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은 오늘이지만 팥죽을 어제 쒀먹었다. 네 식구 모두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일요일이라...큰애한테 찹쌀 반죽을 주면서 메추리알만큼 떼어내 동글동글 새알심 만드는 걸 알려주니 곧잘 만든다. 다만 잽싸게 만들지를 못해 반죽 겉이 마른다. 걸죽하고 달작지근한 팥죽을 먹으며 아이가 어렸을 적에 줄곧 보았던 그림책 <팥죽 할멈과 호랑이>를 떠올렸다. 호랑이는 팥죽이 이토록 맛있는 줄 어떻게 알았을까? 팥죽 맛을 보려고 봄부터 겨울까지 참았다가 할머니가 쒀준 팥죽을 먹은 뒤 잡아먹으려고 왔으니 말이다. 할머니 한숨 소리에 달려나온 부엌 물건들이 호랑이를 물리치려고 짜낸 꾀에 아이는 깔깔 웃으며 좋아한다. 팥죽을 먹다가 딱 떠오른 그림책을 다시 꺼내 읽으니 더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