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시간 창비시선 152
백무산 지음 / 창비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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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이든 백무산의 시를 좋아한다. 열정은 강하되 그것을 정제할 줄 알며, 분노는 있으되 그것을 단단히 응고할 줄 아는 힘이, 노년의 백무산에게는 있다. 때문에 나는 이 시집에 나오는 강고한 언어에 모두 공감할 순 없었다. 다만 세상을 험하게 살아온 인간의 자취를, 이 시집에서 엿볼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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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집 이층 창비시선 370
신경림 지음 / 창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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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기대 없이 읽었고, 그렇게 읽다가 서서히 감동했다. 팔순의 시인은 새로운 것을 말하지도, 기교를 부리지도 않는다. 자신이 살아왔던 나날을 정직하게 고백하며 아직도 그 추억 속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담담히 보여준다. 대교약졸이라 했던가. 시인은 비로소 고졸古拙한 경지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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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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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는 이 책이 김연수가 쓴 소설 중에서 가장 낫다. 역사적 자료를 수집하고 조합해 또 다른 진실의 일면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 책에선 절정에 달한다. 특유의 감상적 문체도, 그것이 이곳의 현실을 에둘러 역사의 한 지점으로 건너가니 자못 아름답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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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4-01-18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족을 하나 붙이자면, 현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1991~2년 대학생 시절 수준에 딱 멈춰있는 듯하다. 이것은 평론가 김현이 자신은 4.19이후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았다는 고백과 비슷하다. 물론 김연수는 영리하게, 그것을 고백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의 많은 작품들은, 90년대 초반의 시/공간대에서 간단없이 회전하고 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19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의합니다. 김연수 소설 가운데 가장 덜 말랑말랑하잖아요. 형식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더군요.

수다맨 2014-01-19 15:41   좋아요 0 | URL
하지만 김연수 소설이 1992년 대학생 시절의 생각에, 향취에 갇혀져 있다는 혐의가 은근히 보이더군요.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이나, 뿌넝숴 같은 작품이 그러했습니다. 사실 이 소설은 굉장히 잘 짜이고, 포장된 소설집이라 생각합니다. 곰곰발님 말씀처럼 형식에 대한 고민도 충분하고요. 그럼에도,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는 김연수가 대학시절의 감상에서 이제는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0 22:00   좋아요 0 | URL
말랑말랑하다는 표현 자체가 이미 학창시절 감성'으로만 접근한다는 거 아닙니까.
그것은 결국 추억이라는 말인데
제 식대로 표현하자면 < 당대 > 의 반대말은 < 과거 > 가 아니라 < 추억 > 입니다.
과거'는 지낙 날을 신파적 시선 없이 팩트를 보는 것인 반면 < 추억 > 은 신파에 젖어서 보는 방식이죠. 소설가는 어떻게 해서든 당대와 연결되어야지만 합니다.
과거를 이야기해도 현재와 통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직시'거든요.
그런데 추억으로 버무리면 그게 될 수 없죠. 그게 바로 김연수의 약점입니다.

수다맨 2014-01-20 23:31   좋아요 0 | URL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곰곰발님 말씀처럼 김연수 소설은 추억에 얽매여 현실을 제대로 잘 직시하지 못하죠. 물론 김연수는 때로 노련하게 책에서 습득한 인문학적 지식이나, 형식 실험을 통해 이 감상의 농도를 희석시키려고 하지요(저는 이 책이야말로 그러한 김연수의 의도가 가장 잘 반영된 책이라 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소설이 현실과, 당대와 제대로 부대끼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을 느낍니다. 저는 김연수의 글을 읽으면 필요 이상의 감상과, 필요 이상의 후카시를 엿봅니다.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지면서 온몸의 피가 심장을 향해 역류하는 것이 느껴졌다ㅡ 천운영, '행복고물상', "바늘", 창비, 160쪽.

이 소설의 첫 대목에 나오는 문장이다. 하지만 이것은 엄밀히 말해 오문이다. 오문이란, 문법적으로 정확해도 뜻이 통하지 않는 문장을 말한다.
왜 뜻이 이상한가. 피가 심장으로 역류하면 사람은 그 순간 죽는다. 피는 언제나 순류 [順流]해야지 한 순간이라도 역류해서는 안 된다. 굳이 위 문장을 고쳐 보자면 '온몸의 피가 심장을 향해 역류하는 듯했다' 정도가 알맞다.
물론 이 한 문장을 가지고 작가의 역량을 함부로 재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장을 미려하게 가꾸려는 마음이 강한 나머지, 정확한 문장을 쓰려는 작가의 의지가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인다. "바늘"에 나오는 몇몇 단위 문장들을 보다가 이런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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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1-1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전 위 문장을 읽는 순간, 왜 이게 오문이지 ?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그런데 말씀 돌어보니 정말 피가 역류하면 , 정말 무시무시한 순간이 되겠네요. 공포 영화 속 한 장면이 연상됩니다. 비평가들은 < 바늘 > 이란 작품지베 대해 극찬을 하던데 ( 뭐, 단편의 교과서다.. 이런 식..) 전 잘 모르겠더라고요. 기교는 좋은 데 진심을 담지 않는다고 박진영이 뭐라 할 타입의 참가자라고나 할까요 ?

수다맨 2014-01-16 20:22   좋아요 0 | URL
'바늘'이라는 단편집은 첫 신인의 창작집이라 보기에는 굉장히 준수하죠. 꼼꼼한 묘사력과 더불어 현장감도 나름 충실하다고 봅니다. 오늘날 문창과에서 중요한 교재로도 쓰이죠.
하지만 곰곰발님 말씀대로 기교가 압도적으로 드러나니 저자의 진심이 흐리게, 더 심하게 말하면 안개처럼 보이더군요. 오로지 묘사에만 온 역량을 집중시키니 정작 왜 이런 캐릭터를 선보이고, 왜 이런 서사를 보여주여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빈약해 보이더군요. 그래서 아쉬웠습니다.
 
우린 잘 있어요, 마석 - 마석가구공단 이주노동자 마을의 세밀한 관찰기
고영란.이영 지음, 성유숙 사진, 샬롬의집 기획 / 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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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미덕은 손쉬운 주의주장에 빠지지 않고 마석에 사는 이들의 희비와 세목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글쓴이들은 노동자에 대한 자신들의 주관을 최대한 절제하면서, 보고 들은 자료들을 차분히 서술한다. 이 한 권의 책에는 오늘날 이주노동의 애옥한 실상이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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