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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로레타 ㅣ 웅진책마을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김라합 옮김, 박형동 그림 / 웅진주니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설익은 첫사랑의 성장통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는
간만에 만나는 풋풋하지만 치열한 첫사랑 이야기
<떠돌이 로레타>를 만났다.
누구나 알싸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을 첫사랑의 기억...
<떠돌이 로레타>를 통해 추억의 책장을 다시 펼쳐보는 기분이리라.
독일어권의 대표적 아동 문학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첫 '사랑 이야기'인 이 작품은
범상치 않은 시각과 관점을 고수하는 작가의 작품답게
달콤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첫사랑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자신만의 고집과 세계가 확고한 주인공 '빡빡이'(이름은 콘라트이지만 책 속에서는 대부분 빡빡이로 칭해진다)는
'진드기, 금붕어, 이빨'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친구들과 평범한 주택 단지에 산다.
콘라트가 빡빡이라고 불리게 된 사연(서캐와 머릿니때문에 자신의 머리를 민 부모님에 대한 반감의 표현 수단)이나
자신만의 '생각 바위'에 앉으면 바위가 발산하는 라돈의 힘으로 에너지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모습은
한창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내는 아이들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한데
지나친 반항과 분노로 눈살이 찌푸려지거나 불미스러운 행동을 할까 걱정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멀고
어딘가 모르게 어설퍼서 미소를 짓게 한다.

자존심이 세고 생각이 많으며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소년 빡빡이는
어느날 옆집에 이사온 쾌활하고 자유분방한 로레타에게 한눈에 반하고만다.
" 그럼에도 그 이상한 여자아이를 보는 순간 빡빡이의 속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쾅!
빡빡이는 완전 넋 나간 얼간이처럼 그 자리에 서서 멀뚱히 바라보기만 했다.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네거나 그 비슷한 말을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빡빡이가 로레타를 처음 만난 장면은 그림이나 글 모두 빡빡이에게 가히 충격이었음을 전하고 있다.
'엄청난 폭발' 로 표현되는 그느낌, 첫사랑의 마법에 걸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도 남으리라.
이 책은 달콤한 첫사랑 이야기가 아니면서도 독자를 설레게 하고 안타깝게 하며 궁금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소녀에게 반해 모든 촉수가 그 아이에게 향한 빡빡이와
무심하고 자유분방한 소녀 로레타의 상반된 행동과 심리를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할까^^

안정된 가정에서 평범하게 살던 빡빡이는
자신과는 완전 다른 세계를 로레타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되고
지금까지 자신이 알던 세계와는 또 다른 더 큰 세상이 있음을 알게 된다.
세상을 향해 한 발 나아가는 소년의 이야기는 첫사랑의 새로운 경험과 맞물리면서
한층 커지고 성숙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부모가 고물장수와 청소부로 떠돌이 생활을 하는 로레타와
평범하고 안정된 가정의 빡빡이의 사랑은 안타깝지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지만 로레타는 빡빡이를 좋아한 적도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계층 의식까지 운운하진 않아도
빡빡이류와 로레타류로 구분되는 부류가 함께 잘 어울리기는 쉽지 않은 법...
작가의 사회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에서 결코 아이들을 위한 동화만은 아님을 느낀다.
누구나 겪었을 풋풋하지만 뜨거웠던 열병, 첫사랑!
우리 아들들을 꼭 닮은 빡빡이의 우직한 행동과 섬세한 감정 변화를 따라
잠시나마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보고, 아이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기에
더없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