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 오타쿠를 통해 본 일본 사회
아즈마 히로키 지음, 이은미 옮김, 선정우 감수 / 문학동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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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오타쿠라는 하위 문화를 탐색하면서 깊이가 결여된 상호간의 소통과 동물화되어 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명징한 언어로 잡아낸다. 세계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커다란 이야기는 사라졌으며, 타자를 이해하지 않고 즉석에서 욕망을 취하려는 행위(동물성)만 심화된다는 사실이 자못 아프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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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빈의 술잔
하성란 지음 / 문학동네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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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의 검질긴 묘사력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소설들은 평론가들'만' 좋아할 듯하다. 저자의 주관이 사실상 배제된, 서사가 뭉개져 보이는 소설을 읽는 것이 나로선 고역이었다. 개별적 문장은 뛰어난데, 소설의 구도나 전개는 어지럽다. 작가는 지금도 이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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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1-12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성란이 젊은 작가였나 ? 잠시 갸우뚱하다가 이 글이 쓰인 연도를 보니 고개가 끄덕끄덕....
확실히 하성란은 평론가들이 좋아할 문장이죠. 문창꽈 스타일이라고나 할까요 ?
문창과 쓰타일은 딱 보면 나옴.... 특히 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치며 소설이나 시를 써서
취미생활하는 양반들이 쓴 작품 보면 치열함도 없고, 그냥 관조적 자세만 난무하죠.
하성란은 확실히 단편은 잘쓰는데 장편 가면 아주 죽이 되는 스타일입니다.
문창꽈 스타일이 그래요. 단편에 적합하도록 가르치니 단편은 잘 쓰는데 막상 장편 가면 다 죽음...
단편을 그렇게 잘쓰던 김애란이 두근두근에서 망가진 것을 보면...
천운영도 단편은 참 잘 쓰는데 장편 가면 아주 죽습니다.
단편이라는 장르가 후지다는 게 아니라 등단 제도 자체가 지나치게 단편 위주로만 평가하는 데에서 오는 병폐가 아닌가 싶습니다.

수다맨 2014-01-12 03:07   좋아요 0 | URL
저는 하성란이 단편도 잘 못 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상술했다시피 개별적 묘사문은 뛰어난데 소설의 전체적 구도나, 전개는 굉장히 애매하고 허술합니다. 이것은 저자가 단위 문장을 만드는 것에만 맛을 들여서, 전체를 구성하고 이야기를 질서 있게 매듭 짓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어떤 의미에선 천운영도 마찬가지라 보구요.
곰곰발님 말씀처럼 등단 제도와 더불어, 문단 내에서도 단편을 장편보다 우대하는 경향이아직도 잔존하죠. 그러다 보니 "두근두근 내 인생"같은 미흡한 장편이 수작 대접을 받는 기이한 현상이 빚어진 것 같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12 03:28   좋아요 0 | URL
글쿤요.. ㅋㅋㅋㅋ.
전 그냥 깜으로만 문학을 접해서 느낌만 살았지 전체적인 것을 보는 눈은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더럽게 재미가 없다는 거죠. 문장 기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권정생의 몽실 언니'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는데요. 곰곰 생각하면 뭔가 내게 전율을 일으킨 작가들은 진정성'이었어요. 문장보다는 진실이 담힌 힘이 크더군요....

수다맨 2014-01-12 03:48   좋아요 0 | URL
그럼요. 너무나 옳으신 말씀입니다. 진정성이라는 말이 오늘날 오염되고, 희석된 측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좋은 글에는 언제나 저자의, 삶에 대한 진정성이 담겨 있지요. 그런 글이 오늘날 너무 보기 드물어져 문제인 듯합니다. 대신 경쾌한 서술이나, 뛰어난 묘사나, 기발한 플롯이 소설의 본질인 것처럼 얘기되고 있지요.
권정생 선생이 "우리들의 하느님"이라는 산문집에서 이런 얘기를 하더라구요. "행복이 환상을 떨쳐버리지 않는 한 인간은 불행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행복하다는 사람, 잘산다는 인간들, 선진국, 경제대국, 이런 것 모두 야만족의 집단이지 어디 사람다운 사람 있습니까. 어쨌든 저는 앞으로는 슬픈 동화만 쓰겠습니다. 눈물이 없다면 이 세상 살아갈 아무런 가치도 없습니다."
이런 게 바로 진정성이 아닐까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12 04:27   좋아요 0 | URL
권정생 님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기자인가 하여튼 누군가가 아니 동화치고는 당신 동화는 어린이들이 읽기에는 너무 어둡지 않나요 ? 그러자 권정생이 말하죠. 그게 진실이니까......

제가 부코스키에게 반했던 이유는 어떤 진솔함이었습니다. 그는 맨날 색스 생각만 했으니 이런 것들로 채워진 게 무슨 소설이냐 그러는데 아니 소설이 뭐 별거 있습니까. 자신이 가진 날것을 보여주면 됩니다.

순문학 하는 사람들 킹 씹던데, 돈 벌기 위해서 소설 쓰니 그만 좀 쓰라고 말이죠. 아니 돈 벌기 위해서 소설 쓰는 게 왜 나쁘죠 ? 제가 보기엔 킹은 돈을 벌기 위해서 글을 쓴 사람이 아니라 글을 쓰지 않으면 할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그가 벌어들인 돈은 이미 죽을 때까지 하루에 2억씩 써도 남죠. 그런데도 날마다 쓰잖아요. 명박이처럼 더 벌고 싶어서 ? 그건 아닐겁니다. 그ㅡㄴ 그냥 소설 쓰기가 재미있는 겁니다. 거기에서도 진정성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죠. 나 같은 사람도 그의 소설이 언제 나올까 기다리잖아요. 즐거움을 주고 ... 그걸로 소설이 할 몫은 다 한 겁니다.

수다맨 2014-01-12 04:37   좋아요 0 | URL
넵, 진솔하고 재미있는 것이 좋은 글의 기본 요건일 텐데 이것을 망각하는 분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차라리 예술가연하는 분보다 킹의 태도가 더 솔직해 보이는 데요. 오히려 예술가연하는 이들이야말로 돈 이상의 것, 이를테면 문학상이나 문화권력과 같은 것을 누리려고 하지요. 그것을 누리는 게 자본을 갖는 것보다 더 올바른(?) 일이라고 여기는 듯합니다. 사실 역겨운 건 이들이지요.

정직성이나 진솔함과 같은 미덕들이 어느 순간 실종된 듯합니다. 그리고 그런 걸 바라는 독자도 다소 뜸해진 것 같기도 하구요. 혜민이나 김난도가 쓴 책들이 잘 팔리는 걸 보면 솔직히 짜증이 납니다. 차라리 부코스키 책을 염가로라도 판매하고 싶더군요-_-;;

곰곰생각하는발 2014-01-12 05:06   좋아요 0 | URL
아니 수다맨 님은 어찌 그리 제가 하고 싶은 말만 쏙 빼서 하십니까... ㅋㅋㅋㅋㅋㅋ
정확한 말씀이십니다. 어차피 한국 시장은 책을 안 읽기에 소설 재미있게 쓴다고 돈 버는 것도 아니니 차라리 문학권력을 잡는 게 좋죠. 저명 인사 대접을 하잖아요. 시대의 멘토가 되고 말이죠. 비겁한 짓이죠. 그래도 옛 소설가들은 몸소 현장 속으로 뛰어들었잖아요. 오히려 그때 소설들이 뭔가 진실성을 담아내고는 합니다. 그런데 요즘 소설 보면 골방에 쳐박하셔는 만날 하는 소리가 아버지에게 학대받았어.. 엉엉... 이라거나 우리 엄마 불쌍해 엉엉... 이게 답니다. 골때리는 거죠.

누가 그런 질질 짜는 거 보고 싶답니까. 혜민이나 김난도 보면 정말 한심하죠. 특히 혜민은 정말 한십합니다. 계룡산 뜬구름 도사 코스프레나 하면서 힐링 캠프에나 나ㅗ고는 하죠.

정작 젊은이들이 고통스러ㅝ서 안녕하십니까 대자보에 울분을 토해내도 혜민은 한마디 언급도 없잖아요. 그렇게 시발... 번뇌하는 사람에 대한 연민을 가진 사람들이 한마디도 없죠. 청춘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는 김난도도 그 흔한 트위터에 한마디도 없더군요...ㅎㅎㅎㅎㅎ 웃긴 짓이죠...




수다맨 2014-01-12 08:41   좋아요 0 | URL
뭐 시대가 많이 다르니 옛날처럼 험악한 경험(전쟁, 탄광 등등)을 하라는 말은 못하겠습니다. 다만 부모를 원망하는(혹은 연민하거나 경애하는) 얘기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은 문제가 심해 보입니다. 아직도 신경숙/공지영 류의 서사가 대중들에게 먹혀든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 나라 독자들 수준이 상당히 낮다는 증거죠. 그런 진부한 가족 로망스야말로 진즉에 박물관에 보냈어야하는 서사인데 말이죠.

김난도 혜민 이 부류를 보면 그저 한숨만 나옵니다. 이들의 주장은 '정신승리'아니면 '인내'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조금이라도 힐링하게 해주는 것은 (곰곰발님 평소 말씀처럼) 이들의 같잖은 말이 아니라 '사회적 케어'가 아니겠습니까. 사회에 요구하고, 풀어야할 에너지를 자기 내면에 가두라고 하는 것, 이러한 주장하는 인간들 솔직히 말하면 어디 험한 오지로라도 보내고 싶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배 불러서 개소리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1-12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험한 오지'로 보내야 배부른 소리 안 하죠.
정말 새우잡이 배 보내서 고생해 봐야 찍 소리 못합니다.
세상 탓하지 말고 정신 승리' 하라는 말을 그대로 박정희 식으로 말하면
하면 된다 정신 아닙니까.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무진장 백성들 죽어나갔죠.
안 될 거 뻔히 알면서 하면 정신병 돋습니다.

가족로망스에서 벗어나야죠. 아주 지긋지긋해요. 뭔 놈의 그 골방 스토리
들을 접하면 화가 남...

수다맨 2014-01-13 04:09   좋아요 0 | URL
하여간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게 너무 짜증날 때가 많습니다. 고종석이 언젠가 소설에서 이런 말을 하던데, 책 속의 추함과 복잡함은 결코 현실의 추함과 복잡함을 능가하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한국의 상황이 딱 그러한 것 같습니다 ㅎㅎㅎ
 
게걸음으로 가다
귄터 그라스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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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민족의 역사를 망각하는 자는 그 역사를 가질 자격도 없는 거야˝라는 소설 속 문장이 이 작품의 주제를 요약한다. 과거를 똑바로 보아라, 이것을 거부한다면 훗날 엄청난 재앙과 모순이 닥친다는 것을 그라스는 특유의 격정적 문장으로 서술한다. 이 소설은 작금의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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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그려진 얼굴들 - 현대세계시인선 1
니까노르 빠라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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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문 낭독


니까노르 빠라


신사 숙녀 여러분 
마지막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말씀을- 
시인은 이제 올림피아 산정에서 내려왔습니다. 

우리 선배들에게 
시는 사치품이었지만 
우리에게는 
필수품입니다 
우리는 시 없이 살 수 없습니다. 

-대단히 정중하게 말씀드리거니와- 
선배들과는 달리 
우리는 이렇게 믿고 있습니다 
시인은 모든 사람처럼 평범한 인간일 뿐이며 
담벼락을 손수 쌓는 미장이며 
문짝과 창틀을 손수 짜는 목수라는 것을. 

우리는 매일매일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며 
마술적인 기호를 믿지 않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것은 
시인이 존재하는 이유는 
나무가 삐뚜로 자랄까 걱정되어서입니다. 

우리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조물주의 폼을 잡는 시인을 고발하며 
바퀴벌레 같은 시인 
도서관의 쥐새끼 같은 시인도 싫어합니다 
-대단히 정중하게 말씀드리거니와- 
이런 모든 분들은 재판에 회부되어 
허공에다 성을 쌓아 올린 죄와 
달빛 아래 소네트 쪼가리를 이어 맞추기 위해 
시간과 공간을 마구 낭비한 죄 
그리고 파리의 최신 유행에 맞추어 
단어를 제멋대로 나열한 죄로 
혼이 나야만 합니다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생각은 입술에서 태어나지 않고 
심장의 심장에서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색안경을 걸친 
시를 거부합니다 
망토와 칼을 찬 시와 
유난히 챙이 큰 모자를 쓴 시도 싫어합니다 
반대로 
우리는 눈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시와 
가슴을 활짝 연 시 
그리고 머리엔 아무것도 쓰지 않은 시를 환영합니다. 

우리는 바다에 산다는 요정이나 괴물 따위를 믿지 않습니다 
시는 모름지기 이렇게 되어야 합니다 
이삭으로 둘러싸인 소녀나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무엇이. 

그건 그렇고, 정치적인 면에서 
우리 직계 할아버지가 되시는 그분들은, 
훌륭하신 그 할아버지들은! 
수정의 프리즘을 통과할 때 
굴절되어 산산이 흩어졌습니다 
몇 사람은 공산주의자가 되었다는데 
정말 그랬는지 나는 확실히 모릅니다. 
공산주의자가 있었다고만 추측할 뿐입니다 
한 가지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민중의 노래를 모르는 시인들은 
경건하신 부르주아 시인이 되셨다는 것입니다. 

사물은 원래의 그 모습대로 말해져야 합니다 
단지 몇 시인만이 
민중의 심장에 도달할 줄 알았습니다. 
다른 시인들은 
전진하는 시에 대항하여 
현재를 논하는 시에 대항하여 
프롤레타리아 시에 대항하여 
입술과 몸으로 싸울 것을 선언했었습니다. 

공산주의자였다고 받아들여도 
그들의 시는 일종의 재앙이었습니다 
중고품 초현실주의 
중고품의 중고품 데까당스 
바다를 돌고 돌아 다시 온 낡은 패러다임들. 
형용사적인 시 
코와 목구멍에서 뱉어 낸 시 
자의적인 시 
몇 권의 책을 베겨 낸 시 
언어의 혁명과 
이념의 혁명으로 무장되어야 한다는 명제 아래 
발이 묶였던 시. 
악순환의 시. 
선택받은 열 명도 되지 않을 사람을 위한 
「표현의 절대 자유」 
무엇을 위해 그런 글들이 씌어졌는가? 
우리는 오늘 그런 질문을 하면서 십자가를 긋게 됩니다 
쁘띠부르주아를 놀래 주기 위해서? 
아, 가엾게 낭비된 시간이여! 
쁘띠들이 꿈틀 댈 때는 
거짓과 위선을 말할 때뿐임을 
귀하께선 아직 모르십니까? 
시를 가지고 어떻게 그들을 놀래 준단 말입니까? 

상황은 이렇습니다 
그들이 황혼의 시와 
밤의 시에 넋이 빠져 있을 때 
우리는 새벽의 시를 
제의합니다 
시의 광채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메시지입니다 

동료 여러분, 더 이상 할 말은 없습니다 
-대단히 정중하게 말씀드리거니와- 
작은 신의 시와 
성스러운 암소의 시와 
성난 황소의 시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는 바입니다. 

안개가 자욱한 시를 버리고 
우리는 단단한 흙의 시를 쫓아가렵니다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을 지닌 
단호한 흙의 숭배자로서- 
카페의 시를 버리고 
자연의 시를 
살롱의 시를 버리고 
광장의 시와 
사회 저항의 시를 쫓아가렵니다. 

시인은 이제 올림포스 산정에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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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이 다시 복간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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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눈을 위한 송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406
이이체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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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빚는 솜씨와 탁월한 감각, (이성복을 처음 접했을 때처럼) 강한 개성이 있다. 그럼에도 내가 시편들 속에서 보았던 것은, 폐쇄적 독아론獨我論과 이미지에 대한 지나친 탐심이다. 그의 시에서 현실은 사실상 신기루가 되며, 오직 팽배한 주관만이 감각의 휘장을 걸친 채 고독의 정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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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1-08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100자평 세계의 도스토옙스키'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어가 지나치게 아스트랄하면 자폐적 언어'가 되는 법이죠.
혼자만 좋아하면 그건 자위 아니겠습니까.

수다맨 2014-01-08 05:33   좋아요 0 | URL
넵 맞습니다. 차라리 자폐의 극단(외젠 이오네스코의 소설인 "외로운 남자"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죠)으로 가려는 처절한 몸짓이 있었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이 시인이 보여주는 (고독감과 무력감과 상실감이 넘치는) 언어는 철저히 훈련되고, 학습된 것입니다. 이것이 몇몇 문청들과 일부 평론가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듯한데, 제 생각은 영 아니올시다, 입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언어를 끌어내기 보다는, 훈련된 감각과 연마된 테크닉에 의존해 시를 창작하는 듯한 태도가 영 아쉽더군요.
사실 젊은 시인의 첫 시집치고 훌륭했습니다. 언어를 부리는 솜씨가 대단하고, 시적인 감각도 돋보였으니까요. 하지맙 고독을 말해도 그것이 어딘지 작위적으로 느껴지고, 고통을 외쳐도 그것이 그럴듯한 포즈로 보이니, 읽다가 좀 허망했습니다ㅜㅜ 그런데 독자들 반응은 뜨겁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8 12:59   좋아요 0 | URL
이이체 님이 제 블로그 이웃이어서 가끔 오시기도 했는데 제가 항상 생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뭐라 그럴까요.. 음. 그러니깐...
엄친딸로 평생 살았던 이하늬'가 아주 빈곤한 여성 연기를 멋들어지게 할 때 느끼는 언발런스라고 ㅎㄹㄲ 할까요 ? 그런 게 느껴지더군요.
요즘은 교수들이 세를 확보하기 위해서 문청들을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치더군요.
마치 고등학교가 졸업생 40명 서울대 입학' 따위의 플랑카드를 거는 것처럼
위세를 위해 가르친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그러니 신문은 다 각자 다른데
시를 보면 거의 다 비슷해요.

수다맨 2014-01-08 13:14   좋아요 0 | URL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저는 요즘 여자 아이돌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겠더군요. 저는 소녀시대나 카라나 걸즈데이나 다 그 얼굴이 그 얼굴 같더군요. 심지어는 군대에서도 여자 아이돌들 얼굴을 구분 못할 정도였습니다 ㅎㅎ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여자 아이돌들 성형수술하는 병원이 하나로 정해져 있어서, 모두의 얼굴이 다 비슷비슷해 보인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엄친딸이 빈곤한 연기를 멋지게 할 때 느끼는 언밸런스, 적실한 비유입니다. 차라리 조금 더 정직한(진부하게 보일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언어로 시인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시들이 다 비슷비슷해진다는 것, 이것은 결국 시라는 장르가 완고한 아카데믹에 결박되어 있다는, 불행한 징후로 보입니다. 이제는 시도 공장의 공산품처럼 만들어지는 시기가 온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