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 - Jeju Island Real Story
전은주 지음 / 즐거운상상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황모 작가를 좋아했었지. 물론 그 작가의 소설을 모두 읽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 존경했고 참 멋지다 생각했었는데 어떤 사건을 계기로 내 기준에서 조금 실망했달까? 그래서 그 분 최근작은 아무리 광고를 해대도 애써 외면하고 있는 중이지.

난 작가란 모름지기 문학하는 사람이다, 라고 국한짓던 생각을 버린 게 몇 해 안 돼.(왜 문학가만 작가라고 생각했는지 나 되게 띨띨한 거 같아. -ㅅ-) 근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니까 좋아하는 작가들이 마구 생기는 거야.

 

내가 최근에 오소희 작가 직접 만나고 온 거 알지? 실은 나 그때까지만 해도 오소희 님의 모든 책을 다 읽었던 건 아니었어. 두세 권 읽은 책만으로도 그저 멋지다, 존경스럽다에서 머물렀지. 그런데 정말이지 어느 가수라도 콘서트 한 번 다녀오면 팬이 돼버리잖아. 꼭 그것처럼 나도 그랬지 뭐냐. 완전 푹 빠져버린 거지. 곧장 안 읽은 책 몽땅 사서 다 읽었어. 그렇게 해서 난 오소희의 전작주의자가 되었다, 그 말씀이지. 하하하.

 

뭔 서두가 이렇게 기냐고? 실은 있지, 나 오늘부터 전은주의 전작주의자도 같이 하기로 했거든.(펴낸 책이 아직 두 권밖에 아니라 너도 맘 먹으면 이 분의 전작주의자 될 수 있어.) 앞서 낸 <초간단 생활놀이>는 약간의 백과식이랄까? 제목 그대로 아이랑 생활놀이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정말 초간단이야. 그럼에도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고민인 엄마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역할을 한 책이기에 기꺼이 별점 다섯 개 줄 수 있을 만큼 좋은 책이야. 구체적인 방법도 방법이지만 코드가 잘 맞더라구. 이미 내가 하고 있는 놀이도 있었고, 비슷한 것도 있었고, 꼭 해봐야겠다 싶은 게 참 많았거든. 더욱 마음에 든 건 큰 돈 들이지 않은 놀이들이었고, 자연물처럼 주위를 둘러보고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얼른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었어.

 

그때도 읽으면서 작가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감탄을 연발했더랬는데 이번 책은 그 수위가 한껏 올라갔지 뭐겠냐. 여행기에 무슨 아이디어냐 싶겠지만 이번엔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고 그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힘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의문이 풀렸다고나 할까. 그게 뭔지는 순전히 내 느낌이니까 궁금하면 너도 직접 읽어보고 느껴보길 바라. 아무 이 책을 읽고나서 작가에 대해 더 확실히 알았지.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거 기가 막히게 잘 하는 분이라는 거.

 

이 책은 제주여행에 대한, 특히나 아이와 함께 하는 엄마에게 유용한 깨알같은 정보가 가득해. 사실 애 데리고 여행(까지는 아니어도 어디라도 갈라치면)하려고 정보를 찾아보아도 애엄마는 늘 아이를 고려해 일정을 재구성 해야만 하거든.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수고를 확 덜어주지.

 

실은 이 책 읽고 싶었던 이유 중엔 약간의 꼼수도 있었다는 거 고백한다. 제주도는 사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답하는 최고의 국내 휴가지 아니겠냐. 그런데 이건 단순히 휴가지로가 아니라 단기 체류지로 제주를 선택한 거잖아. 이 책을 빌미로 제주도를, 그것도 아들내미랑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거지.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레퍼토리 중 하나가 뭔지 너도 알지? 어려서 여행 자주 데리고 다녀봐야 아무 쓰잘데기 없다는 말. 어차피 기억도 못하는데 뭣하러 돈들여가며 고생하냐는 거지. 하지만 난 그 말 별로 귀담아 듣고 싶지가 않았어. 물론 기억 못하는 건 당연한 거지. 하지만 어디를 가든 아이는 그 나이에만 느낄 수 있는 걸 느낄 테고, 그 느낌을 언어로 표현해서 기억에 가두지는 못할지라도 몸에 새겨진 느낌은 마치 나이테처럼 아이의 내면에 자신만의 무늬로 남게 될 테니까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만약 하나도 기억 못하니까 더 커서 데리고 가라는 말에 네가 한다면 아마도 그건 여행을 여행이 아니라 '학습'으로 여기고 있는 탓이 아닐까.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는 것보다 그 여행으로 인해 어떻게 바뀌었는가, 어떤 추억이 생겼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말(208쪽) 그래서 공감해.

 

결국 이 책의 핵심은 제주도가 아니었어. 적어도 내가 느낀 바로는 그래. 물론 이 책 여행기로 분류되어 있는데다 제주 여행 준비하기에 손색이 없는 책이기도 해. 하지만 이 책에서 내가 얻은 건 '스케줄'에서 벗어나 아이와 자연을 느끼는 것의 중요함이라는 것. 내가 평소에 스케줄 꼼꼼하게 짜서 아들내미랑 거창하게 어딜 잘 돌아다니고 하는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지? 그런데도 어쩌다 하루 맘 먹고 외출할라치면 끼니랑 낮잠 고려해서 몇 시엔 출발을 해야 하고, 붐비는 퇴근길 피하려면 몇 시까진 일정(관람 등)을 마쳐야 한다는 등 재미있게 놀면서도 머릿속에선 수시로 시간표가 깜빡거리고 있거든. 어딜 가든 내가 이러는 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했어. 아니, 이제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행동이지. 그런데 그게 도시에 살기 때문에 더 계산이 복잡해졌던 거였더라고. 그러면서 생각대로 일이 착착 안 되면 괜히 더 스트레스 받고 말이지.

 

이 책에서 표방하고 있는 컨셉(?)이 뭔줄 알아? 삼무(三無) 제주도야. 컴퓨터, 학원, 장난감 없는 제주도. 어때? 이 말 들으니까 관심 확 쏠리지? 장난감 없는 세상!! 그래, 나도 알아. 아이는 장난감이 없어도 잘 논다는 거. 고백하자면 나를 위해 장난감이 필요했던 거야. 밥 할 때 장난감 쥐어주고, 설거지 할 때 장난감 쥐어주고...이젠 장난감의 자리를 컴퓨터가 공유하고 있지. 오죽하면 엄마들이 육아의 숨은 공로자로 뽀로로를 뽑겠냐고. 그런데 도시가 아니라면 장난감과 뽀로로의 도움이 없어도 되겠더라. 내가 사는 동네가 마당에 널부러진 돌멩이를 주워도, 길섶에서 풀잎 하나 뜯어도 그것이 장난감이 되는 곳이라면 까짓것 장난감 몽땅 버리지, 뭐.

 

내가 오소희님의 여행기를 처음 골랐을 때 아이와 단 둘이서 해외여행을 했다는 점에 무척 끌렸어. 이건 아마 아이엄마라면 당연히 공감할 거야. 어쩌면 이 책도 그래서 엄마들이 관심있어 하는지도 몰라. 그런데 있지, 여행을 거의 안 다녀본 내가 내린 결론이 뭔지 알아? 혼자하는 여행도 뜻깊겠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 수고롭겠지만 그 어떤 여행에서도 얻을 수 없는 걸 건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 있다면 역시 아이는 자연 가까이에서 자라야 하는구나, 라는 거. 서른 중반의 내가 이룬 게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아니 오히려 변변하게 이뤄놓은 게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난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시골에서 자란 경험이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해. 내가 농사꾼 부모 밑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그다지 자연친화적인 아이도 아니었지만 유년시절 내가 자라온 환경이야말로 내 몸 속에 나이테로 남아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이 뭐냐고? 아이는 곧 진리다. 그리고 자연으로 돌아가자. (이렇게 쓰고 나니 꼭 루소주의자같네.^^;;) 도시에서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다 놓을 수 없는 현실과 욕망 때문에 지금 당장은 뭘 어쩌지 못하지만 어쨌거나 아이를 키우는 최적의 환경이 도시가 아니라는 건 분명해.

 

 


 

 



119쪽

도대체 제주도에 무엇이 있길래 내 딸을 저리 바꿔놓았나 했는데, 특별한 것은 제주도가 아니라 '여행'이었던 것이다.

이웃이 물었다. "우리 애는 외동인데, 제주도 가면 뭐하고 놀아?" 

엄마랑 놀면 되지! 그리고 아이도 알게 되겠지. 우리 모두 가장 잘 사귀어야 되는 친구는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말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기사랑 자연이유식 궁극의 비법 시리즈 요리 3
유미경 지음 / 도미노북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조카를 본 지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조카는 물론이고 아이를 낳은 동생에게 물려줄 만한 게 뭐가 있나 살피는 중 이유식 책이 눈에 띄었다.

우리 아이를 키울 때 나는 이유식 책 딱 한 권으로 버티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바로 그 '책 한 권 본 사람'이었던 것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자문을 구할 어른이 없었던 터라 그 책 하나만 종교(?)처럼 믿고 이유식 시작하기도 전부터 책을 정독(!)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모든 육아 관련 서적을 읽으면 누구라도 느끼듯이 책대로 크는 아이는 없고, 우리 아이 역시 그러했다.

초보엄마인 나는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왜 내 아이는, 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먹이는 걸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날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기댈 만한 정보가 없는 나로서는  당연한 결과였을 수도 있지만

책대로 하지 않으면 제대로 식습관을 잡아줄 수 없다는 식으로 표현한 문장에 사로잡혀 유연성을 상실한 까닭이겠다.

무수한 시행착오와 아이를 이해하려고 애썼던 숱한 나날들이 지나면서 이유식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20개월이 넘도록 사과를 강판에 갈아서 먹이면서 그걸 귀찮게 여기지 않게 되기까지는 나 스스로 대단한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했다.

몇 개월에는 뭘 먹을 수 있어야 하고, 몇 개월엔 어떤 걸 잘게 썰지 않고 통째로 먹을 수 있어야 하는지 그런 건 정말이지 참고사항일 뿐이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이유식 책은 소아과 의사가 쓴 책이었기에 이번엔 직접 이유식을 만들어 먹인 엄마의 경험으로 쓴 책을 골라봤다.

내가 이 책을 집어든 가장 큰 이유는 서문의 딱 한 문장이었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기준을 버리자!'였습니다."

 

내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후에 나 역시 책에서 언급한 기준을 버리고 오직 아이만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이유식을 시작하기 전에 이 말을 먼저 들었더라면 이유식 먹이면서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지는 않았을 터인데...

내용도 참 알차다.

아이 몸에 두르러기가 심하게 난 뒤로 바깥 음식을 쉽사리 먹이지 못했었다.

그때 인터넷 뒤져가며 치즈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서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였는데 아이 돌보랴, 살림하랴, 인터넷 검색까지 하랴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반갑게도 이 책에 코티지 치즈 만드는 방법이 실려있다.

치즈 외에 양갱도 아이와 외출할 때 자주 챙겼던 간식이었는데 이 역시 책에 실려있다.

동생에게 일부러라도 치즈와 양갱 만드는 방법은 꼭 알려줘야지 하던 차였는데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레시피 검색하느라 눈이 벌개지도록 모니터 들여다봤던 게 조금은 억울할 정도이다.

이 외에도 간단한 간식 만드는 방법이 제법 실려있는데 네 살이 된 우리 아이에게 해주어도 좋을 것들이다.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은 대부분 수긍할 것이다. 소금 간을 하지 않는 이유식에 익숙해지면 어느 식당엘 가도 짜지 않은 음식이 없다는 것을.

우리 아이는 이유식이 끝난 지 한참 지났지만 우리집은 여전히 음식을 싱겁게 먹는다.

짜게 먹으면 재료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을 느끼는 것이 더 어려울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해롭다.

이유식 책에 실린 것 중 완료기 음식은 어른이 먹는 것과 거의 비슷해서 이유식 끝난 뒤에도 온 가족 식단으로도 잘 활용할 수 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한 키워드 정서지능 - 0~5세까지 엄마가 알아야 할 모든 것
김윤희 지음 / 세종미디어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사회는 자식이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졸업 후에 연봉이 높은 직장을 얻는 것을 최고의 자랑으로 여겼다. 하지만 번듯하게 키워놓은 자식(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부모에게 칼부림을 했다는 뉴스는 신문이고 텔레비전이고 단골 기사가 된 지 이미 오래다. 가장 최근에는 모 축구 선수가 자신의 차 안에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관심영역이 아니라서 전혀 모르는 선수였지만 눈물이 핑 돌았다. 사진 속 그 선수의 표정은 너무나 밝았고, 또 흔하지 않게 스포츠계에서 일어난 일이라 더욱 놀랐을지도 모른다. 순간 나는 내 아이를 꼭 껴안으며 "우리 아이가 몸도 마음도 씩씩한 사람으로 자라게 해주세요. 엄마인 저도 노력할게요." 하고 조용히 읊조리며 기도했다.

새학기가 시작되던 올 봄 수재들만 모여있다는 카이스트에서 세 건의 자살사건이 생겼다. 성적 비관으로 자살한 경우는 예전에도 자주 있었다. 참 슬픈 일이지만 고교생, 중학생, 초등생 가리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공부에 있어서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똑똑한 학생들만 모인다는 바로 그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라 우리 사회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자살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공통되는 점은 해당 학생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견디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정서지능이 지능지수만 못했던 것이다. 한 기업인이 "배운 것이 많아도 실무 능력이 없고, 아는 것이 많아도 교양인이 아니"(36쪽)라고 우리나라 대학생을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는 공부만 잘해서는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공감하고 있다. 물론 공부를 잘하면 좋은 대학에 갈 확률도 높아지고, 많은 연봉을 받을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사회구성원과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이다. 이 두 가지가 곧 정서능력이다.

정서지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책에서는 특히 4, 5세의 유아에 초점을 맞춰 실제 아이와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어야 정서지능을 높일 수 있는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자신 또한 두 아이의 엄마이자 교육기관 운영자로서 글쓴이가 수없이 많은 학부모와 상담한 사례를 바탕으로 책의 절반 가량을  Q&A로 채우고 있다. 나 역시 현재 세 돌이 갓 지난 네 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는 터라 더없이 집중하며 읽을 수 있었다. 글쓴이가 특히 5세까지의 유아기를 중요하게 여긴 것은 24개월 이후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하고, 5세가  되면 (여전히 불완전하지만) 자아가 확립되며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아이와 충분한 감정공감 대화를 통해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해 줘야 하는데 그 몫은 가정이다. 아무리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가정교육을 담당하는 쪽은 여성이기 때문에 특히나 엄마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내가 전에 읽었던 문용린 교수의  「정서지능강의」와 최성애 박사의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을 적절히 섞어 버무린 다음 요약해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꼭 그것이 나쁘다기 보다는 정서지능이 왜 중요한지를 역설하고는 있지만 문용린 교수의 책보다는 세세하지 않았고, 상담 사례를 통해 감정공감형 대화의 유형을 소개하고는 있으되 감정코칭의 5단계를 형식적으로만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 경우는 앞의 두 권을 몇 달 전에 읽었기에 다시금 상기시키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만약 이 책을 읽고서 갈증이 덜 풀린 부분을 채우고 싶다면 문용린 교수와 최성애 박사의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sia 제20호 - Spring, 2011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좋은 기회가 생겨 계간 아시아를 다시 접하게 되었다.

처음 이 문예지를 알았을 때, 그리고 글 하나하나를 읽을 때 가슴 한켠이 뜨겁기도, 아리기도 했다.

그리고 뿌듯했다.

외국문학이라면 유럽이나 북미의 것으로만 알았었다. 그나마 아시아권 문학은 일본의 추리소설이 내가 읽은 전부였다.

그러면서 이외의 나라에서는 문학을 향유하지 않는 것처럼 간주해왔다.

계간 아시아를 통해 영어가 아닌 언어로 창작된 시와 소설을 읽고, 그 속에 스며있는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한다.

계간 아시아는 세계 속의 아시아를,  아시아 속의 한국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
이번 호는 특히 '아시아는 아시아를 어떻게 고민해왔나'라는 주제로 몇 편의 글을 모아 특집으로 기획했다. 

그 중 안중근 의사와 타고르의 글이 실렸는데 거의 한 세기 전에 쓰인 글인데도 큰 울림이 있다.
좋은 글은 역시 시공을 초월한다.

구상했던 글을 다 마치지 못하고 옥중에서 운명을 달리한 안중근 의사의 생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옥중이라는 상황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은 존경스럽다.

특집글에서 특히 나에게 새로웠던 것은 아시아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타고르의 진면목이다.

당시 서구의 지배로 고통 받았던 아시아를 보며, 아시아의 미래를 고민하는 대문호 타고르의 글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반식민주의를 민족주의와 동일시했던 당시 사상가들과는 다르게, 과학에 기반한 근대적 문물을 받아들일 것을 주장한다.

그렇다고 동양적인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신비로운 신에 대한 동양의 자각이 서양의 과학문명과 만나면 훨씬 더 풍요로워지리라 말하고 있다.

그 유명한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 한 편으로 기억하고 있는 타고르.

그의 장편소설 <집과 세상>을 평론 '아시아 문학의 출발-타고르 문학의 비민족주의적 반식민주의'를 읽고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 인도에는 사티제도라는 것이 있었다.

남편이 죽으면 미망인은 남편을 따라 불 속으로 뛰어들어 산화하는 것인데

이 소설에는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을 지지하는 내용이 실려있어 그 당시(1916년에 출판됨)에 꽤 파격적이었을 것이다.

시크교 폭동을 배경으로 다루고 있는 사이다트 하산 만토의 단편소설 <모젤>은 자유분방한 유대인 여성 '모젤'에게서 받은 인상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또 종교갈등으로 이런 끔찍한 일이 자행되었다는 것을 신문 기사였다면 스치듯 보는 것으로 끝났을 텐데 지금이라도 소설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참 다행이다.

그밖에도 신경림 시인의 시 두 편은 정말 반가웠고, 오스만 제국에서 태어나 모스크바에서 활동했던 시인 나즘 히크메크의 시를 백석의 번역으로 만난 건 신선한 그 자체였다.

계간 아시아를 읽고 나면 나는 문학독자로서 얼리 어댑터가 된 기분이어서 무척 뿌듯하다.

시중 서점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글들을 접하고 나면 작가들의 글이 언제고 단행본으로 꼭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의 암호에는 단서가 있다 - 전쟁같은 하루를 승리로 이끄는 심리학
모차오 지음, 최인애 옮김 / 한빛비즈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더 보고 싶어한다. 심리학도 어쩌면 이런 생각에서 발전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심리학에서 말하는 사람의 심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통해 명명백백하게 보이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이다.
최근에 읽은 책이 자극이 되어 상대방(내 아이를 포함)의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을 골랐다. 물론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심리학 책이라는 걸 알았음에도 이걸 골랐다는 건 제목에 낚였다는 명백한 증거이리라. ^^;;
이 책은 총 여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운데 3, 4, 5 장이 비지니스나 투자에 관련된 내용이다.
워렌 버핏 같은 유능하고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의 CEO들의 성공담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지루할 새 없이 참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앞의 1, 2장을 훨씬 더 재미있었다.
투자나 사업에 관한 부분은 어쩐지 상대방의 마음을 간파해서 그걸 이용해 내 이익만을 챙기는, 얍삽한 인간이 되라는 메시지 같아서 마음 한 켠이 불편하다. 
건을 팔아치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알려주는 내용은 자본주의가 결국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물론 거꾸로 생각하면 이런 심리를 이용하여 상품세일즈를 하는 백화점이나 기업의 꼼수에 넘어가지 않도록 도와주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내가 흥미진진하게 읽은 부분은 자신의 마음을 조종하는 내용이 훨씬 더 많이 언급되어 있다.
이런 내용이야말로 진정한 '자기계발'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까.
이 책은 심리학에 연관된 하나의 제목 아래에 한두 가지 에피소드를 곁들여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형식을 취해 수많은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은 마치 길거리 신문에 실린 칼럼의 한 꼭지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어떤 독자는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사실은 나도 그다지 새롭지 않았다.
다만 예전에 어디선가 읽었던 것 같은데 아직 체회되지 않은 이론을 복습한다는 느낌이랄까.
더군다나 이 책을 읽는 도중 <정서지능강의>를 조금 읽었는데 그래서 더더욱 허투루 보지 않게 된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우리 모두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
자기암시'에 대해 설명하면서 마음의 힘의 대단함을 강조한다. 하지만 '자기암시'에 대해 한번쯤은 다 들어본 내용이다.
낙관주의를 학습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 부분도 그렇다.
모든 상황에서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고 '안 될 거야.'라고 결과를 낙담하는 것보다 '잘 될 거야'라며 희망적 결과를 상상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도.
책을 읽을 때는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가 다른 책과 내용이 맞물리면서 이 책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떠올려본다.
예사로 지나친 내용도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전혀 다른 내용으로 내게 다가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을 새삼스럽게 확인하게 된다.
자기계발서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던 것도 너무 천편일률적인 내용이라서 기피했던 것인데 이런 편견이 이미 각인된 나머지 묻혀있는 옥석을 보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