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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 - 상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9년 7월
평점 :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
서로마 멸망 이후 지중해 세계의 역사를 서술 하였다.
아라비아 반도에서 무하마드 알리에 의해 창시된 이슬람교는 순식간에 세력을 확장하여
7세기 무렵에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까지 통합하는 거대한 세력을 이룬다.
북아프리카의 이슬람교도들을 사라센인이라고 불렸는데
이들 대부분은 이 지역의 토착민족인 무어인과 베르베르인으로서, 원 이슬람교도(아랍인)들과는 다른
민족이다. 로마시대 곡창지역이었던 이 지역의 농업은 이무렵 완전히 쇠퇴하여,
사라센인들은 지중해 연안의 유럽인들 . 시칠리아섬과 남부 이탈리아, 남부 프랑스를
약탈하는 해적업으로 살아간다.
이책은 그 시기의 사라센인들이 어떻게 유럽을 침략하고, 유럽인들은 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서술한 책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사라센인들의 "해적"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사라센 해적은 검은 바탕에 하얀 해골을 물들인 깃발을 돛대에 높이 내걸고 습격해 오는 것도
아니고, 이슬람교도의 배라는 것을 보여주는 초록바탕에 하얀 반달이 그려진 깃발을 내걸지도 않았다.
망원경도 없는 시대, 접근해오는 선박의 실체를 한시라도 빨리 알아내려고 망루 위에서 필사적으로
눈을 부릅뜨는 파수꾼의 심경을 동정하지 않을 수 없다. 중세 전기 즉 서기 1000년 이전에 살았던
지중해 서부의 서민들은 해적에게 납치되어 평생을 이슬람교도의 노예로 살고 싶지 않으면
스스로 자위책을 강구해야 했지만,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자위책이란 이정도가 고작이었다.
"암흑의 중세"라고 후세의 역사가들은 말한다. 한편으로는 중세가 암흑시대는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탈리아 반도와 시칠리아 사람들에게 그들이 살았던 중세는 암흑
그 자체 였다.
역사학자가 아닌 일반인으로서 시오노 나나미의 책들을 비평하기는 어렵겠으나,
작가의 책들을 몇권 읽어본 사람으로 평가하자면, 훌륭한 이야기꾼인 것은 확실다.
다만 객관적인 역사서인가 하는 것은 일반인의 시각으로 봐도 그렇지 않다.
일본인인 그녀는 철저히 서양인 특히 유럽인의 입장에서 책을 서술하였고,
로마인 이야기의 한니발이나 아우구스트 편을 보면 "로마의 용비어천가"라고 불릴만큰 찬양일색이다.
이책도 철저히 유럽의 입장에서 쓰여졌고, 이슬람교도 특히 사라센을 거의 악마화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이야기 꾼답게 재미나게 쓴 책이다.
사라센 해적들과 유럽인들의 세세한 공방전과, 마지막 챕터의 노예구출작전을 보면
소설처럼 재밌게 읽힌다.
다만 같은 이야기를 너무 동어반복한다던지, 작가 개인의 의견이나 주장이 너무 많은 것은 흠이라면
흠이다. 시오노나나미는 학자스타일은 아닌듯.. 요즘 말로 F 라고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