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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평점 :
댓글부대 리뷰를 위해 작가가 책 말미 '출처에 대하여'에 기록해 놓은 '뤼미에르 피플'에 수록된
단편 '삶어녀 죽이기'를 3년만에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삶어녀 죽이기'의 내용이 특정 개인에
대한 여론의 조작이라면, 3년이 지난 지금 댓글부대의 내용은 특정 집단에 대해 철저한
사전기획을 통한 역할분담, 시나리오 작성, 일정관리로 진행되는 시스템화 된 프로젝트의
성격을 가진 조작으로 나타납니다. 팀-알렙 역시 직장 동료, 대학 동기가 어울려 시작한
조직에서 점차 역할이 명확하게 분화되고 조금 더 공식적인 관계(동료의 죽음까지 모른척 하게
되는) 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이는 찻탓캇이 이미 '삶어녀 죽이기'에서 '법과
도덕과는 거리가 먼 야생 수컷 무리에서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은 정직함이나 포용력이 아니라
뻔뻔함과 문제 해결력이라는 사실'을 깨달을때 부터 예견되 있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팀-알렙은 역할과 시스템을 고도화 하여 바이럴 마케팅, 여론 전환, 악플대응, 사이트
해체, 심지어 음주운전 반성문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팀을 알리게 됩니다.
이를 통해 국정원(이라고 믿어지는) 팀장과 경제단체(로 보이는) 본부장과 회장님을 모시는
(것으로 생각되는) 이철수의 모임인 합포회를 만나서 의뢰를 받고 여론조작을 하게 됩니다만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인터넷 저널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정치권력이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그것의 하수인으로 살다가 결국 용도폐기 되는 낙오자들의 참혹한 조건'으로 나타납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 사회가 참 많은 한계를 극복하며 지금 이 자리까지 왔지만 아직도 정치, 경제,
언론 등의 권력을 잡은 이들이 얼마나 견고한 성을 쌓고 있고 또한 얼마나 조직적이며
얼마나 정보를 독식하고 있는지 느끼게 됩니다. 이들의 의지 또는 계획에 따라 팀-알렙도
소모품으로 사용되고 폐기될 것이 이철수와 삼궁의 첫 만남과 책 말미의 만남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젊은 직원을 댓글부에 투입하는 건 우리도 하고 있다고 팀장이 반박하려 할 때 문이 열렸다.
커피를 들고 온 본부장 뒤로 노트북 가방을 멘 청년 하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얼굴을 들이
밀었다. 스물두셋 정도 되어 보이는 젊은이였다. 저는 팀-알렙의 삼궁이라고 하는데요.......
이철수님이 혹시 어느 분 이신가요?'
'이철수는 이 삼궁이라는 젊은이가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가능하면 몇 년 더 살려두고 싶었다.'
또한 여러 사람이 불편해 했던 술집 접대 장면은 영화 '내부자들'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의 하나로 절대 그들 이외에 다른사람들에게는 말 할 수 없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공유함으로 인해 서로간 공동체로서의 동류의식을 느끼고 이를 통해 서로
이탈하지 못하도록 묶어주는 중요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읽는동안 불편하고 우울했습니다. 생각보다 세상이 쉽게 바뀔 것 같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선한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