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꼬리 이모 나랑 놀자 ㅣ 콩깍지 문고 4
박효미 지음, 김정선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12월
평점 :

제목과 표지 그림을 보고 아이와 이모의 특별한 관계를 그린 그림책이란 걸 알수 있었답니다.
유난히 이모나 고모를 따르고 좋아하는 아이들 있잖아요.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그림이 너무나 에쁘고 아름다운 이 그림책은
이모를 너무나 좋아해서 특별하게 생각했던
아기 여우 은별이의 감정과 심리 변화가 섬세하게 잘 표현된 수작이랍니다.
은별이가 가장 좋아하는 꼬리 이모는 은별이와 만날 즐겁게 놀아주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꼬리 이모는 우락부락 못생긴 여우씨를 데려와 결혼하겠다고 말하는데요.
은별이에겐 크나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답니다.
제 아이들도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더욱 공감을 하며 흥미롭게 책을 봤어요.
결혼이 좀 늦어졌던 고모가 있었고 그 고모와 아이들을 무척 예뻐해 주었었기에
은별이의 미묘한 감정 변화에 고스란히 공감할 수 있었던 거지요.

은별이의 속상함은 아랑곳하지 않고
꼬리 이모와 여우 씨는 결혼을 했어요.
섬세한 붓터치가 그대로 느껴지는 맑은 수채화 그림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포근합니다.
기분좋은 여우 씨(이모부)와 수줍은 표정의 꼬리 이모와 달리
나뭇 가지 위에서 심술궂은 표정으로 내려다 보고 있는 은별이의 모습이 대조적이며
보는 이에겐 웃음을 짓게 만드네요.
온갖 동물 하객들이 가득 모인 결혼식장 풍경도 참 재미있지요.
그 와중에도 등을 맞대고 잠을 자는 곰 가족은 또 뭔지, 누가 겨울잠 자는 곰 아니랄까봐요ㅋㅋ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가득하답니다.
아이와 강아지의 특별한 감정을 그린<내 동생 김점박>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김정선 선생님의 그림이라 역시 다른듯.

이 페이지에선 심술이 잔뜩 난 은별이의 화풀이 행동이 그려지고 있는데요.
쿵쿵대며 왔다 갔다 하고, 마른 들꽃을 짓밟고, 여우 씨를 툭툭 치기도 하는 등
귀여운 화풀이에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우리 아이들을 꼭 닮은 은별이, 너무나 사랑스럽죠?^^

꼬리 이모가 짐을 싸서 떠나던 날 은별이는 기어코 울음을 터뜨립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사별, 결혼, 이사 등으로 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어린 은별이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엔 너무 벅찰 수 밖에요.
꼬리 이모가 결혼 전처럼 자기와만 놀아주길 바라는 은별이를 위해
꼬리 이모는 좋은 대안을 생각해 냅니다.
은별이는 이제 꼬리 이모에게만 집착하지 않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더 즐겁게 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가족의 변화로 상실감을 느끼는 아이의 감정 변화를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는 이 작품은
자기 중심적인 생각에서 속상함과 슬픔, 분노에서 머무는 아이의 심리를
가족 변화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손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