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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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 세이시의 새로운 번역본이 나올때마다 빠짐없이 읽고 있다. 재미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밀실트릭도 가문이나 한 지역에 갇힌 사람들이 만들어낸 사건들도 비슷비슷해보이지만 언제나 새롭게 읽힌다. 미쓰다 신조의 소설들도 그렇게 읽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사건이나 사람을 이해하기 앞서 오묘한 분위기를 읽게 만드는 것이 미쓰다 신조의 작품들이었다. 많은 작품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하나같이 기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제 2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 일본은 여러 작품에서 보여지듯 피폐하고 음울한 분위기가 엄습해 있었다. 그 와중에 히메카미 촌의 이치가미 가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로 대가 끊길 지경이었다. 어린 요키타카가 하인으로 올 무렵에는 남자라서 우러름을 받는 조주로와 딸이라서 대접받지 못하는 연약한 히메코 쌍둥이가 살고 있었더랬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났다. 목이 잘린 시체들이 연이어 나타나는 기괴한 사건이.

 

대를 잇기 위해 딸과 아들이 바뀌고 운명대로 그들이 차례차례 죽임을 당하고 귀신과 사람이 저지른 만행들이 사건 속에 묻히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이야기가 뒤집히는 가운데 탐정 도조 겐야는 사람들 앞에서 사건을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들이 쉽게 한 가닥씩 풀려가며, 사고와 사건이 분리되고, 살인의 동기가 밝혀지고, 용의자들이 하나 둘씩 줄어들면서 그는 지목했다.

 

"당신이 진범입니다"  p 492

 

라고. 이 녀석은 누구일까. 범인이 밝혀졌지만 의문은 남았다. 그리고 소설의 형태가 아닌 신문기사의 형태로 독자들을 향해 팁이 주어지는데, 이또한 깜짝 놀랄만큼 반전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마지막까지 의문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5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6위, 미스터리를 읽고 싶다 3위, 본격 미스터리 월드 금상, 본격 미스터리 대상 노미네이트,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노미네이트 라는 어마어마한 수상내역이 이 한 권의 책에 붙여져 있다. 엄청 공들여썼을 트릭들과 방대한 양, 그리고 한 마을을 무대로 한 완벽한 세계관과 특이한 양식의 건축물까지. 저자 미쓰다 신조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드면서 추리소설이 얼마나 치밀하고 섬세하게 작업되어지는 장르인지 감동받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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