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 작가가 쓴 [언어의 온도]를 읽은 적이 있다. 간결하면서도 내용면에서 알찬 책이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다음권을 찾다가 발견한 [말의 품격]. 사실 읽은 지는 꽤 되었지만 2번, 3번.... 머릿속이 비워진 날이나 생각의 힘이 필요해지는 날에 펼쳐서 다시 읽곤 했다. 에세이처럼 편하게 읽히면서도 어느 대목에선 미니 인문도서처럼 지식의 창고를 채워주는 좋은 벗이었다.
모든 힘은 밖으로 향하는 동시에 안으로도 작용하는 법
작가는 '인향'이라는 단어를 던져준다. 무신코 던진 한 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며. 그랬던가. 말을 예쁘게 한단 소리를 곧잘 듣곤 했던 20대와 달리 언어적 표현이나 듣는 귀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 [말의 품격]에서 지적해주는 한 포인트, 한 포인트는 오늘의 반성하게 만들고 내일의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외부의 내'가 아니라 '내부의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결코 문장이나 단어만 고급스러워진다고 생각의 깊이가 깊어지진 않는다. 제목은 '말의 품격'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심어주는 책이어서 반복해서 읽게 되나보다.
시종일관 육두문자를 내뱉는 사람보단 우아한 말씨로 예의바르게 대해주는 사람이 더 매너있게 보이는 법이다. 설탕발림의 듣기 좋은 말과 품격있는 말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어려운 어휘만 내뱉는 건 똑똑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길이 아니라 어리석어 보이는 모습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때와 장소, 상대에 따라 그 언어의 표현이 달라야하겠지만 품격있는 사람의 언행은 작가의 표현 그대로 '인향'을 내뿜는 아우라가 뻗어있어야 하지 않을까.품성이 하루 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듯 그가 내뱉는 단어나 표현 속엔 그 사람의 삶이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아는 만큼 점점 말 수를 줄이게 된다. 어른으로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나이만 먹고, 세월만 흘렀다고해서 어른이 되었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언어의 온도],[말의 품격] 같은 책을 읽을 때마다 '어른으로 삶아내는 삶'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다.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삶이고 정답은 없다지만 허술하게 낭비하며 살고 싶지 않다. 내 삶이기 때문에. 그래서 생각이 게을러지는 순간, 나를 다잡기 위해 좋은 책들을 펼치게 된다. 오늘처럼 누군가의 따끔한 충고가 필요한 날엔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