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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만 김영하의 책은 매번 다른 느낌을 줍니다. 검은 꽃, 빛의 제국,
퀴즈쇼가 다 다른 느낌이고 서술하는 느낌도 상당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훈의 책이 매번 다른 주제임에도 일관된 글의 느낌을 받는다면 김영하는 조금 새로운 느낌이
드는 듯 합니다. 책은 이십대 청년 백수 이민수의 퀴즈쇼 같은 과거사의 서술이자 현재 진행형의
삶을 그립니다. 우연히 시작한 퀴즈 사이트에서의 문제풀이로 사랑을 하게되고 회사라는 특이한
조직의 일원이 되어 퀴즈를 풀어가고 그 안에서 이 사회와 똑같은 시기, 질투, 견제, 암투, 욕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글 말미에 저자는 '이 소설을 쓰는 내내 이십대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하고, 문학평론가 복도훈의 평에도'IMF체제 이후, 신 자유주의가 만들어 놓은 소수독과점의
경제구조, 양극화 현상, 비정규직의 전면화 등 삶의 자본화, 또는 삶의 생존 전략화 라고 총칭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젊음의 고단한 세상살이에 대한 김영하식의 답변이자 뛰어난 성장소설' 이라고
쓰고 있습니다만 시대적 배경에는 동의 하지만 젊은 세대만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엔 어떤 세대간의 괴리나 대립구조라고는 생각되지 않고 동일한 시대적 배경에
살고 있는 모든 세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언더그라운드(?) 퀴즈쇼에 출연하는
'마티니'의 멤버구성도 사십대인 장군부터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메두사, 탱고 등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이 되어 있고, 그들이 강한척 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은 롱맨이나, 유리와 같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단지 그들은 나이 먹어서까지
현장에 버티고 있을뿐이지 최종 승자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다름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소설 역시 희망을 갖게하는 결론을 맺고 있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해결된 바 없이
미래의 불안함은 여전한 상태로 마무리됩니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는 퀴즈쇼 같은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