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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미래를 위한 키워드 정서지능 - 0~5세까지 엄마가 알아야 할 모든 것
김윤희 지음 / 세종미디어 / 2011년 4월
평점 :
우리 사회는 자식이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졸업 후에 연봉이 높은 직장을 얻는 것을 최고의 자랑으로 여겼다. 하지만 번듯하게 키워놓은 자식(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부모에게 칼부림을 했다는 뉴스는 신문이고 텔레비전이고 단골 기사가 된 지 이미 오래다. 가장 최근에는 모 축구 선수가 자신의 차 안에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관심영역이 아니라서 전혀 모르는 선수였지만 눈물이 핑 돌았다. 사진 속 그 선수의 표정은 너무나 밝았고, 또 흔하지 않게 스포츠계에서 일어난 일이라 더욱 놀랐을지도 모른다. 순간 나는 내 아이를 꼭 껴안으며 "우리 아이가 몸도 마음도 씩씩한 사람으로 자라게 해주세요. 엄마인 저도 노력할게요." 하고 조용히 읊조리며 기도했다.
새학기가 시작되던 올 봄 수재들만 모여있다는 카이스트에서 세 건의 자살사건이 생겼다. 성적 비관으로 자살한 경우는 예전에도 자주 있었다. 참 슬픈 일이지만 고교생, 중학생, 초등생 가리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공부에 있어서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똑똑한 학생들만 모인다는 바로 그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라 우리 사회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자살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공통되는 점은 해당 학생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견디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정서지능이 지능지수만 못했던 것이다. 한 기업인이 "배운 것이 많아도 실무 능력이 없고, 아는 것이 많아도 교양인이 아니"(36쪽)라고 우리나라 대학생을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는 공부만 잘해서는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공감하고 있다. 물론 공부를 잘하면 좋은 대학에 갈 확률도 높아지고, 많은 연봉을 받을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사회구성원과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이다. 이 두 가지가 곧 정서능력이다.
정서지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책에서는 특히 4, 5세의 유아에 초점을 맞춰 실제 아이와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어야 정서지능을 높일 수 있는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자신 또한 두 아이의 엄마이자 교육기관 운영자로서 글쓴이가 수없이 많은 학부모와 상담한 사례를 바탕으로 책의 절반 가량을 Q&A로 채우고 있다. 나 역시 현재 세 돌이 갓 지난 네 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는 터라 더없이 집중하며 읽을 수 있었다. 글쓴이가 특히 5세까지의 유아기를 중요하게 여긴 것은 24개월 이후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하고, 5세가 되면 (여전히 불완전하지만) 자아가 확립되며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아이와 충분한 감정공감 대화를 통해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해 줘야 하는데 그 몫은 가정이다. 아무리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가정교육을 담당하는 쪽은 여성이기 때문에 특히나 엄마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내가 전에 읽었던 문용린 교수의 「정서지능강의」와 최성애 박사의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을 적절히 섞어 버무린 다음 요약해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꼭 그것이 나쁘다기 보다는 정서지능이 왜 중요한지를 역설하고는 있지만 문용린 교수의 책보다는 세세하지 않았고, 상담 사례를 통해 감정공감형 대화의 유형을 소개하고는 있으되 감정코칭의 5단계를 형식적으로만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 경우는 앞의 두 권을 몇 달 전에 읽었기에 다시금 상기시키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만약 이 책을 읽고서 갈증이 덜 풀린 부분을 채우고 싶다면 문용린 교수와 최성애 박사의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