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제20호 - Spring, 2011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좋은 기회가 생겨 계간 아시아를 다시 접하게 되었다.

처음 이 문예지를 알았을 때, 그리고 글 하나하나를 읽을 때 가슴 한켠이 뜨겁기도, 아리기도 했다.

그리고 뿌듯했다.

외국문학이라면 유럽이나 북미의 것으로만 알았었다. 그나마 아시아권 문학은 일본의 추리소설이 내가 읽은 전부였다.

그러면서 이외의 나라에서는 문학을 향유하지 않는 것처럼 간주해왔다.

계간 아시아를 통해 영어가 아닌 언어로 창작된 시와 소설을 읽고, 그 속에 스며있는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한다.

계간 아시아는 세계 속의 아시아를,  아시아 속의 한국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
이번 호는 특히 '아시아는 아시아를 어떻게 고민해왔나'라는 주제로 몇 편의 글을 모아 특집으로 기획했다. 

그 중 안중근 의사와 타고르의 글이 실렸는데 거의 한 세기 전에 쓰인 글인데도 큰 울림이 있다.
좋은 글은 역시 시공을 초월한다.

구상했던 글을 다 마치지 못하고 옥중에서 운명을 달리한 안중근 의사의 생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옥중이라는 상황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은 존경스럽다.

특집글에서 특히 나에게 새로웠던 것은 아시아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타고르의 진면목이다.

당시 서구의 지배로 고통 받았던 아시아를 보며, 아시아의 미래를 고민하는 대문호 타고르의 글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반식민주의를 민족주의와 동일시했던 당시 사상가들과는 다르게, 과학에 기반한 근대적 문물을 받아들일 것을 주장한다.

그렇다고 동양적인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신비로운 신에 대한 동양의 자각이 서양의 과학문명과 만나면 훨씬 더 풍요로워지리라 말하고 있다.

그 유명한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 한 편으로 기억하고 있는 타고르.

그의 장편소설 <집과 세상>을 평론 '아시아 문학의 출발-타고르 문학의 비민족주의적 반식민주의'를 읽고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 인도에는 사티제도라는 것이 있었다.

남편이 죽으면 미망인은 남편을 따라 불 속으로 뛰어들어 산화하는 것인데

이 소설에는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을 지지하는 내용이 실려있어 그 당시(1916년에 출판됨)에 꽤 파격적이었을 것이다.

시크교 폭동을 배경으로 다루고 있는 사이다트 하산 만토의 단편소설 <모젤>은 자유분방한 유대인 여성 '모젤'에게서 받은 인상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또 종교갈등으로 이런 끔찍한 일이 자행되었다는 것을 신문 기사였다면 스치듯 보는 것으로 끝났을 텐데 지금이라도 소설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참 다행이다.

그밖에도 신경림 시인의 시 두 편은 정말 반가웠고, 오스만 제국에서 태어나 모스크바에서 활동했던 시인 나즘 히크메크의 시를 백석의 번역으로 만난 건 신선한 그 자체였다.

계간 아시아를 읽고 나면 나는 문학독자로서 얼리 어댑터가 된 기분이어서 무척 뿌듯하다.

시중 서점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글들을 접하고 나면 작가들의 글이 언제고 단행본으로 꼭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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