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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ㅣ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평점 :
아주 오래전 한 10년정도 전인가? 20대 대학생때 요시다 슈이치의 퍼레이드란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당시 나는 가볍고 재밌는 일본 소설에 빠져 있었다. '퍼레이드'역시 당시 내 취향에 딱 맞는 경쾌하고 재밌는 소설이었다. 그후 슈이치의 몇 몇 작품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아주 오랫만에 작가의 악인이란 책을 고르고 미리 서평을 읽었을때, 꽤나 묵직한 주제라고 생각하며 책장을 펼쳤다.
이제 나도 불혹을 넘기고 인생의 여러 굴곡을 겪고 나니 예전처럼 가벼운 소설에 손이 가지 않는다.그렇다고 무겁고 심각하고 깊이 있는 책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악인은 일반적인 범죄소설이 아니다. 이미 여러 서평에서 나오듯이 범죄사건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면서 범인 혹은 그 주변인의 심리상태와 행동거지를 통해 과연 인간이란 어떠한 존재인가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있는그대로의 묘사에 치중할 뿐 작가는 어떤 설명도 판단도 내리지 않는다.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다. 글을 읽는이는 점점 등장인물의 상황에 공감도 하기도 하고, 그건 아니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나라면 과연 어떻게 행동했을까?
제목의 악인은 살인을 저지른 유이치이다. 그러나 무엇이 진정한 악인지는 유이치가 악인인지는 독자의 판단으로 남겨둔다. 우리주변에 있음직한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 속에서 나의 삶에도 어떤 악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심코 내뱉는 말과 행동도 어떤 이에겐 악으로 비춰질수 있는것이다.
여러가지를 생각해주는 묵직한 소설이었다. 자극적인 재미는 없었지만, 오랫만에 생각하는 즐거움을 선사 하는 좋은 소설이다.
10년만에 다시 만난 요시다 슈이치... 작가가 내나이때 처음 접하고 이제 쉰을 바라보는 그의 소설을 다시 읽었다. 나도 10년후에 그만큼 깊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