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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쌍괴 1~3 세트 (소장본) - 전3권
좌백 지음 / 디콘북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평을 쓰기 앞서 동공지진님께 감사 말씀 전합니다.
소림쌍괴를 몇 년 전 초반 몇 장만 읽다가 재미가 없어서 접었는데 동공지진님의 감상평을 읽고 다시 재도전하여 다 읽게 되었습니다.
본편보다 재밌는 감상평! 근데 소림쌍괴는 정말 말씀대로 너무 재밌네요.
이 재밌는 소설을.. 동공지진님이 아니었다면 못 읽고 지나칠 뻔 했습니다.
소림쌍괴는 소림사의 고승 두분이 강호에 초출하여 펼치는 무용담(?)입니다.
고승분들의 연세가 무려 130여세가 넘어가죠.
게다가 사형되시는 분은 반로환동하여 겉보기로는 30대 청년처럼 보입니다.
주인공들만 봐도 여타 소설에서 볼 수 없는 신기한 인물들이죠.
저는 초반에 소림사에서 두 분 고승들이 출두하게 되는 과정이 지루하게 느껴졌고, 또 너무 기괴한 캐릭터 설정에 오히려 식상함과 유치함을 느끼고 1권을 읽다가 말았습니다.
형님되는 공령스님은 답답하리 만치 정도를 걷는 순진무구한 캐릭터
둘째되는 공심스님은 백살이 넘은 나이에 정신연령은 어린애 수준이고 자기중심적이고 장난만 치는 캐릭터.. 마치 사조영웅전의 곽정과 노완동 주백통이 연상되는..
게다가 둘의 나이는 130세가 넘는데다가 둘의 무공은 천하에 적수가 없을 정도로 반인반신의 경지..
아무리 무협소설이 환타지라지만, 캐릭터 설정자체가 너무 황당무계하고,
어떤면에선 너무나 빤히 보이는 식상한 캐릭터라 스토리가 크게 기대가 되지 않았지요.
허나 제가 좌백작가님을 잠시나마 의심하는 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두 사람이 소림사를 떠나자 마자 부터입니다.
허를 찌르는 스토리의 전개로 가는 곳곳 마다 엄청난 소동을 벌이게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직 안읽어보신 분들을 위해 남겨두지만..
마치 삼장법사와 손오공일행처럼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이 소동이 단지 소동으로만 끝났다면
'아 그래 역시 좌백님 작품은 재밌구만"
하고 감탄하면서 끝나겠지만, 소설의 시작과 끝. 그리고 주인공인 두 분 스님들의 과거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 이야기가 단순한 소동이 아니라,
큰 그림속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였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어떻게 이런 스토리를 쓸 수가 있을까.
시작과 끝이 어떻게 이렇게 천의무봉하듯 맞물려 돌아가는 이야기를 쓸 수가 있을까.
한때 무협소설작가를 지망하고, 짧게 나마 소설을 써본 사람으로서 정말 좌백님의 스토리탤링에 질투가 날만큼 감탄하게 됩니다.
스님이 주인공인 만큼 불교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제가 불교신자가 아닌지라 그 오묘한 뜻은 다 알 수가 없지만..
무엇인가에 집착하고 살아가는 삶이라든가. 일체유심조 모든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가
이런 삶에 대한 소박한 깨달음도 덤으로 얻을 수 있었지요.
마지막 결말에 이르러서는 사형제. 두스님의 뜨거운 우정에 또 한 번 감동을 먹었습니다.
백살이 넘는 고승들도 속세의 정에 연연해서 미망하게된다는 것.
마음에 꺼릴 것이 없다면 마음가는 대로 행하고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두어도
결국 그리 될 것은 그리되고야 만다는 것.
현실의 욕망에 휩싸여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면 결국 낭패에 이르게 된다는 것.
웃고 웃다가 마지막에 뭉클.. 한 감동을 느끼게 되는 재미난 소림쌍괴를 읽고나서 제가 깨달은 것 들입니다.
물론 이런 생각들도 잠시고, 또 다시 현실의 욕망속에서 살아가게 되겠지만,
잠시나마 속세를 벗어나 한번 삶을 관조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