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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 1 - 경시청 특수범수사계(SIT)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르겠다. 3권 중 1권만 달랑 읽어놓고 지우가 화이랑 비슷할 거라고 상상해 보는 건. 익히 "춤추는 대수사선"을 보면서 일본의 경찰 드라마에 감탄했더랬다. 추리수사물적 전문드라마는 매년 시즌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 드라마가 최고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일본은 또 다른 강국이었다. 물론 사건에 치중하고 수사의 발전성을 보여주는 점은 미국이 최고다. 하지만 범죄의 잔혹성이나 사건을 풀어나가는 속에서의 조직과 인간의 심리를 읽어나가는 쪽은 일본이 탁월했다. 거기에 홈즈의 재해석판인 "셜록"을 전세계에 내던진 영국도 뛰어들었다. 북유럽 작가들은 또 어떠한가. 그들이 보여주는 음울하면서도 서늘한 기운이 흠뻑 서린 추리물은 미국와 일본의 작품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추리 소설의 강국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넘버 원을 칭하기엔 무리가 있을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뛰어난 작가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그것이 약간 부러워졌다. 우리 나라에도 탄탄한 추리소설계의 작가군이 구축되어 있더라면...얼마나 좋을까? 하고. 국가를 대표할만한, 타국에서 탐낼만한 작가군이 장르별로 쏟아져 나오기를 독자로서 기대하는 바다.
드라마나 영화로도 보여진 바 있는 혼다 테츠야의 레이코 형사 시리즈는 역시 책으로 읽을 때 그 느낌이 제대로였다고 생각한다. [스트로베리 나이트],[시머트리],[감염유희],[인비저블 레인],[히토리 시즈카] 등등 차례대로 읽어나가며 나는 경찰소설이 얼마나 재미있는 장르인지 또 다시금 깨닫는다.
혼다 테츠야는 이미 내게 검증된 작가였다. 그 재미를 기대해도 좋을 작가이기에 내용 상관없이 신작들은 손에 쥐어 들게 되는데, [지우] 역시 내용도 모른 채 주문해 읽은 소설이었다. 당연히 장르는 경찰 소설이라는 생각으로. 2009년 경찰이 뽑은 최고의 경찰 소설작가에 뽑힌 혼다 테쓰야는 [지우]를 통해 다른 여형사들을 등장 시키고 있다. 단 한 명이 아닌 투톱의 느낌이 물씬난다.
조직과 개인의 이야기면서 약하고 감상적인 여자와 냉철하고 강인한 두 여성이 걷는 길은 참 다르다. 수사 1과 특수반인 SIT에서 25세 이하 독신 남성만 채용한다는 비밀 조직인 SAT로 승승장구 중인 이자키와 일련의 사건으로 좌천되어 버린 가도쿠라. 인질 농성 사건으로 인해 그들의 인생은 함께 영향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계속 부딪히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에 뛰어드는 두 여성은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와 다른 일상을 살고 있다. 결코 사건은 단발로 끝나지 않았다. 인질 농성 사건의 범인은 미결사건으로 남겨진 아동 유괴 사건의 용의자 중 하나로 알려졌고 그의 입으로 뱉어지는 과거 한 사건은 앞으로 닥칠 모든 사건의 시작점이 되었던 것이다. 파헤칠수록 큰 수렁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드는 작가 혼다 테쓰야.
그가 그려낸 [지우]는 유괴 사건의 피해자이면서 유괴사건의 가해자로 성장했는데, 1권에서는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그의 사연이 화이와 약간은 오버랩되면서 나는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보다는 그 인간이 세상에 갖고 태어나는 성향이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마는 것인지에 대한 혼돈에 빠져버렸다.
2권을 읽으면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들을 알게 될까.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애청자처럼 나는 2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