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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 -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라오스편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3월
평점 :
여섯 살 아들과 함께 한
라오스 여행기
둘은 이렇게나 아름다웠다 :)
p.333
아이가 나와는 다른 방식의 사고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나는 아이가 묻기 전에
지나치는 것들에 대해
굳이 설명하지 않았고
질문도 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풍경에 이르렀을 때
한번쯤 이런 당부를 덧붙인 적이 있다.
지금 네가 보고 있는 것은
굉장히 소중한 것이지만,
모든 소중한 것이 영원한 것은 아니란다.
그러니, 부디 잘 보아두거라.
아...!
이 절도 언젠가 사라질까?
이렇게 아름다운데?
네모난 빌딩이 되고 회사가 될까?
엄마, 아름다운 건
오래오래 남아 있었으면 좋겠어.
마음에 내려앉는 문장도 참 많았다.
1.
주어진 것이 적다 쉽게 지치지 말라
삶의 고단함이란 지극히 상대적인 것
그대에게 적게 주어진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크게 주어진 것일지니
두말없이 가진 것을 보듬는 것만이
그대를 나아가게 하리라
2.
결코 넘치지 않으며
나아가 종종 모자라기 때문에
그들은 항상 ‘무엇을‘에 집중한다.
오직 ‘무엇을‘에 집중하는 자들만이
다 끌어안고 갈 수 있다.
솎아내지 않고,
어리광부리지 않고.
3.
현명함이란,
가진 것에 시선을 고정시킬 때 찾아온다.
그러나 시선을 제대로 고정시킬 수 있는 힘은
세상에 널린, 내게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들을
오랫동안 두루두루 바라본 뒤에야 얻어진다.
젊음과 현명함이 공존할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4.
그들은 과장하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그들은 느리고 잔잔하다
하늘 아래 크게 다른 것은 없다
같지만 same
두 번 들여다보면 same
조금 다를 뿐이다 but different
여기서 방점은 ‘다르다‘는 것에 있지 않다.
‘두 번‘ 들여다본다는 것에 있다.
사랑하는 내 연인의 따스한 손이나
너무나 소중한 내 아기의 얼굴.
눈에 띌까 말까 한 다른 점을
나날의 소소한 변화를
자꾸자꾸 찾아내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쌓아간다는 데에 있다.
책을 읽으며
참으로 내 마음이
옹색해보이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러니
덜 효율적으로
조금은 미련하게
어리광부리지 않고
건너뛰지 말고
급하게 내달리며
놓치지 말기
한 치의 당위나
앞선 염려 없이
지금 나와
나를 둘러싼 것을
다정하게 감싸안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