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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9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3년 7월
평점 :
리셋.
사람의 기억이 과연 리셋될 수 있을까. 기억 상실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이 말은 무서운 말이다. 다분히 의도적인 느낌이 묻혀져 있으므로. 작가 역시 책 속에서 리셋이라는 단어를 두고 '편리하지만 불쾌한 말'이라고 정의 내려두고 있다.
사람들이 몽땅 리셋시키고 싶었던 어떤 사건. 그 사건이 소설에서는 '2월 M사건'에 대한 청취조사에 사람들이 불려 나오면서부터 시작된다. 경찰도 아니면서 어떤 목적으로 취재하는지 모르는 가운데 독자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진실의 조각들을 끼워맞추어야 한다. 마치 [라쇼몽]의 배리에이션판 같은 느낌이 드는 [Q & A]는 쇼핑센터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밀려나오다 압사당하는 참사를 빚게 되는 일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아무도 모른다. 정말 대형화재가 났었는지는.....!화재가 났으니 대피하라는 방송을 들었다는 사람도 있지만 방송은 듣지 못했으나 갑자기 사람들이 뛰기 시작해 나왔다는 사람도 있었다. 또 물건을 훔치는 노부부가 갑자기 흉기를 휘두르는 것을 보고 지레 겁먹고 뛰기 시작했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한 남자가 미스터리한 약을 살포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모두의 이야기가 약간씩은 사건에 발을 걸치고 있으면서도 전혀 다르게 다양한 진실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참사의 전말은 쇼핑센터에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노부부 사건이나 독가스 사건에 대해서는 정말 일어난 일인지 알 수 없었으나 쇼핑 센터 내에서는 화재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고 층마다 가득하던 사람들이 그 어떤 동시성을 가지고 급히 뛰어나오다가 병목현상으로 끼인 차들처럼 압사해버렸다는 것이다.
살아남은 자들의 증언을 일률적이지 못했다. 취재원이 경찰이나 검찰이 아니라 미스터리한 기관에서 나온 사람이라는 대목에서 음모론이 살짝 일기는 했지만 정작 이상한 쪽은 살아남은 사람들 쪽이었다. 그들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모임 같은 것을 만들었는데 이를 감사나 기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서바이벌이라고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이후 그들은 종교단체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날 살아남은 어린 여자아이를 교주로 두고 어른들 사이에서는 탐욕스러운 약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입구로 들어갔는데 전혀 엉뚱한 출구로 나오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작가의 마술에 걸려 허우적대는 거미 한마리처럼 나는 정신없이 읽고 그 다음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하루종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