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 - Jeju Island Real Story
전은주 지음 / 즐거운상상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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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황모 작가를 좋아했었지. 물론 그 작가의 소설을 모두 읽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 존경했고 참 멋지다 생각했었는데 어떤 사건을 계기로 내 기준에서 조금 실망했달까? 그래서 그 분 최근작은 아무리 광고를 해대도 애써 외면하고 있는 중이지.

난 작가란 모름지기 문학하는 사람이다, 라고 국한짓던 생각을 버린 게 몇 해 안 돼.(왜 문학가만 작가라고 생각했는지 나 되게 띨띨한 거 같아. -ㅅ-) 근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니까 좋아하는 작가들이 마구 생기는 거야.

 

내가 최근에 오소희 작가 직접 만나고 온 거 알지? 실은 나 그때까지만 해도 오소희 님의 모든 책을 다 읽었던 건 아니었어. 두세 권 읽은 책만으로도 그저 멋지다, 존경스럽다에서 머물렀지. 그런데 정말이지 어느 가수라도 콘서트 한 번 다녀오면 팬이 돼버리잖아. 꼭 그것처럼 나도 그랬지 뭐냐. 완전 푹 빠져버린 거지. 곧장 안 읽은 책 몽땅 사서 다 읽었어. 그렇게 해서 난 오소희의 전작주의자가 되었다, 그 말씀이지. 하하하.

 

뭔 서두가 이렇게 기냐고? 실은 있지, 나 오늘부터 전은주의 전작주의자도 같이 하기로 했거든.(펴낸 책이 아직 두 권밖에 아니라 너도 맘 먹으면 이 분의 전작주의자 될 수 있어.) 앞서 낸 <초간단 생활놀이>는 약간의 백과식이랄까? 제목 그대로 아이랑 생활놀이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정말 초간단이야. 그럼에도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고민인 엄마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역할을 한 책이기에 기꺼이 별점 다섯 개 줄 수 있을 만큼 좋은 책이야. 구체적인 방법도 방법이지만 코드가 잘 맞더라구. 이미 내가 하고 있는 놀이도 있었고, 비슷한 것도 있었고, 꼭 해봐야겠다 싶은 게 참 많았거든. 더욱 마음에 든 건 큰 돈 들이지 않은 놀이들이었고, 자연물처럼 주위를 둘러보고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얼른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었어.

 

그때도 읽으면서 작가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감탄을 연발했더랬는데 이번 책은 그 수위가 한껏 올라갔지 뭐겠냐. 여행기에 무슨 아이디어냐 싶겠지만 이번엔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고 그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힘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의문이 풀렸다고나 할까. 그게 뭔지는 순전히 내 느낌이니까 궁금하면 너도 직접 읽어보고 느껴보길 바라. 아무 이 책을 읽고나서 작가에 대해 더 확실히 알았지.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거 기가 막히게 잘 하는 분이라는 거.

 

이 책은 제주여행에 대한, 특히나 아이와 함께 하는 엄마에게 유용한 깨알같은 정보가 가득해. 사실 애 데리고 여행(까지는 아니어도 어디라도 갈라치면)하려고 정보를 찾아보아도 애엄마는 늘 아이를 고려해 일정을 재구성 해야만 하거든.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수고를 확 덜어주지.

 

실은 이 책 읽고 싶었던 이유 중엔 약간의 꼼수도 있었다는 거 고백한다. 제주도는 사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답하는 최고의 국내 휴가지 아니겠냐. 그런데 이건 단순히 휴가지로가 아니라 단기 체류지로 제주를 선택한 거잖아. 이 책을 빌미로 제주도를, 그것도 아들내미랑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거지.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레퍼토리 중 하나가 뭔지 너도 알지? 어려서 여행 자주 데리고 다녀봐야 아무 쓰잘데기 없다는 말. 어차피 기억도 못하는데 뭣하러 돈들여가며 고생하냐는 거지. 하지만 난 그 말 별로 귀담아 듣고 싶지가 않았어. 물론 기억 못하는 건 당연한 거지. 하지만 어디를 가든 아이는 그 나이에만 느낄 수 있는 걸 느낄 테고, 그 느낌을 언어로 표현해서 기억에 가두지는 못할지라도 몸에 새겨진 느낌은 마치 나이테처럼 아이의 내면에 자신만의 무늬로 남게 될 테니까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만약 하나도 기억 못하니까 더 커서 데리고 가라는 말에 네가 한다면 아마도 그건 여행을 여행이 아니라 '학습'으로 여기고 있는 탓이 아닐까.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는 것보다 그 여행으로 인해 어떻게 바뀌었는가, 어떤 추억이 생겼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말(208쪽) 그래서 공감해.

 

결국 이 책의 핵심은 제주도가 아니었어. 적어도 내가 느낀 바로는 그래. 물론 이 책 여행기로 분류되어 있는데다 제주 여행 준비하기에 손색이 없는 책이기도 해. 하지만 이 책에서 내가 얻은 건 '스케줄'에서 벗어나 아이와 자연을 느끼는 것의 중요함이라는 것. 내가 평소에 스케줄 꼼꼼하게 짜서 아들내미랑 거창하게 어딜 잘 돌아다니고 하는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지? 그런데도 어쩌다 하루 맘 먹고 외출할라치면 끼니랑 낮잠 고려해서 몇 시엔 출발을 해야 하고, 붐비는 퇴근길 피하려면 몇 시까진 일정(관람 등)을 마쳐야 한다는 등 재미있게 놀면서도 머릿속에선 수시로 시간표가 깜빡거리고 있거든. 어딜 가든 내가 이러는 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했어. 아니, 이제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행동이지. 그런데 그게 도시에 살기 때문에 더 계산이 복잡해졌던 거였더라고. 그러면서 생각대로 일이 착착 안 되면 괜히 더 스트레스 받고 말이지.

 

이 책에서 표방하고 있는 컨셉(?)이 뭔줄 알아? 삼무(三無) 제주도야. 컴퓨터, 학원, 장난감 없는 제주도. 어때? 이 말 들으니까 관심 확 쏠리지? 장난감 없는 세상!! 그래, 나도 알아. 아이는 장난감이 없어도 잘 논다는 거. 고백하자면 나를 위해 장난감이 필요했던 거야. 밥 할 때 장난감 쥐어주고, 설거지 할 때 장난감 쥐어주고...이젠 장난감의 자리를 컴퓨터가 공유하고 있지. 오죽하면 엄마들이 육아의 숨은 공로자로 뽀로로를 뽑겠냐고. 그런데 도시가 아니라면 장난감과 뽀로로의 도움이 없어도 되겠더라. 내가 사는 동네가 마당에 널부러진 돌멩이를 주워도, 길섶에서 풀잎 하나 뜯어도 그것이 장난감이 되는 곳이라면 까짓것 장난감 몽땅 버리지, 뭐.

 

내가 오소희님의 여행기를 처음 골랐을 때 아이와 단 둘이서 해외여행을 했다는 점에 무척 끌렸어. 이건 아마 아이엄마라면 당연히 공감할 거야. 어쩌면 이 책도 그래서 엄마들이 관심있어 하는지도 몰라. 그런데 있지, 여행을 거의 안 다녀본 내가 내린 결론이 뭔지 알아? 혼자하는 여행도 뜻깊겠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 수고롭겠지만 그 어떤 여행에서도 얻을 수 없는 걸 건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 있다면 역시 아이는 자연 가까이에서 자라야 하는구나, 라는 거. 서른 중반의 내가 이룬 게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아니 오히려 변변하게 이뤄놓은 게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난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시골에서 자란 경험이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해. 내가 농사꾼 부모 밑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그다지 자연친화적인 아이도 아니었지만 유년시절 내가 자라온 환경이야말로 내 몸 속에 나이테로 남아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이 뭐냐고? 아이는 곧 진리다. 그리고 자연으로 돌아가자. (이렇게 쓰고 나니 꼭 루소주의자같네.^^;;) 도시에서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다 놓을 수 없는 현실과 욕망 때문에 지금 당장은 뭘 어쩌지 못하지만 어쨌거나 아이를 키우는 최적의 환경이 도시가 아니라는 건 분명해.

 

 


 

 



119쪽

도대체 제주도에 무엇이 있길래 내 딸을 저리 바꿔놓았나 했는데, 특별한 것은 제주도가 아니라 '여행'이었던 것이다.

이웃이 물었다. "우리 애는 외동인데, 제주도 가면 뭐하고 놀아?" 

엄마랑 놀면 되지! 그리고 아이도 알게 되겠지. 우리 모두 가장 잘 사귀어야 되는 친구는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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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사랑 자연이유식 궁극의 비법 시리즈 요리 3
유미경 지음 / 도미노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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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를 본 지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조카는 물론이고 아이를 낳은 동생에게 물려줄 만한 게 뭐가 있나 살피는 중 이유식 책이 눈에 띄었다.

우리 아이를 키울 때 나는 이유식 책 딱 한 권으로 버티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바로 그 '책 한 권 본 사람'이었던 것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자문을 구할 어른이 없었던 터라 그 책 하나만 종교(?)처럼 믿고 이유식 시작하기도 전부터 책을 정독(!)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모든 육아 관련 서적을 읽으면 누구라도 느끼듯이 책대로 크는 아이는 없고, 우리 아이 역시 그러했다.

초보엄마인 나는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왜 내 아이는, 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먹이는 걸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날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기댈 만한 정보가 없는 나로서는  당연한 결과였을 수도 있지만

책대로 하지 않으면 제대로 식습관을 잡아줄 수 없다는 식으로 표현한 문장에 사로잡혀 유연성을 상실한 까닭이겠다.

무수한 시행착오와 아이를 이해하려고 애썼던 숱한 나날들이 지나면서 이유식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20개월이 넘도록 사과를 강판에 갈아서 먹이면서 그걸 귀찮게 여기지 않게 되기까지는 나 스스로 대단한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했다.

몇 개월에는 뭘 먹을 수 있어야 하고, 몇 개월엔 어떤 걸 잘게 썰지 않고 통째로 먹을 수 있어야 하는지 그런 건 정말이지 참고사항일 뿐이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이유식 책은 소아과 의사가 쓴 책이었기에 이번엔 직접 이유식을 만들어 먹인 엄마의 경험으로 쓴 책을 골라봤다.

내가 이 책을 집어든 가장 큰 이유는 서문의 딱 한 문장이었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기준을 버리자!'였습니다."

 

내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후에 나 역시 책에서 언급한 기준을 버리고 오직 아이만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이유식을 시작하기 전에 이 말을 먼저 들었더라면 이유식 먹이면서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지는 않았을 터인데...

내용도 참 알차다.

아이 몸에 두르러기가 심하게 난 뒤로 바깥 음식을 쉽사리 먹이지 못했었다.

그때 인터넷 뒤져가며 치즈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서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였는데 아이 돌보랴, 살림하랴, 인터넷 검색까지 하랴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반갑게도 이 책에 코티지 치즈 만드는 방법이 실려있다.

치즈 외에 양갱도 아이와 외출할 때 자주 챙겼던 간식이었는데 이 역시 책에 실려있다.

동생에게 일부러라도 치즈와 양갱 만드는 방법은 꼭 알려줘야지 하던 차였는데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레시피 검색하느라 눈이 벌개지도록 모니터 들여다봤던 게 조금은 억울할 정도이다.

이 외에도 간단한 간식 만드는 방법이 제법 실려있는데 네 살이 된 우리 아이에게 해주어도 좋을 것들이다.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은 대부분 수긍할 것이다. 소금 간을 하지 않는 이유식에 익숙해지면 어느 식당엘 가도 짜지 않은 음식이 없다는 것을.

우리 아이는 이유식이 끝난 지 한참 지났지만 우리집은 여전히 음식을 싱겁게 먹는다.

짜게 먹으면 재료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을 느끼는 것이 더 어려울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해롭다.

이유식 책에 실린 것 중 완료기 음식은 어른이 먹는 것과 거의 비슷해서 이유식 끝난 뒤에도 온 가족 식단으로도 잘 활용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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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미래를 위한 키워드 정서지능 - 0~5세까지 엄마가 알아야 할 모든 것
김윤희 지음 / 세종미디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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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자식이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졸업 후에 연봉이 높은 직장을 얻는 것을 최고의 자랑으로 여겼다. 하지만 번듯하게 키워놓은 자식(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부모에게 칼부림을 했다는 뉴스는 신문이고 텔레비전이고 단골 기사가 된 지 이미 오래다. 가장 최근에는 모 축구 선수가 자신의 차 안에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관심영역이 아니라서 전혀 모르는 선수였지만 눈물이 핑 돌았다. 사진 속 그 선수의 표정은 너무나 밝았고, 또 흔하지 않게 스포츠계에서 일어난 일이라 더욱 놀랐을지도 모른다. 순간 나는 내 아이를 꼭 껴안으며 "우리 아이가 몸도 마음도 씩씩한 사람으로 자라게 해주세요. 엄마인 저도 노력할게요." 하고 조용히 읊조리며 기도했다.

새학기가 시작되던 올 봄 수재들만 모여있다는 카이스트에서 세 건의 자살사건이 생겼다. 성적 비관으로 자살한 경우는 예전에도 자주 있었다. 참 슬픈 일이지만 고교생, 중학생, 초등생 가리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공부에 있어서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똑똑한 학생들만 모인다는 바로 그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라 우리 사회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자살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공통되는 점은 해당 학생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견디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정서지능이 지능지수만 못했던 것이다. 한 기업인이 "배운 것이 많아도 실무 능력이 없고, 아는 것이 많아도 교양인이 아니"(36쪽)라고 우리나라 대학생을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는 공부만 잘해서는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공감하고 있다. 물론 공부를 잘하면 좋은 대학에 갈 확률도 높아지고, 많은 연봉을 받을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사회구성원과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이다. 이 두 가지가 곧 정서능력이다.

정서지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책에서는 특히 4, 5세의 유아에 초점을 맞춰 실제 아이와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어야 정서지능을 높일 수 있는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자신 또한 두 아이의 엄마이자 교육기관 운영자로서 글쓴이가 수없이 많은 학부모와 상담한 사례를 바탕으로 책의 절반 가량을  Q&A로 채우고 있다. 나 역시 현재 세 돌이 갓 지난 네 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는 터라 더없이 집중하며 읽을 수 있었다. 글쓴이가 특히 5세까지의 유아기를 중요하게 여긴 것은 24개월 이후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하고, 5세가  되면 (여전히 불완전하지만) 자아가 확립되며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아이와 충분한 감정공감 대화를 통해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해 줘야 하는데 그 몫은 가정이다. 아무리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가정교육을 담당하는 쪽은 여성이기 때문에 특히나 엄마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내가 전에 읽었던 문용린 교수의  「정서지능강의」와 최성애 박사의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을 적절히 섞어 버무린 다음 요약해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꼭 그것이 나쁘다기 보다는 정서지능이 왜 중요한지를 역설하고는 있지만 문용린 교수의 책보다는 세세하지 않았고, 상담 사례를 통해 감정공감형 대화의 유형을 소개하고는 있으되 감정코칭의 5단계를 형식적으로만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 경우는 앞의 두 권을 몇 달 전에 읽었기에 다시금 상기시키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만약 이 책을 읽고서 갈증이 덜 풀린 부분을 채우고 싶다면 문용린 교수와 최성애 박사의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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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 존 가트맨.최성애 박사의
존 가트맨.최성애.조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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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IQ 높은 게 머리 좋음의 상징이었는데 요즘은 웬 Q가 이렇게도 많은지 '놀Q'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그래도 요즘 대세는 정서지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얼마전 EBS 다큐 '정서지능'을 먼저 본 다음 이 책을 읽었다. 감정코칭을 잘 받고 자란 아이가 정서지능이 높을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문용린 교수의 <정서지능>이라는 책도 나왔다.)

 

아이를 낳기 전, 그러니까 임신기간 중에 육아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그리고 설렘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육아관련 다큐멘터리도 보고 육아서도 읽곤 했었다. 그 중 <부모와 아이 사이>라는 책이 있는데 거기서 주로 언급했던 것이 아이와의 대화법이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공감하는 말하기를 비롯해 칭찬할 때와 꾸짖을 때 어떤 방식으로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었다. 내가 자랄 땐 그런 식으로 대화해 주는 부모가 흔치 않았기에 그땐 참 신선하고 놀라운 내용들이었다. 나도 아이가 태어나게 되면 책에서처럼 해야지 다짐은 했었지만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육아서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 더군다나 말은커녕 똥오줌 못가리는 신생아를 키우며 젖먹이고 기저귀 가는 게 가장 급했으니 대화법 따위는 전혀 안중에 없었고 금세 잊혀지고 말았다.

 

아이가 제법 자라고 나니 육아의 실전에서 부딪히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임신 중에 읽었던 <부모와 아이 사이>는 까먹은 지 오래고 이런 저런 다큐에서 봤던 것도 실제 적용하려고 해도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알게 되었고 실제 사례가 수록되었다고 해서 너무나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감정코칭을 받고 자란 아이가 집중력도 놓고 학업성취도 또한 높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잘 알기 때문에 자제력도 다른 아이보다 좋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은 자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도 잘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알기 때문에 대인관계도 좋을 수밖에 없다.  아이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는 감정코칭이야말로 모은 육아법의 기본이고 핵심이며 만병통치약이 아닌가 싶다. 아니 어쩌면 육아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대인관계에서도 중요한 열쇠가 된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친구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면 더없이 끈끈한 관계가 된다. 남편이 내 마음을 십분 이해해주면 그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동네 아줌마들과 남편 흉, 시댁 흉을 보면서 수다를 떨면 맞장구 쳐주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생각해보니 이 모든 것들의 기본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었다.

 

아이의 감정에 반응하는 방식에 따라 축소전환형 부모, 억압형 부모, 방임형 부모, 감정코치형 부모로 나뉜다. 하지만 100% 완벽한감정코치형 부모는 없다고 한다. 또 매순간 감정코칭을 할 수도 없다.(실제로 책에서 감정코칭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때가 언제인지 알려주기도 한다.) 그래도 40% 정도만 감청코칭을 해 주어도 아이는 부모에게 자신의 감정이 이해받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감정코칭은 5단계로 이루어지는데, 아이의 행동 속에 숨어있는 감정 인식하기 - 감정적 순간을 기회로 삼아 감정변화 포착하기 - 아이의 감정에 진심으로 공감하기 - 아이 스스로 감정을 표현하도록 도와주기 -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행동의 한계를 정해주고 해결책 찾아보기가 그것이다. 감정코칭이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도 이러한 방식의 대화법은 많은 육아서에 숱하게 등장했던 내용들이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육아의 실제에서 보다 잘 적용할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책 말미에 부록으로 실려있는 감정코칭 실제 사례가 아니어도 책 중간중간에 언급된 내용도 도움이 많이 된다. 더군다나 이 책은 감정코칭의 권위자인 존 카트맨의 이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최성애 박사가 경험한 실제 사례를 소개하고 있어서 훨씬 더 공감이 간다. 또 좋았던 점은 친절한 안내자가 초보 부모에게 찬찬히 말하는 듯 경어체로 쓰인 문장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신의진 교수의 책도 그랬었는데 경어체의 문장은 실수로 가득한 육아초보자를 다그치는 게 아니라 누구나 그럴 수 있으니 지금부터 잘 하면 된다고 격려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감정코칭을 잘 못해 줄 때가 있고, 하지 말라고 했던 행동을 아이에게 해놓고 후회하고 반성하는 경우가 없진 않다. 하지만 책을 50페이지 정도밖에 안 읽었던 때에도 아이의 감정을 공감해주는 대화법을 했을 때의 반응이 사뭇 달랐던 기억이 난다. 내가 완벽한 감정코칭형 부모가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지만 이제 막 내딛은 감정코칭 육아의 첫걸음이니 아이의 마음이 다치게 하는 일이 에전보다 줄어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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