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사랑 자연이유식 궁극의 비법 시리즈 요리 3
유미경 지음 / 도미노북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조카를 본 지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조카는 물론이고 아이를 낳은 동생에게 물려줄 만한 게 뭐가 있나 살피는 중 이유식 책이 눈에 띄었다.

우리 아이를 키울 때 나는 이유식 책 딱 한 권으로 버티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바로 그 '책 한 권 본 사람'이었던 것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자문을 구할 어른이 없었던 터라 그 책 하나만 종교(?)처럼 믿고 이유식 시작하기도 전부터 책을 정독(!)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모든 육아 관련 서적을 읽으면 누구라도 느끼듯이 책대로 크는 아이는 없고, 우리 아이 역시 그러했다.

초보엄마인 나는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왜 내 아이는, 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먹이는 걸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날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기댈 만한 정보가 없는 나로서는  당연한 결과였을 수도 있지만

책대로 하지 않으면 제대로 식습관을 잡아줄 수 없다는 식으로 표현한 문장에 사로잡혀 유연성을 상실한 까닭이겠다.

무수한 시행착오와 아이를 이해하려고 애썼던 숱한 나날들이 지나면서 이유식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20개월이 넘도록 사과를 강판에 갈아서 먹이면서 그걸 귀찮게 여기지 않게 되기까지는 나 스스로 대단한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했다.

몇 개월에는 뭘 먹을 수 있어야 하고, 몇 개월엔 어떤 걸 잘게 썰지 않고 통째로 먹을 수 있어야 하는지 그런 건 정말이지 참고사항일 뿐이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이유식 책은 소아과 의사가 쓴 책이었기에 이번엔 직접 이유식을 만들어 먹인 엄마의 경험으로 쓴 책을 골라봤다.

내가 이 책을 집어든 가장 큰 이유는 서문의 딱 한 문장이었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기준을 버리자!'였습니다."

 

내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후에 나 역시 책에서 언급한 기준을 버리고 오직 아이만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이유식을 시작하기 전에 이 말을 먼저 들었더라면 이유식 먹이면서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지는 않았을 터인데...

내용도 참 알차다.

아이 몸에 두르러기가 심하게 난 뒤로 바깥 음식을 쉽사리 먹이지 못했었다.

그때 인터넷 뒤져가며 치즈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서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였는데 아이 돌보랴, 살림하랴, 인터넷 검색까지 하랴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반갑게도 이 책에 코티지 치즈 만드는 방법이 실려있다.

치즈 외에 양갱도 아이와 외출할 때 자주 챙겼던 간식이었는데 이 역시 책에 실려있다.

동생에게 일부러라도 치즈와 양갱 만드는 방법은 꼭 알려줘야지 하던 차였는데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레시피 검색하느라 눈이 벌개지도록 모니터 들여다봤던 게 조금은 억울할 정도이다.

이 외에도 간단한 간식 만드는 방법이 제법 실려있는데 네 살이 된 우리 아이에게 해주어도 좋을 것들이다.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은 대부분 수긍할 것이다. 소금 간을 하지 않는 이유식에 익숙해지면 어느 식당엘 가도 짜지 않은 음식이 없다는 것을.

우리 아이는 이유식이 끝난 지 한참 지났지만 우리집은 여전히 음식을 싱겁게 먹는다.

짜게 먹으면 재료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을 느끼는 것이 더 어려울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해롭다.

이유식 책에 실린 것 중 완료기 음식은 어른이 먹는 것과 거의 비슷해서 이유식 끝난 뒤에도 온 가족 식단으로도 잘 활용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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