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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황정은의 소설은 현실과 동화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동한다. 나는 그녀의 소설이 동화로 기울어질 때가 많아 의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소설을 읽으며 그러한 생각을 다소 덜어냈다. 흐릿한 서사 속에서 인물의 불안과 분노는 짙어지며, 사실감이 의외로 묵직하다. 이제야 그녀의 개성을 알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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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2-26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정은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는데 한 권도 읽은 게 없군요. 후한 점수를 주셨군요. 눈여겨보겠습니다.

수다맨 2013-12-27 06:47   좋아요 0 | URL
사실 (지금도) 그렇게 좋아하는 작가는 아닙니다. 다만 전작과 달리 어떤 성숙과 진화가 느껴지더라구요. 그 점이 저에겐 반갑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법에 기대어 소설을 창작하는 모습이 조금은 거슬리더군요 ㅎㅎ

사실 이 작품보다 더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잭 런던의 "밑바닥 사람들"이라는 르포입니다. 황정은 소설 다 읽고 이 책을 읽는 중인데, 황정은 작품이 싱겁게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대목이 많더군요 ㅎㅎ 똑같이 빈곤의 모습을 그려도 클래스(!)가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2-27 12:51   좋아요 0 | URL
잭 런던 대단한 사람이죠.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밑바닥 사람'은 안 읽어보았는데...
하여튼 이 양반도 그냥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 다양한 글쓰기를 한 사람입니다.
혹시 강철군화 읽어보셨나요. 정말 뛰어난 걸작입니다.

수다맨 2013-12-27 13:25   좋아요 0 | URL
강철군화는 오래 전부터 집에만 모셔두고 아직도 펼쳐지 않았습니다 ㅎㅎㅎ
저는 잭 런던의 작품은 "불을 지피다"라는 단편집에 실린 단편 몇 개만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밑바닥 사람들"을 읽고 있는데, 사실감과 현장감이 워낙 강해서 놀랍더군요. 이런 작가들을 만나면 100년 전 세월 저쪽에서 소설의 의미가, 체험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새삼 돌아보게 됩니다.
 

-무라카미의 '나'는 이런 의미에서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정확히' 읽고 있다고 해도 좋다. '나'는 모든 판단을 취미, 그러므로 '독단과 편견'에 지나지 않다고 간주하는 어떤 초월론적 주관인 것이다. 그것은 경험적 주관(자기)이 아니다. 무라카미의 작품은 매우 사적인 인상을 주지만 사소설이 아니다. 사소설이 전제하고 있는 경험적인 '나'가 부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지러이 흐트러져 있다-143쪽


-이런 자기의식은 결코 상처를 입지 않으며 패배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경험적 자기나 대상을 경멸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내면'의 승리는 '투쟁'의 회피에 지나지 않는다 -145쪽


-현실적인 투쟁을 방기하고 그것을 내면적인 승리로 바꿔버리는 속임수의 재현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근대문학의 '내면'이나 '풍경'을 부정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그가 가져온 것은 새로운 차원의 '내면'이나 '풍경'이고, 그런 독아론적 세계가 오늘날 젊은 작가들에게 있어 자명한 베이스가 된 것이다-155쪽.


-'즐겁게 무로 향하는 무리(1973년의 핀볼)'란 '즐겁게 의미로 향하려는 무리'인 것이다. 그러나 '어떤 변화도 결국은 붕괴과정에 지나지 않다'라고 말하는 이는 바로 그것에 의해 초월론적 자기의 우위성을 확보한다. 이것은 이미 말한 낭만적 아이러니다... 그것은 아직 '인간'이나 '역사'라는 의미에 매달린 사람들에 대한 경멸 속에서 자신의 우위성을 확보한다-163~4쪽


-무라카미 하루키의 정보론적 세계인식 또는 '역사의 종언'이라는 인식은 그와 같은 의미에서 '현실성'으로부터의 도망이고 낭만파적 거부다-177쪽.


-아포리아의 소멸이 작가들에게 그것이 존재했던 시대를 회고하게 만든다. 다만 그때 오에 겐자부로의 "그리운 시절로 보내는 편지"에는 상실과 '비탄'의 감정이 넘치고 있는 데 반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은 태연하다. 그는 "1973년의 핀볼"에서는 아이러니에 의해 회피되었던 세계를 문제 삼는다. 한마디로 말해, 무라카미는 이미 '나오코'라는 이름이 가리키는 역사로부터 해방된 것이다. 낭만적 아이러니에서 아이러니가 빠지면, 낭만적(romance)만 남는다. 즉 "노르웨이의 숲"에서 무라카미는 그저 로맨스(Iove story)를 쓴 것이다- 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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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2-21 0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 제목이 무엇입니까 ?

수다맨 2013-12-21 04:31   좋아요 0 | URL
아, 가라타니 고진의 "역사와 반복"이라는 책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21 07:51   좋아요 0 | URL
끝내주는군요....읽어봐야겠습니다.

수다맨 2013-12-21 17:02   좋아요 0 | URL
중간 부분만 죽 읽어봤는데 어려운 대목도 많고 흥미로운 부분도 많더군요.
아무래도 고진은 나카가미 겐지(고목탄이라는 소설을 쓴 작가이자 고진의 절친한 친구)라는 작가까지 근대문학의 적자로 보고 있는 듯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읽은 바로는) 미시마ㅡ오에ㅡ나카가미 까지는 근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작품에 투영되어 있었거든요.
하지만 무라카미에 와서는 그러한 고민 자체가 옅어지거나, 사라집니다. 남는 것은 (세계를 무의미한 것이라 여기고 가벼운 유희나 즐기는) 저자의 자의식 뿐이죠. 아마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는 것을 보면서, 결국 가라타니는 "근대문학의 종언"이라는 일종의 사표(문학이여 바이바이!)를 쓴 듯합니다.
저도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습니다 ㅎㅎ 그럼에도 흥미로운 부분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꼭 읽어 보시라 권하고 싶네요.
 
내 변방은 어디 갔나 창비시선 332
고은 지음 / 창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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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실 때가 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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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엔원년의 풋볼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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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반값이라면 이 책은 무조건 질러야 한다. 관념적 색채가 나면서도 압도적인 사실감을 보여주는 문장, 역사와 신화가 긴밀히 연결된 공간을 만들어내는 독특한 상상력, 인간의 심연을 샅샅이 훑는 치밀한 시선이 이 작가의 내공을 짐작케 해준다. 내 생각에 이 소설에 필적할만한 일본소설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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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2-20 0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죠. 저도 이 책을 오들오들 떨면서 도서관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매우 강렬했던 자품이었습니다.

수다맨 2013-12-20 05:13   좋아요 0 | URL
저는 사실 굉장히 오래된 번역본(94년 한뜻출판사 판본)으로 이 책을 읽었습니다. 부실한 문장이 곳곳에 눈에 띄었음에도 너무나 놀라면서 읽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오에 겐자부로 옹을 보면 뭐랄까, 신기합니다. 인자한 옆집 어르신처럼 생긴 분이 굉장히 잔혹하고, 때로는 외설적 문장을 거침없이(!) 쓰더라구요 ㅎㅎ 그리고 이런 소설 읽고 나면 하루키나 김연수 소설 싱거워서 못 읽겠더라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20 06:38   좋아요 0 | URL
이 소설 보면 정말 좀 기괴한 면이 있어요. 오에는 이 장면을 집요하게 , 센닌바리처럼 ( 센닌바리가 알고보니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세면발이더군요. 아마 발음이 비슷해서 그들 세계에서는 센닌바리'라고 하는 듯.... 아니면 김신용이 잘못 알고 있거나말아죠.. ) 파고드는 습성이 있습니다. 왜 자살할 때 항문에다가 똥물 흐르지 말라고 틀어막는 부분 있잖아요. 살 떨림..

수다맨 2013-12-20 08:51   좋아요 0 | URL
네, 주인공 미쓰마부로의 친구가 항문에 오이를 쑤셔박고 목을 매다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기괴한 장면이 많았지요. 이를테면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장애아를 묘사하는 장면이나, 다카시(미쓰사부로의 동생)가 벌거벗은 채 폭설이 쏟아지는 와중에 기예를 부리듯 몸을 단련하는 장면, 진이라는 폭식녀의 외모와 식성을 그려내는 부분, 절에 그려진 지옥도라는 그림을 상세하게 소묘하는 대목이 퍽이나 인상적이지요.
문장에 정말로 광기가 넘치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해협의 빛
전혜정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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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답지 않은 묘사력과 구성력이 돋보이며 이미지를 다루는 솜씨가 빼어나다. 다만 앞에 실린 두 편의 단편은 헐거운 감이 있으며, 더 문제는 이러한 방식의 글쓰기가 이미 편혜영 같은 작가들에 의해 다소 흔해졌다는 것이다. 첫 창작집 치곤 빼어나지만 주제의식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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