점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이 땅. 대한민국에선.
 

 

 

하지만 어렵다고 손 놓기 보다는 이 책을 읽은 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나선다면 점차 나아지리라 희망한다. 길고양이들의 삶도. 밥을 주는 일을 두고 이웃과 다툼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혼자 설득하기 힘들 때 어디로 연락하면 좋을지에 대한 안내도 포함되어 있으니 캣맘들에게도 <길고양이 안내서>는 필독서처럼 읽히면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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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6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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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함께 자랐고 고양이가 좋아 수의과대학에 입학했지만 '개'와 '고양이'보다는 '가축'을 다루던 시대에 수의사가 된 제임스 헤리엇. 대학 교재 안에도 마지막에 겨우 실린 '개'와 달리 고양이는 전혀 찾아볼 수 없던 시절이라 결국 그는 꿈대로 '개와 고양이를 치료하는 수의사'가 되지 못한 채 작은 시골 마을에서 가축을 돌보는 수의사가 되었다. 불황기를 겪던 1930년대 영국에서.

하지만 농장 어디에서나 고양이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들에게 관대했던 마을 사람들 덕분에 수의사 헤리엇은 많은 고양이들의 주치의가 될 수 있었다. 정작 그는 반려묘가 단 한 마리도 없었지만. 요즘과 다른 그것도 영국의 시골 마을에서 일어났던 일이라고는 해도 대한민국의 도심보다 고양이에 대한 마음은 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째 과거보다 못한 현재를 살아가게 된 것일까. 우리와 도시의 고양이들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찾아든 묘연도 특이했지만 그들이 헤리엇과 쌓아온 시간 역시 참 따뜻할 수 밖에 없었다. 그에게 고양이진료는 직업이 아닌 로망이었으므로. 가족의 아픔을 함께 하듯 그들을 돌보았고 치료 후 삶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으며 그 소식을 계속 들으며 살아갔다. 심지어 임시로 돌보았던 고양이를 찾아 부인과 함께 이웃마을로 달려가기까지 했던 수의사 헤리엇.

그가 만난 고양이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길고양이 혹은 집고양이들이었지만 그들에게 쏟아부은 한 수의사의 사랑과 관심은 헌신적이었다. 애타하고 안도하고 슬퍼하고 기뻐하는...반려묘가 없어도 그는 일생 캣대디였다

 

반려묘 알프레드가 원인불명으로 시름시름 앓자 웃음을 잃고 함께 시들어버린 사탕가게 제프, 외지에서 이사온 럭셔리한 본드 부부의 고양이 보호소, 길들여지지 않았지만 그 생을 함께 한 고양이 올리와 지니, 여행가의 고양이 에밀리, 돼지 무리 속에서 돼지 젖을 먹고 자란 갈대 숲에서 발견된 모세, 죽어가는 어미 고양이가 물고 온 새끼 고양이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여기고 소중히 기른 에인즈워스 부인.....그 어느 동화보다 감동적인 이야기가 한 수의사의 삶에 펼쳐졌다. 고양이와 이웃들로 인해.

그에게 수의학은 의술을 넘어선 '삶을 이어나가는 간절함'이 아니었을까. 매순간 살리기 위해 손과 마음을 다해 고양이들을 대했던 수의사가 만난 특별한 고양이들 이야기가 짧게 수록되어 있는 <<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의 다음 권이 있다면 그 책 역시 빨리 읽고 싶어졌다. 집사인 내게도 이 책은 너무나 소중한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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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옹이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15
노석미 글 그림 / 시공주니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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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호랑이를 똑닮은 고양이가 주인공인 동화책을 읽고 마음에 애잔함이 가득찼다. 길에서 사는 이름 없는 고양이.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는데 '도둑 고양이'로 불리던 아이들. 요즘엔 '길고양이'로 불리고 있지만 그 삶은 들여다보면 한없이 슬프고 아파서 가슴 한 켠으로 돌을 껴안듯 내려앉게 만드는 녀석들.

내 고양이를 닮아서 더 감정이입이 되어버린 동화 <<냐옹이>>는 사람의 시선에서 쓰여진 이야기가 아니었다.

고등어 태비무늬의 이름 없는 길고양이 한마리는 늘 배가 고팠다.
빗자루를 들고 쫓아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1시 11분 눈썹으로 매섭게 노려보는 사람들까지....작은 고양이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세상이었다. 하지만 고양이도 사람들이 싫었다(이 부분이 놀라웠다.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고양이는 사람 외에도 수다스러운 새를 싫어했고, 방정맞은 개도 싫었으며 소년들은 정말 싫다고 했다. 그 싫어함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테였고, 그 이유가 짐작가는 것들이어서 덤덤하게 쓰여진 짧은 문장은 고양이 집사의 마음을 아프게 후벼판다. 칼로 낸 생채기보다 글자가 그은 상처의 깊이가 더 깊다. 공원에 혼자 웅크리고 누운 고양이의 그림을 보는 순간 쭉쭉 깊어져간다.

모두에게 미움받는다는 생각. 세상에 홀로 던져진 고양이에겐 얼마나 큰 상처였을까.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으면....정말이지 모든 게 다 맘에 들지 않았다며 자신을 꽁꽁 싸맨 채 괜찮은 척 구는 걸까. 그때 안경을 낀 소년이 나타나 고양이를 조용히 불렀다.

 

처음엔 귀찮았다. 나옹이라니...제맘대로...! 비오는 날이 싫어 투덜대는 고양이에게 소년이 우산을 씌워주곤 빗속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게 되기까진. 마음이 움직여진 건 한 순간이었고 고양이는 소년의 집 앞까지 찾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소년의 '냐옹이'가 되었다. 쑥스럽지만 이름을 가진 고양이가 되었다.

'꽃'이라는 시에서처럼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누군가의 소중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더이상 외롭지 않았을 것이고 점점 싫어하는 것들보다 좋아지는 것들이 많은 삶을 살게 되었을 것이다. 소년의 집냥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상상하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모두 행복한 상상들이었다. 그래서 동화의 끝은 해피엔딩이라고 결론내렸다. 멋대로.

사람들을 보면 피하거나 반대로 위험한 사람에게도 다가서는 손탄 고양이들 소식을 접해 온 내게 투덜이 스머프처럼 '싫어'를 연발하는 고양이는 낯선 존재였다. 그래, 이런 고양이도 있을 수 있어! 라는 생각과 함께 마음 속으로만 불러봤던 길고양이들의 이름을 한번씩 불러주어야겠다 싶어진다. 익숙해지라고 부르는 이름이 아닌 적어도 '너는 내게 소중한 존재라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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