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감성과 인간애를 일깨워주는 좋은 책

어린이를 위한 시골의사 박경철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허구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6월

'시골의사 박경철' 이라는 이름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된 것 같다.

외과 전문의인 저자는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으며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2>로 시작하여 다양한 경제서까지 펴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에 올려놓는,

2012년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어린이를 위한 시골의사 박경철의 아름다운 동행>을 선보였다니

아이들에게도 그의 감동적이고 인간미 물씬 나는 글을 접하게 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대가 많이 되었다.

예전보다 물질적으로는 풍요해졌지만 요즘 아이들은

 급속하게 발전한 기술과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고단하고 메마른 삶을 살고 있다.

그런 요즘 아이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아날로그적 감성과 인간애가 아닐까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사람과 사람이 동행한다는 것은

사람에 대한 소중함과 사랑을 전제로 하는 일이라

생명과 인간 관계의 소중함을 잘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게 더없이 중요한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에서는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열세 가지의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는데

인턴 시절부터 개원의로 일하는 지금까지 저자가 만난 환자들과의 이야기가

잔잔하고 때로는 가슴 찡한 감동으로 담겨 있다.

의사란 직업은 막연히 부와 명예의 상징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을 읽노라면 사람과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된다.

"평생에 걸쳐 나 때문에 죽은 환자가 한 명이라면,

나 때문에 산 환자가 백명쯤 되어야 그래도 의사 노릇을 제대로 했다고 할 만하다"

라는 저자의 선배 의사의 말은 의사가 아닌 일반인인 우리가 읽어도 가슴 찡한 감동을 안겨준다.

고생스럽기로 소문난 인턴, 레지던트 시절의 추억은 힘겨운 일과에 동정심이 일다가도

황당한 에피소드에 배꼽을 잡게 되는 등

울다가, 웃다가, 숙연했다가,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사람 냄새 물씬한 감동으로 이어진다.

시골 의사다보니 환자들과의 사연도 참으로 구수하고 정겹다.

기적적으로 치유된 환자가 보낸 살아있는 토종닭 때문에 혼비백산한 이야기며

시신 기증으로 숭고한 사랑을 보여준 환자 이야기,

 베트남에서 시집 와 뇌막염으로 아이를 잃은 여성의 슬픈 사연 등

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그 어떤 위인 이야기보다도 큰 감동과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아이들에게도 오랫만에 순수한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듯.

머릿말에 보면 저자가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우리, 아름다운 동행을 시작할까요? 라는 제목으로.

의사나 간호사가 되려는 아이는 물론 모든 아이들이 이 책을 보면서

잊혀져가는 감성과 인간애를 다시금 일깨우고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가치있고 감사한 일인지

생명을 경시하고 쉽게 포기하는 유약한 요즘 아이들이 절실하게 깨닫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