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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전 : 부를 탐하다 ㅣ 역사로 통하는 고전문학 4
최문애.박선희 지음, 최지경 그림 / 휴이넘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예전엔 몰랐는데 고전 문학을 읽으며 새삼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학습을 위해서, 단순히 교양을 위해서 고전 문학을 읽었던 예전과 달리
새롭고 다양한 시각으로 고전 문학을 바라보니
그렇게 재미있고 흥미로울 수가 없네요.
휴이넘의 '역사로 통하는 고전문학' 시리즈 네번째 책
<부를 탐하다 : 흥부전> 입니다.
흥부전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는, 고전 중의 고전이지요.
유아들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대표적 옛이야기입니다.
너무나 친숙하기에 오히려 수박 겉핥기식으로 읽고 있고,
알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존의 권선징악적 교훈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 열린 마음으로 스토리와 인물들을 탐구하며 읽는 이른바 '고전의 재발견',
휴이넘 흥부전을 통해 마음껏 즐겼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기본 줄거리는 같지만
많은 부분을 축약한 형태로 짧게 읽다보니 미처 몰랐던
소소한 재미있는 대목이 너무나 많더군요.
흥부네 아이들은 모두 스물아홉이나 되었는데
처음에는 갑실이, 을실이, 병실이 등으로 불렀지만 나중에는 부를 이름이 없어
껌둥이, 발발이, 살살이같은 강아지 이름으로 부를 수밖에 없었다고 해요.
옷을 해 입히는 것도 큰 문제라 짚으로 멍석을 만들고
목이 들고 날 구멍을 자식 수만큼 뚫어
죄인 칼 씌우듯 멍석을 씌웠다고 하지요.
제대로 읽는 고전의 참 맛은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짧게 축약된 동화책 분량의 책에서는 이런 세밀한 재미를 느낄 수가 없지요.

원본에 가까운 고전 문학이라 길고 지루하고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곳곳에 가득한 정겨운 삽화와
어려운 한자어나 말투를 쉽게 풀어쓴 배려 때문에
부담없이 술술 읽히는데다 재미있기 때문에 점점 가속도가 붙는답니다.
주렁주렁 열린 박 넝쿨에 둘러싸인 흥부네 집,
이제 곧 놀라운 일이 벌어지겠지요.

박을 하나 탔더니 두 개의 궤가 나왔는데
하나는 쌀이, 하나는 돈이 가득 들어있고
아무리 퍼내도 줄지 않는 궤였지요.
늘 굶주림에 시달린 흥부의 자식들이 밥 더미에 피묻혀 열심히 먹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감칠맛 나는 글과 함께 이런 익살스런 그림이 읽는 즐거움을 더해 주네요.

그러면 놀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 알고 있듯 전 재산을 털리고 실컷 혼만 나고 말지요.
옛이야기 그림책에서 흔히 봐아온 '똥 벼락' 이야기는 없지만
더욱 흥미진진한 벌칙들이 박마다 가득해 무척 재미있어요.

이야기가 전개되는 중간중간에 <쉬어 가기> 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서
더욱 체계적이고 푹넓은 독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는 조선 후기 사회를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는 <흥부전>은
기존의 신분 제도가 흔들리고, 경제력이 힘과 권력이 된 당시 사회의 문제점과
힘겨웠던 일반 백성들의 고된 삶이 잘 녹아 있어요.
요즘은 작품을 보는 시각이 다양화되어 흥부를 착하게만 보진 않지만
착하게 살아 마침내 부자가 된 흥부는 그 당시 사람들에게 희망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기존의 평가에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독서가 아니라
아이만의 시각으로 다채로운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야무진 고전, 새로운 고전 <역사로 통하는 고전 문학>!
흥부전에서도 그 즐거움은 여전히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